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가시적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작은 공동체,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

30명 이상 되면 분립, 각 공동체마다
지역 섬김의 미션 수행하며 복음의 현장성 경험하도록

10년간의 힘겨운 걸음, “교회다움·목사다움·
성도다움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었다”

 

   
▲ 김종일 목사

“동네작은교회는 큰 게 성공이라는 물량주의 바이러스에 대한 반격이랄까요. 우리의 작은 모습 그대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현장, 교회다움을 세상에 드러내는 현장이 되길 바랍니다.”

성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게 한국교회 전반의 분위기인데 교회에서 성도들이 나가는 걸 권장하는 교회가 있다.
소규모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네작은교회’는 30명 이상 되면 분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성도 가운데 12명 이상이 뜻을 모으면 하나의 공동체로 분립이 가능하다. 주일날 공동체별로 예배드리고 각자 소그룹 활동을 통해 공부하고 삶을 나누고 또 세상 속 섬김을 이어간다.

공동체 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전체가 모여 함께 예배하며 서로 힘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세상 속에서 펼쳐갈 수 있도록 지지기반이 되어준다. 동네작은교회 담임 김종일 목사(52)를 만나 별난 개척 스토리를 들어봤다.

#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동네작은교회는 기존 교회와는 조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유기적이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작음’을 고수해왔다. 그 방법은 성도 수가 늘어나면 분립하는 것이다. 분리해 나가는 공동체는 한 주씩 떨어져서 예배드리는 것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완전한 분립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재정과 예배, 사역, 훈련 등을 모두 독립적으로 한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만난 한국의 청년들에게 어느 교회 다니느냐고 물으면 큰 교회에 다니는 청년들과 달리 작은 교회에 다니는 경우 ‘그냥 동네작은교회에 다닌다’며 말을 흐리는 것을 보면서 진짜 ‘동네작은교회’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지만 지역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교회 공동체 말예요.”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비전을 구체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척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초기에는 지하철역에서 전도지도 열심히 돌려봤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나눠준 전도지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새롭게 도전한 것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성경공부 모임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2007년 네 명이서 시작해 20명이 되자 동네작은교회 설립예배를 드렸다. 현재는 100여 명으로 늘었고, 헤브론공동체, 그몸공동체, 뉴송공동체, 남은이공동체, The 작은공동체 등 5개의 공동체로 모여왔다.
주변에서는 ‘유학까지 다녀와서 왜 이러고 있느냐’는 말들도 하지만 김 목사는 “이러려고 유학 갔다 온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예수님도 복음 전도를 위해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셨는데 한국교회는 모이는 교회의 기능에만 충실한 현실이에요. 하나님 선교의 결과물인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로 세상에 들어가 그곳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현장인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동네작은교회는 별도의 교회 건물을 갖지 않는다. 또한 김종일 목사를 비롯해 공동체를 이끄는 ‘디렉터’들은 교회로부터 일부 사례를 받지만 별도의 생업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회가 목회자의 생활을 책임지느라 교회 본연의 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 “초대교회 당시 사도와 선지자, 교사, 복음증거자 등 각자가 자기 일을 갖고 있으면서 은사대로 교회에서 역할을 감당하던 수평적 리더십”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그룹 모임이 늘어나면서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인근의 창고를 임대한 것을 카페로 꾸며 ‘사과나무’ 간판을 달고 지역에 개방하고 동네작은교회 공동체들의 소그룹 모임 등을 위한 ‘아지트’로 삼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김 목사가 이끄는 남은이공동체의 주일 예배는 한 병원의 카페테리아에서 드리고 다른 공동체들도 카페나 사무실 등에서 예배드리고 있다. 설교는 ‘디렉터’가 맡는다.

또한 각 공동체마다 모이는 지역의 필요에 따라 고려인 사역이나 요양원과 무허가 판자촌을 섬기는 것 등은 교회가 지역의 일원으로서 그 속으로 들어가는 현장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경기도 성남에 동네작은도서관을 마련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책을 통해 꿈꾸는 미래를 열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공동체가 분립할 때는 반드시 미션을 정하도록 합니다.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보여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입으로만 말하는 복음은 개념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에 그치고 맙니다. 구체적인 미션은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치고 삶으로 드러내는 복음, 우리에게 복음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경험하게 합니다.”

# 목사와 성도, 함께 배우고 자라가다

동네작은교회가 벌써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새로움을 향한 도전, 그 걸음은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김 목사는 그리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공동체 전체가 모인 지난여름 수련회,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한 자리에서는 성토대회를 방불케 할 만큼 무수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과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졌어요. 이대로 갈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으니까요. 작음으로 살아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작은 공동체로, 유기체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어요.”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 하나로 연합해 힘을 다지고 다시 분립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그렇다면, 실패일까? 그 질문에 김 목사의 대답은 확고했다. “아니오!” 여름 수련회에서 터져나온 불만과 실제적인 고민들은 김 목사에게나 성도들에게도 아픈 이야기였지만 그는 “교회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배움의 대상은 목사와 성도 모두의 몫이라는 얘기다.

“교회는 하나의 몸이라면서 숫자가 많으면 1년이 지나도 서로 몰라요. 사람 많으면 시스템은 잘 돌아가겠지만 시스템이 필요한 것 자체가 이미 유기체임을 포기한 것이지요. 유기체는 존재 자체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가 되어 자립적으로 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10년간 동네작은교회 목회를 통해 목사다움을 터득해가는 것이 김 목사 자신에게 큰 가르침이었다고 했다. 또 교회를 목회자 한 사람이 주도하지 않고 작은 공동체들로 나눔으로써 성도들 스스로 자립적인 모습으로 서가는 것을 보며 ‘만인제사’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는 것도 큰 기쁨이다.

“예전에는 성도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속 작은 공동체로 살아가는 훈련을 통해, 함께 하는 성도들을 통해 내가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목사도 여러 성도 중 하나일 뿐입니다.”

김 목사는 “우리교회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음을 지향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우리만의 방식일 뿐”이라면서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현장으로서의 교회가 되도록 성도들과 함께 힘들지만 성령의 이끄심 따라 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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