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건 목사 |
7년째 운영, 자리매김-신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지역을 섬기니 그곳에 정이 싹튼다
매일 30~40명 아이들과 학부모 등 만나게 돼-고민도 들어주고 꿈과 비전 심어주다
평일인데 아주머니, 할머니, 학생들이 교회에 출입한다. 이유는 ‘도서관’에 있었다.
안양시 만안구에 자리한 신광교회(김문건 목사) 1층에는 ‘징검다리 작은도서관’이 마련돼 있는데, 오후 4시쯤 되자 한가하던 도서관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교회 내 도서관 풍경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 어린이는 늘 보던 책이 있는 곳으로 가서 책가방을 책상 위에 놓고 어제 읽던 책인 듯 책을 꺼내 곧바로 ‘읽기’에 돌입한다. 이 교회 도서관이 없었을 때는 차를 타고 멀리 다녔는데, 교회에 도서관이 생긴 후부터는 거의 매일 이곳에 온단다. 읽고 싶은 책은 웬만하면 거의 다 있다면서 만족해한다. 그 아이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는 않는다.
비슷한 또래의 한 아이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무언가를 자꾸 질문한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인데 부모님이 안 계셔서 좀 불안한 정서를 보인다고 김 목사는 설명한다, 가정환경이 힘든 걸 알고 더 세심하게 돌보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할머니와 함께 예배에도 참석하고 있는 ‘신자’란다.
김문건 목사는 도서관 관장이지만 불리는 호칭이 다양하다. 아이들은 ‘아저씨’나 ‘선생님’, 어른들은 ‘관장님’이나 ‘목사님’으로 통한다. 김 목사는 호칭이 무슨 큰 의미냐고 하면서도 “사람들이 아저씨, 혹은 선생님에서 몇 달 지나면 목사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얼마 가지 않아 교회에 나오게 된다”고 말한다.
도서관 문을 연 지 만 7년, 교회 구성원 중 80% 이상이 이곳을 통해 이리저리 연결되어 ‘신자’로서 자라고 있다는 설명이다.
◐ 지역에서의 교회 모습 든든히
도서관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데, 인근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역할을 한다. 수학도 가르쳐주고, 책도 읽어주고, 놀아주고, 질문에 답도 해주는 등 거의 1:1로 도움을 준다.
고등학생들은 이런 ‘자원봉사 선생님’의 역할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이나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김 목사는 틈틈이 이 학생들과도 대화하면서 하나님의 비전을 나누기도 하며, 이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기를 소원한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책을 사는 ‘나들이’를 한다. 혼자 가서 사와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2~3만원 범위에서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면 신나게 고른다. 그리고 열심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아이들 중에는 “목사님이 책을 읽어줘서 꿈이 생겼다”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신광교회는 지난 여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했는데 교회 학교 아이들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더 많이 참여하자 오히려 ‘우리 목사님을 빼앗겼다’며 서운해 하는 이색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그러나 독서와 성경 읽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모습도 보였다.
가을에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보는 우리 동네’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10월 22일 개막하는 영화제는 5분짜리지만 지인 중 영화감독의 도움을 받아 시사회와 함께 마을 잔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목사는 전도도 안 되고, 교회도 외면 받는 시대,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지역교회를 섬기며 나가는 일이 이 시대의 해답이 아닐까” 하고 말한다.
교회를 섬기는 마음으로 지역을 섬기면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을 그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하루에 30~40명 주민들을 이 도서관을 매개로 해서 꾸준히 만나게 되는데, 목회자들도 그런 만남을 통해 힘을 얻고 생기를 얻는다.
교회에 오라고만 하지 말고, 올 수 있는 길을 터주고, 하나님의 복을 받으러 교회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이고 싶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특히 지역을 섬기고 나누는 교회, 그래서 이 지역에 ‘신광교회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는 말들을 여기저기 주민들로부터 듣게 되는 그 ‘맛’의 힘을 그는 안다.
목사다운 목사라며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 목사 역시도 책임감과 함께 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세탁소에 갔는데 신자도 아닌 그 사장님이 ‘목사님 가운 세탁비를 어떻게 받겠느냐’며 만류하는 모습, 그렇게 주민으로부터 목회자로 인정받는 것에 감사한다.
그뿐 아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간식이라고 인근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갖다놓고 간다. 한 달에 한 번은 오후예배 없이 뒷마당에서 지역주민과 식사를 하는데, 예배는 안 드리면서 식사 준비는 자기들이 한다.
김 목사는 외부에 일이 있다가도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달려온다. 도서 대출부터 상담하기, 전화 받기, 아이 돌보기 등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을 한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그 자체가 그에게는 또다른 ‘은혜’인 것 같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하나님이 펼쳐놓으신 길을 함께 걸어가는 마음으로, 신자들과 주민들 모두와 그 여정에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가고 싶습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