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배 목사꿈을이루는교회 담임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448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은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90.2%가 ‘있다’고 했다. 열의 아홉이 화병이 있다는 것이다. 열의 아홉이라면 그리스도인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경에 가인의 후손 라멕은 ‘내가 내게 상처를 입힌 남자를 죽였고 나를 다치게 한 청년을 죽였다’고 했다(창 4:23). 사울은 자기 아들 요나단이 다윗을 감싸자 ‘너 사악하고 반역하는 여인의 아들’이라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창을 던져 요나단을 죽이려고 했다(삼상 20:30). 라멕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나 사울이 보여준 살인 충동은 모두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일어난 일이다. 한순간 자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폭발적으로 터져버린 이와 같은 사건을 흔히 ‘분노조절 장애’라고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간헐적 폭발 장애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이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가스렌지 위에 얹어 놓으면 부글부글하면서 끓다가 주전자 뚜껑의 작은 구멍으로 수증기가 나온다. 조금 더 지나면 그 뚜껑이 벌렁벌렁하며 열렸다 닫혔다 한다. 물이 끓으면 수증기의 압력이 발생하면서 뚜껑을 들어올리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을 때 속된 말로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을 쓴다. 뚜껑이 열릴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말이나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압력밥솥에 밥을 지으면 차지고 맛이 좋은 밥을 먹을 수 있기에 주부들이 애용하고 있다. 압력밥솥은 정상 압력보다 높아지면 밸브가 열리면서 압력을 빼 주고, 압력이 낮으면 막아서 높여주므로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게 한다. 밥솥 안의 압력이 정상보다 높은데도 압력을 빼주지 않으면 밥솥이 아니라 폭탄이 되고 만다. 마음속의 화 혹은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해소되지 않으면 폭탄처럼 위험하게 된다.

요즘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빗댄 용어이다. ‘수저론’은 대한민국에서 근래에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원래 이 말의 어원은 영어 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에서 유래한 것이며, 유럽 귀족층에서 은식기를 사용하고, 태어나자마자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을 빗댄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으로 본인의 수저가 결정된다는 사회 이론이다.
후대의 자손들에게 이어지는 대물림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다. 긍정적인 것은 좋은 전통, 바른 습관, 부와 재물 그리고 직업 등이 있고, 부정적인 대물림에는 단명, 상처, 무당, 이혼, 육체적 질병 또는 정신적 질환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가정폭력이 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더 폭력적이 되고, 못된 시어머니 아래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는 나중에 더 못된 시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분노의 대물림이라고 한다.
한 에스키모가 화가 나 화가 사라질 때까지 무작정 걷다가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자 그곳에 막대기를 꽂고 되돌아왔다. 그가 화가 날 때마다 그곳까지 갔다오면 화가 가라앉는다는 소문이 주변에 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 막대기를 찾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 나무가 화를 다스려주는 신통한 능력(?)이 있는 줄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라는 말대로 자기 경험을 따라 화가 날 때 냉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떤 이는 화를 촉진하는 음식이 있고, 가라앉게 하는 음식이 있다며 화를 가라앉히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어린 시절에 겪은 폭력이나 억압, 욕구 불만 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고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이요법, 약물치료, 심리치료도 필요하지만 자기 힘으로 안 되고 자기 능력으로 안 될지라도 성령 안에서 가능하다(슥 4:6). 잠언의 말씀처럼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진정 큰 용사이며, 성을 정복하는 자보다 큰 영웅이다(잠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