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 인물과사상사 편집장

“마루젠이나 기노쿠니야는 한국의 서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일본 서점을 둘러보면서 우리도 역사가 깊고, 축구장보다 크고, 수많은 책으로 둘러싸인 서점을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산문집을 읽다가 ‘마루젠(丸善)’이라는 단어에 눈이 멈췄다. 아쿠타가와는 문학잡지에 소개된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의 <타이스(Thais)>를 마루젠 서점에 가서 구입해 읽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탄복했다며 누가 아나톨 프랑스의 책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타이스>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마루젠이라는 서점이 있기에 서양인의 영혼을 다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글의 말미에는 그가 1921년 2월에 집필했다고 적어놓았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의 일화다.

마루젠은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이다. 100여 년 전에 아쿠타가와가 들러 책을 구입했다고 하니 최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사실 마루젠은 창업한 지 147년이 된 서점이다. 서점이 150년 가까이 생존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처럼 일본에는 오래 역사를 갖고 있는 서점이 꽤 있다. 산세이도(三省堂)가 136년, 유린도(有隣堂)가 122년, 기노쿠니야(紀伊國屋)가 80년이라고 하는데, 부러울 따름이다. 더구나 이 서점들은 일본 서점계를 대표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점으로 알려졌으며, 소규모 서점이 아니라 기업형 서점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종로서적은 1907년에 기독교서점으로 시작했지만, 2002년에 사라졌다. 종로서적이 살아남았다면, 그 역사가 110년이나 된다).

2015년 7월 도쿄국제도서전에 출장을 갔다가, 도쿄 신주쿠에 있는 기노쿠니야(미나미점)와 도쿄역 바로 앞에 있는 마루젠(도쿄역점)에 들렀다. 서점이 대기업 빌딩처럼 우뚝 서 있어 깜짝 놀랐다. 몇 년 전에 오사카 우메다역 근처에 있는 기노쿠니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나는 축구장인 줄 알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사방은 수많은 책으로 싸여 있었다.

마루젠이나 기노쿠니야는 한국의 서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마루젠은 인상적이었다. 입구 출입문 위에는 검정색 동그라미 안에 고딕체로 ‘M’이라는 로고가 마루젠을 상징하고 있었다. 또 1층부터 4층까지 분야별 도서가 서가와 매대에서 독자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출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 서점을 둘러보면서 우리도 역사가 깊고, 축구장보다 크고, 수많은 책으로 둘러싸인 서점을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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