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 평화의 씨앗 심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조정팀장 이형우 집사

   
▲ 이형우 집사

“삶 속에서 평화를 일구기 위해 갈등을 직면하는 일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붙들고 날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모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평화’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절실하고도 익숙한 단어이지만 정작 평화를 우리 삶에서 어떻게 풀어내는가의 문제에는 막연하기만 하다. 이형우 집사(49, 대하교회)는 평화 훈련의 첫 걸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갈등에 직면하는 용기”라고 대답했다.

이형우 집사는 사단법인 개척자들(World Chritian Frontiers, WCF) 설립멤버로 20년 넘게 세계 분쟁지역에서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일에 헌신하다가 2년여 전부터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원장 이재영) 조정팀장으로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상황에 개입해 평화와 화해로 전환하도록 돕는 일을 해오고 있다.

세계 분쟁 현장에서든 우리의 일상에서든 갈등상황을 풀어내는 데 주력하는 과정에서 이 집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평화의 길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평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지속하기 위해서 선택한 ‘가난한 삶’에서는 세상의 가치기준을 따라갔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뜻밖의 풍요와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 평화훈련,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다
이 집사의 신앙여정을 살피려니 WCF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WCF는 90년대 초 한 교회의 청년 담당 전도사(송강호)와 청년들의 해외 비전트립으로부터 시작했다. 비전트립 후 세계의 분쟁과 재난, 굶주림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통해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를 가르치자는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평화학교’를 운영함으로써 갈등의 고리를 끊어내고 피스메이커로 역할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중점사역으로 펼쳐왔다. 이 외에도 무너진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사역도 진행해오고 있다.

WCF는 사역자들은 의무적으로 공동체생활을 하며 사역에 전념하도록 한다. 이 집사 가정도 경기도 양평의 WCF 본부에서 공동체생활을 해오고 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사역도, 가난한 삶도 그 속에서 풍성함을 누리는 것에 대한 나눔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난다.

세계 분쟁지역에 평화를 심는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지만 WCF는 작은 공동체로서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을 모색하며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매년 분쟁 현장에서 평화캠프를 열어 세계 각국 청년들의 참여로 평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평화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평화의 반경을 넓혀가도록 가르치고 지지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동티모르에서는 10년째 평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분쟁지역에 평화를 심고 꽃피우는 일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갈등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에서 사역을 지속해왔다.

“1994년에 르완다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곳 아이들에게 증오와 복수가 교육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르완다는 민족분쟁으로 후투와 투지 족 간의 싸움이었어요. 후투 족의 난민촌을 방문했는데 저녁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어른들이 아이들과 흥겹게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니 ‘투지 족을 잡아서 눈을 빼고 코를 잘라 씹어 먹자’는 내용이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에게 증오와 복수가 아닌 평화를 가르치는 것이 시급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 자발적 가난의 길 걸을 용기
선택은 쉽지 않았다. WCF 리더였던 송강호 전도사가 94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후에도 청년들은 기도모임을 지속했지만, 송 전도사가 98년에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고 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변해 있었다.

“청년 때는 나만 결심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 하는 가장으로서는 부담이 컸어요. 그때 ‘더 늦기 전에 하나님과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는 아내의 한 마디에 과감히 사표를 썼죠.”
그때부터 가난한 삶은 당연한 결과였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은 서로에게 “어렵지만 이 길이 맞다”는 힘과 용기가 되어 주었다. 특히 부부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같은 뜻을 품고 나아가는 것은 무엇보다 든든한 ‘빽’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하자고 했지만 막상 생활이 궁핍해지니까 두렵더라고요. 아파트에 3개월 관리비 체납자 명단이 공개되는데 늘 우리 집 호수가 붙어있는 걸 봐야 했어요. 우리는 괜찮은데 아이들이 “엄마 우린 이거 돈 없어 못하지?” 할 때면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WCF 사역과 지금은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사역을 함께하고 있는 아내 권승현 집사(48)는 하늘의 도우심을 구하며 걸어가는 이 길이 버거울 때가 있다고 했다. 아니, 늘 가난한 사역자의 삶은 하나님의 채우심을 경험하는 놀라운 현장이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 흔들리고 두려워하기도 하는 삶의 연속이다. 그래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볼 때 든든하다”고 권 집사는 말한다.

WCF에서 한국평화교육훈련원으로 사역지를 옮긴 것은 20년 넘게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고민 속에 내린 결정이었다. 훈련원은 워낙 평화 교육을 함께 해 온 형제 기관인데다 다른 삶을 경험해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얼마 후면 2년간의 WCF 휴직 기간이 끝나는데 WCF로 다시 돌아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부모의 삶에 대해 ‘자발적 가난’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해 주었지만 아이들은 친구들과 다른 삶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와 같은 삶을 강요할 순 없죠. 다만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를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평화의 길, 갈등에 직면하라
이형우 집사는 주로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회복적 정의에 근거한 갈등 해결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방식은 그동안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시키고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징벌적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문제를 덮는 것일 뿐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이 집사는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갈등에 직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은 문제 해결자로 설 것이 아니라 두 학생의 만남을 돕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털어놓을 때 화해가 일어나는 것을 목도한다. 그때 비로소 피해 학생도 온전히 상처를 씻어낼 수 있고 가해 학생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더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깊이 개입할수록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를 봅니다. 협상의 자리에서 아이들은 이미 풀려서 서로 장난치는데 부모들은 잘잘못을 따지느라 골이 깊어져요.”

이 집사는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 맺기”라면서 “그렇게 좋은 관계 맺음을 잘 하면 점점 평화의 반경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현장에서 이 집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평화를 발견한다”고 했다. 특히 WCF를 통해 해외 분쟁지역에서 사역하면서 경험하는 타종교와의 만남은 “기독교만을 위한 하나님이 아니라 온 우주 만물을 섭리하시는 분”이라는 걸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역할 때 머물 곳이 없어 난감하던 저희를 불교 수행 공동체인 정토회에서 숙식을 해결해 주셨어요. 그때 다양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봤습니다.”

이 집사는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중심에 종교 간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면 이웃 종교와도 평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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