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평가(評價)하다’는 말은 물건이나 사물의 가치를 헤아려 매긴다는 것이다. 넓게는 어떤 사안이나 주제에 대하여 가치나 적절함을 가늠하는 것이다. 평가하다 자체에는 부정이나 긍정의 뜻이 없다. 높이 평가하다, 과소평가하다처럼 긍정이나 부정을 뜻하는 말이 붙어야 한다. 요즘 언론에서 평가하다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으로 쓰기도 하는데 우리말 쓰임새에 맞지 않다.

평가의 기능은 사람 삶에서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모든 교육 기능에는 평가 시스템이 있다. 공직에도 그렇고 운동 경기에도 마찬가지다. 유행어로 많이 쓰이는 ‘가성비’ 곧 가격 대비 성능이란 말도 평가와 관련된다. 어떤 영역에서든 어떤 방식이든 무릇 평가는 공정해야 하고 충분해야 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 특히 사람을 평가할 때 마땅히 그래야 한다.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면 사회가 망가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평가 시스템이 망가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사회의 평가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법이다. 법 앞의 평등이란 고전적인 명제에는 사회적인 평가에서 그 누구도 예외적인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법에는 공적으로 발동되는 강제 권력이 포함돼 있어서 법에 따른 사회의 평가 시스템을 훼손하는 사람을 벌한다. 사회의 무질서 상태를 아노미 현상이라고 하는데 ‘아노미’란 단어가 법을 뜻하는 헬라어 ‘노모스’ 앞에 부정을 뜻하는 ‘아’가 붙은 말이다.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 곧 무법천지란 뜻이다.

평가 시스템이 정의롭게 작동되는 사회의 기본 조건이 법의 공정한 집행이다. 우리 사회로 말한다면 수사와 기소를 장악하고 있는 검찰이 바로 서는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다. 검찰뿐 아니라 사법체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제도 신뢰도가 27%로 조사 대상 42개 나라에서 39위다. 우리보다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다.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인데 83%다.

이른바 5대 사정기관이라고 하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은 법의 공정한 집행을 위해 법이 정한 수사와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이들이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되는 일에서 심판관인 셈이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심판의 정확성과 공정성이다. 정확하지 않으면 부실이요 공정하지 않으면 부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맨살이 드러났다. 이 심판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기본 조건이 법의 공정한 집행이라면, 그보다 더 성숙한 사회는 법적인 다툼으로 가기 전에 평가 시스템을 지키는 사회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사회적 비평 또는 비판 기능이다. 사회의 비평 기능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동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언론, 종교, 시민단체라 할 수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여론이 왜곡되고 조작된다. 종교가 종교답지 못하면 사람들의 정신이 흐려지고 도덕이 뿌리부터 무너진다. 감시 기능을 잃어버리면 시민단체는 구성원의 이익만 도모하는 소집단 이기주의의 표출일 뿐이다.

왕조 시대 그것도 독재 왕정 시대에나 있을 법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국정(國政) 곧 국가의 정치를 농락한 정도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국기(國基) 곧 나라를 이루고 유지해 가는 법의 터전을 헤집은 사건이다. 그런데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사회적 비평 기능이 작동하지 못했다. 성경 이사야서의 표현으로 하면 집을 지키는 개가 짖지 않았다. 이사야서 56장 10~11절이다.

“백성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것들은 눈이 멀어서 살피지도 못한다. 지도자가 되어 망을 보라고 하였더니, 벙어리 개가 되어서 야수가 와도 짖지도 못한다. 기껏 한다는 것이 꿈이나 꾸고, 늘어지게 누워서 잠자기나 좋아한다. 지도자라는 것들은 굶주린 개처럼 그렇게 먹고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백성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어서도 분별력이 없다. 모두들 저 좋을 대로만 하고 저마다 제 배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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