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상식이 무너진 사회는 최악이다. 그건 정글이고 약육강식과 강자독식의 야만이다. 부정을 저지른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처벌할 수 없는 사회는 상식이 무너진 것이다. 사회의 공적인 프로세스에서 법의 집행에는 반드시 검증과 확인과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른 집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공적인 결과가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면 문제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법 감정을 배반하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선진적인 재판에서 배심원 제도를 활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상식은 복잡하지 않다. 상식의 뿌리는 합리성 또는 객관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단체를 만들면서 돈을 모금했는데 그 금액이 팔백억 원이나 된다. 모금도 단시간 내에 이뤄졌다. 주로 기업들이 돈을 냈는데, 돈을 낸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인에는 약속한 기부금도 잘 내지 않으면서 새로 만드는 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 그 단체의 법인을 만드는 데 공적인 절차에 하자가 많았다. 관할하는 정부 부처에서 거의 검증을 하지 않았다.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 얘기다.

이 정도 되면 어떤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뻔하다.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어느 인사 등 얘기도 나오고 공직에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 이름도 언론에 파다하다. 이 글에서 지금 이 두 재단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당히 많은 사안들 중에서 하나의 예로 든 것뿐이다.

상식과 합리성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시대적인 분위기나 정신적인 흐름에 따라서 편차가 상당히 나기도 한다. 육이오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남북이 대치상황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핵무기나 공산주의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 국내 정치권이 집단 이기주의로 첨예하게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법치나 경제 정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최대한 상식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지켜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로 끌려간다.
이 글의 요점은 상식과 합리성에 대한 기독교적 시각이다. 성서에 근거한 기독교 신앙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사람은 고귀하다. 인권의 기독교적인 관점은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형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성적인 능력이다. 이성의 능력에서 합리성이 중심이다. 좀 다르게 표현하면 사유의 능력인데, 자신을 대상으로 놓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다.

생각해 보라. 다른 동물이나 존재들과 견줄 때 사람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이성의 힘을 갖고 객관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문화, 과학, 예술,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어야 산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먹는 것이 단지 생명 연장의 수단만은 아니다. 먹는 데도 문화가 있다. 음식 문화는 계속해서 변한다. 동물 세계에 음식 문화가 있을 리 없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당신의 뜻을 계시하신 것이 기록된 성서의 말씀이다. 말씀이 사람에게 전달되는 방식도 이성의 합리성이다. 성경은 암호나 신비적인 기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언어 현상을 통해 뜻이 전달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독교 신앙은 이 계시의 말씀을 진리라고 믿는다. 여기에 근거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판단한다. 말하자면 기독교적인 사람됨은 성서의 말씀에 터한 합리성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합리성에서 볼 때 거짓말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죄다. 가장 상식적인 일을 꺾거나 비틀거나 교묘하게 초점을 흐리는 것은 더 심한 죄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미는 것도 그렇다.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려면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이런 합리성을 세우며 지켜가야 한다. 소집단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에 터한 합리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까닭이 이 주제와 연관돼 있다. 사회가 어떠하냐를 묻기 전에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어떠하냐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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