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지각변동 일으키고 있는 예장통합 특별사면 의미, 논란

   
▲ 이명범, 김성현, 이승현, 변승우 목사가 예장통합으로부터 특별사면 받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 오른쪽부터).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이단 사면, 부작용 클 것
총회 유일의 이단 연구 기관인 이대위 입장 뒤집는 결정
이단 문제는 총회 결의 사항임에도 총회 이전에 선포 논란

용두사미, 자가당착…. 예장통합의 이단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두고 회자되는 말들이다.

예장통합은 사면 신청 접수 받은 지 7개월여 만인 9월 12일 이단 관련자들의 사면을 결정하고 선포했다. 그러나 교단 안팎으로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모호한 원칙과 기준에 의한 사면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 이대위의 입장 뒤집는 결정 논란

우선 이단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이 적법한가의 여부이다.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 최성광, 이하 이대위)의 결과에 따라 처리하게 돼 있는 100회 총회의 결의와는 다르게 특별사면위원회의 독단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특별사면과 관련해 100회 총회 결의에 따르면 ‘이단사이비와 관련하여 시벌 중에 있거나 종료된 자(면직, 출교)의 경우는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함’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특사위원장 이정환 목사는 “사면 대상 심사는 특사위가 하도록 돼 있다”면서 “사면위의 심사와 이대위의 보고를 최종 조율해 사면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단 관련자들의 사면 문제는 초기부터 특사위와 이대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이대위는 사면위의 요청에 당초의 ‘전면 불가’ 입장에서 다수 ‘사면 가능’으로 선회했었다. 그러나 특사위는 이마저도 이대위의 입장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 이단 관련자에 대한 입장이 몇 개월 만에 뒤바뀌는 현실도 그렇지만 특사위의 요청에 따라 사면 가능 입장으로 돌아선 이대위의 결정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단 관련자들의 특사 선포 시점에 대해서도 이대위는 줄곧 “이단 문제는 총회 결의사항인 만큼 정기총회를 거친 후에 선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것도 무시됐다.

이번 예장통합의 이단 관련자 특별사면은 과거 총회 이대위의 결정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과거 이대위의 판단에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단의 사면은 해지와 다르다?

특사위는 이단 관련자들의 사면 이유에 대해 대부분 ‘비본질적’인 부분으로 이단으로 정죄되었거나 이미 지적되었던 문제들이 해소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그렇다면 그동안 총회 이대위가 잘못 판단한 경우를 인정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특사위원장은 “잘못 판단했다기보다 판단의 폭을 넓힌 것으로 봐 달라”면서 “오순절교회 태동 시 이단성으로 정죄했지만 지금은 형제로 인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폭을 넓혀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단 관련자의 ‘사면’에 대한 모호한 풀이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장통합의 이단 사면에 있어 교단 안팎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 대부분은 ‘사면’과 동시에 ‘해지’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단의 사면과 해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장통합은 이단 관련자들의 사면에 있어 2년 간의 사면 유예기간을 두고 “유예기간 중 사면 받은 자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면취소를 결의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이에 대해 채영남 총회장은 담화문에서 “이단을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단적 주장과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단에 대한 사면이 이단 해지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이정환 특사위원장도 “이단이 아니기 때문에 해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용서하고 받아주어 바르게 지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운동의 향후를 주목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결정이 한국교회 안에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예장통합은 그동안 이단 대처에 앞장서왔고 이단성으로 규정한 곳으로 보자면 교단들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런 예장통합의 돌변한 모습에 여타 교단들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교회 장자교단을 자부하며 연합운동을 주도해 온 예장통합이 여타 교단과의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이단 사면’이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연합운동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거 이단 해지를 반대하며 한국교회연합이 출범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 예장통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단 문제를 다뤄온 방식은 ‘한번 이단은 영원한 이단’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한번 낙인찍히면 이를 풀어낼 방법이 요원했다. 이런 속에서 예장통합의 시도는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단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면서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채 끌어가는 모습을 한국교회는 단단히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 사면자들 잘못 시인·사과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이정환 특사위원장의 사회로 이단에서 사면된 이명범, 변승우 목사와 성락교회 담임 김성현 목사, 평강제일교회 이승현 목사가 직접 참석해 예장통합과 한국교회를 향해 “감사”하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고쳐나갈 것을 다짐하며 “사과”의 뜻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명범 목사는 “저는 24년 전 평신도로서 복음 전파를 위해서 일하던 중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표현과 오해받을 수 있는 몇몇 실수로 이단정죄를 받았다”면서 “예장통합 총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바른 신앙사역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승우 목사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이단 정죄로 성도들이 가슴아파할 것을 생각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에 죄송하다”면서 “예장통합총회 울타리 안에서 사역을 이어가려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통합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됐던 김기동 목사는 ‘감사와 회한 그리고 호소’ 제목의 글에서 자신은 정통적 기독교의 본질적인 신앙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비본질적인 신학적 지식이나 해석의 내용들, 즉 저의 귀신론이나 창조관 등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견해들이 이단시비에 이를 정도의 비판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과거는 완전히 청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락교회 담임 김성현 목사도 “한국교회의 성경중심적 신앙, 정통개혁적 신학, 복음주의적 목회를 지키고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강제일교회 담임 이승현 목사는 눈물로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교회로 인해 실추된 교회의 위상과 부정적 영향에 대해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10만 성도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긍휼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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