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는 곳마다, 열리는 행사마다 발언대에 선 이들의 입에서, 성명이나 선언문 등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새로워질 것을 촉구하는 소리들, 제2의 종교개혁 운운 하는 이야기들이 정작 종교개혁 50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는 쏙 들어갔다.

두 가지로 생각해본다. 먼저는,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가 말만 가지고 되지 않고 생명체들이 죽음과 같은 변태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얻듯, 한국교회 역시 새로움을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깨달음일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감히 종교개혁 500주년 운운 하며 화려한 말들로 오늘의 한국교회 치부를 가릴 수 없음을 자각하고 말을 닫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둘 다 좋다. 전자든 후자든 새로움을 향한 실제적인 걸음의 준비단계라고 볼 때 섣부른 이벤트 식 행사보다 차라리 잠잠히 나를 돌아봄이 유익이 아닐까 싶다.

종교개혁으로 출발한 기독교 신교, 그러나 그 정신을 얼마나 구현해내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오히려 당시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가톨릭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하나만 제대로 해보면 어떨까.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이 각 교단별로, 기관별로 준비되고 있다.

한국교회 교단이 수백 개로 나뉘어 많은 인적, 물적, 영적 자원이 공회전으로 소진되는 것을 볼 때 종교개혁 500주년만이라도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다. 종교개혁 500주년, 교단들 간의 한 몸 되기 훈련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