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스 의회에서 이단 혐의 소명 후 바르트부르크 성에서의 유폐 기간 조명

“목숨의 위협, 개혁의 위기, 두려움과 유혹, 고립과 고독,
자기회의… 인생의 광야와도 같았던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루터가 가장 창조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주목”

 

   
▲ <루터의 밧모섬>
제임스 레스턴 지음/
서미석 옮김/
이른비

프로테스탄트(기독교 신교)의 출발점이 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그 5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루터를 추앙하는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종교개혁이 우리와는 동떨어진 신화처럼 들리는 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저술가인 제임스 레스턴에 의해 인간 루터가 되살아난다. 이 책은 종교개혁의 과정에서 루터에게 가장 고통스러웠을 당시를 조명한 것으로 루터가 보름스 의회에서 이단 혐의에 대해 소명한 후 1521년 4월부터 1522년 3월까지 1년여 동안 독일 아이제나흐 인근의 바르트부르크 성에 홀로 유폐되어 있던 때의 내용이다.

로마 교황청은 루터를 이단이라고 공식 선언했고, 법의 보호를 박탈함으로써 그를 이중의 위험에 빠뜨렸다. 발각되면 체포되어 화형당할 수 있는 위기 속에서 그는 11개월 동안 종적을 감춘 것이다.
그가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숨어 지내는 동안 개혁운동마저 동력을 잃고 그 불길이 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심적 고뇌와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홀로 모든 것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될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책은 16세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삶과 고뇌, 결단을 묘사하면서 위기에 처한 인간 루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왜 이 시기가 특별할까? 저자가 주목한 것은 루터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절체절명의 순간이 그의 문필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목숨의 위협, 개혁의 위기, 두려움과 유혹, 고립과 고독, 자기회의… 인생의 광야와도 같았던 바르트부

   
▲ '융커 외르크'라는 가명을 쓰고 바르트부르크 성에 숨어 지낼 때의 루터. 머리와 턱수염을 길렀으며, 정치적 이유로 곤경을 겪고 은신 중인 편격 기사처럼 행세했다.

르크 성에서 루터가 가장 창조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저자는 ‘루터의 고립된 상황’이 이야기꾼인 자신에게 큰 선물이었다고 말한다.

육체적 고통, 불길한 운명에 대한 예감, 지옥과 사탄에 대한 환영, 죄의식에 시달리는 악몽으로 힘겨운 속에서 루터는 바르트부르크 성을 ‘나의 밧모 섬’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독일어 신약성서를 번역하는 등 초인적인 과업을 이뤄냈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친구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개혁의 흐름을 주시했고, 세상을 향해 쉼 없이 글을 썼으며, 독일 민중을 위해 성서를 번역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루터가 질병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그리스도인으로서 근원적인 질문들과 대면했다는 점이다. 사제로서의 서원, 금욕, 성, 사제의 결혼, 천국과 지옥, 순종과 불순종, 교회의 권위, 각 개인의 신앙 등의 문제와 씨름했다. 그런 속에서 그는 교황에서 벗어난 그리스도교를 구상했고, 새로운 성서 교리를 만들었으며, 편지·강론집·소논문·번역물 등 방대한 저작물을 남긴 것이다.

책은 루터를 마냥 성인으로 미화시키지 않고 종교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육신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나약함 등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종교적 교리나 용어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루터의 개혁운동이 당시 국제적·정치적·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확립되어 갈 수 있었는지도 짚었다.

저자는 개혁자 루터도 약점 많은 인간이었음을 지적한다.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에 대해 거칠고 냉혹한 태도를 보였으며, 반유대주의 편견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