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광섭 목사 창현교회 담임

며칠 후면 한 민족의 고유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우리네 조상들의 삶을 잘 나타낸 표현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먹을 것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지금들은 모르는, 봄부터 보리가 영글기까지 보릿고개라는 기간이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봄이면 나물과 소나무 속껍질을 모아 양식을 대신했다. 그 모진 양식 부족을 잘 견디며 농사일을 했기에 가을에 추수를 할 수 있었다. 잠시 뿐인 넉넉함이라지만 오감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때가 추석 한가위다.

다음은 가을을 거두기까지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과의 서운함을 푸는 때이다. 위아래 논의 물싸움이 있었다. 내 논이 아래에 있는데 논바닥이 말라가고 있을 때 위 논의 논두렁을 파헤쳐 물길을 낸다. 위 논 주인도 물을 지키려 새벽을 밟으며 논에 나오다 좁은 논두렁 위에서 다툼이 생긴다. 이런 농촌의 관계에서 생긴 서먹서먹함을 한가위의 넉넉함은 한 접시의 떡과 잔치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한가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다. 한국에 처음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은 조상을 향한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해석함으로 문제가 일어났다. 신자들은 신분제도와 우상숭배는 할 수 없다고 제사를 거부했기에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새남터와 절두산에 가면 교회가 잘못 가르친 신앙을 지키느라 죽은 신자들과 죽인 자들의 잔악상을 잘 알려주고 있다. 한 세기가 넘어가기 전에 로마교황청은 늦었지만 조상제사의 해석을 잘못 했다고 인정하고 제사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직도 개혁교회는 제사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풍요를 자신의 노동의 결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조상과 하늘이 도우셨다고 믿었다. 그래서 추석 한가위에는 감사의 제사를 조상님들과 하늘에 드린다. 우리 민족은 하늘을 알고 하늘에 감사 할 줄 아는 백성이다. 뿐만 아니라 이웃인 너와 함께 이루었다고 마을 공체를 중요하게 품은 백성이다.

추석 한가위에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 나는 내 민족 안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때와 형편 안에서 하늘의 주심과 하늘을 향한 신앙심을 드러냄은 좋다고 생각한다. 구약성서에서도 히브리 민족은 하늘이 주신 땅 가나안에서 추수의 절기에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신명기 16장에는 제사의 때와 의식과 이웃과 함께해야 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히브리민족의 3대 절기는 유월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이다. 유월절은 독립기념일이고 칠칠절은 곡식을 거둔 추수 절이라면 초막절은 열매를 거둔 절기의 감사절이다. 일 년에 세 절기는 반드시 하나님이 택하신 장소인 성전에 와서 드리도록 중앙 성전 신앙에 강하게 뿌리하고 있다.

성전제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따라 그 힘대로 드려라 하심으로 십일조 신앙을 실천하도록 했으며 네 이웃에 기거하는 약한 이웃과 이방 백성과 성전에서 수고하는 성직자들과 함께 즐거워하라고 되어 있다. 예배는 하늘을 향한 제사이며 공동체를 치유하는 잔치다.

추석 한가위에는 고향을 방문하고 제사를 드린다. 가족과 문중의 큰 가족들을 만나느라 귀성길에 소요되는 교통 불편도 문제되지 않는다. 내게는 찾을 고향이 남쪽 땅에는 없다. 고향이 만주이기 때문이다. 1.4후퇴 때 어머니의 등에 업혀 흥남부두의 철수 마지막 배를 타고 거제도로 피난 왔기에 아직도 피난민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명절에는 늘 서늘하다. 명절 때 어려서는 이웃이 부러웠고, 좀 자라서는 쓸쓸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덤덤하다. 지금을 살고 있음이 감격이다.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이 땅에 가족과 살고 있음이 하늘의 은혜이다. 가족이 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놓고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늘 감사 합니다’ 하고 기도드림이 축제다. 식탁에서 가족들은 나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아버지는 밥 먹을 때만 천국이래.” 그래, 매 끼니가 잔치고 천국이다. 올해 추석 한가위에는 이 땅의 사람 모두가 고향 가족들을 만나 천국을 체험하기를 하늘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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