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서울에서 경춘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으로 오다보면, 다른 지역과는 다른 첩첩 겹친 높고 힘찬 산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산삼 캐러 다니는 사람들을 만난다. 말인즉 이곳 어느 농업 연구소에서 산삼 씨를 이삼십년 전에 헬리콥터로 살포해서 지금쯤은 운 좋으면 시가 이천만원 정도의 산삼을 만날 수도 있다고들 한다.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산에 갔다가 제법 큰 산삼을 한 뿌리 캤다. 그런데 갑자기 어찌해야 할지 몰라 집 앞의 무밭 한구석에 심어 놓았는데 옆 동리 사람이 우연히 발견하고 캐 먹어 이것이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판결 결과는 남의 밭작물에 손을 댄 죄만 물어 벌금 조금만 내도록 되었다. 산삼은 무밭에 닷새 정도 심어놓으면 무가 산삼의 효능을 다 흡수해 버리므로 더 이상 산삼이 아니라는 견해였다.

우리 주위에는 기독교인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그 원인이 교회 공동체에 있는지, 그 사람 개인에게 있는지 목사에게 있는지 그 원인을 한두 마디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마는 참 안타까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들 중에는 그냥 교회 출석만 안하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의 논리로 교회를 비난하며 다른 사람들의 전도도 막을 뿐 아니라 교인들을 비웃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정말 난처하다.

일전에도 독일에서 유학했다는 모 대학 퇴직교수 한 분이 이삼십 명 모여 있는 회석에서 청년 시절에 열심히 청년부 활동했는데 그 후 교회가 목사의 사업체 같아서 더 이상 이용당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교회에는 나가지 않지만 기독교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십일조의 정신으로 이곳저곳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곳에 헌금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분이 점잖은 분이고 설득력 있는 언변 탓에 모두 공감하는 것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날이 갈수록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고 교회 안에서의 질서가 사회의 상식과 달라져 가는 것도 고민해 볼 문제이다.
산삼 씨가 따로 있는가 했다. 그런데 산삼은 인삼 씨를 산새가 먹고 똥을 싼 것이 맑은 산의 공기와 숲의 토양 속에서 오랜 세월 자라 산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삼은 오륙년 동안 땅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서 인삼을 재배하고 난 땅은 잡초도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땅에서 키워진 인삼보다는 오히려 무 한 개를 먹는 것이 낫다는 말이 맞다.

인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늘의 교회 공동체에 대한 염려와 묵상으로 이어졌다. 오염된 토양 같은 교회에 몸담고 신앙생활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무 밭에 심겨진 산삼처럼 교회를 떠나 그냥 세상 속에 묻혀서 내 신분은 기독교인이라고 믿으며 살아야 옳은 것인가?

교회 안에서 가장 절실한 당면 문제는 딸의 혼사이다. 비교적 온순한 딸들은 엄마를 따라 교회에 출석하며 성가대도 하고 교사도 하며 성장하는데 혼기가 닥치면 마땅한 청년들이 교회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믿지 않는 남자와 혼인하면 그야말로 눈물골짜기를 걸으며 신앙생활을 해야 하니 말이다.

오염된 토양에서 키워진, 모양만 그럴듯한 인삼 같은 교인들은 또 어찌한단 말인가? 일단 잘못 양육된 기독교인들은 세상 사람들보다 더 지독하게 세속적인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기복신앙이 키워낸 이기주의와 부귀영화 선망, 허세와 일류주의 선망 등이 이 사회의 온갖 병폐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보약이라고 먹은 인삼이 중금속 덩어리였듯, 세상의 가치관으로 무장된 기독교인은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다.

맑은 공기 속에 떨어진 인삼 씨가 산삼이듯 교회가 생명의 말씀 성경을 토양으로 성도들이 증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기를, 정말 귀중한 하나님의 자녀들로 성장되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보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 좋은 복된 땅에서 뽑혀져서 무밭에 심겨지므로 저도 모르게 그리스도의 생명 진액이 다 소멸되는 일이 없도록, 교회를 떠나지 말고 좋은 곳으로 잘 지켜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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