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을 위한 청개구리 식당 운영하는 이정아 대표(선한목자교회 사모)

매주 목요일 가출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 제공, ‘문제아’
‘비행청소년’ ‘쓰레기’? 제 궤도 찾아갈 ‘청개구리’ 같은 ‘내 새끼’

지역의 어려운 이웃 위해 기꺼이 교회 문 열어놓는 선한목자교회
공동체, 부르심에 순종하는 한 사람 통해 사역 이어간다

 

   
▲ 이정아 대표

“왜 이렇게 사세요?”
그때 그 아이와 나눈 대화를 잊을 수 없다. 아무 조건 없이 거리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이유를 그 아이는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인간 같지 않은 애들에게 밥을 먹여요?”
왜? 왜…. 차마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이란 말은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도 무허가 천막 치고 장사하며 자식들을 먹여 살리셨어. 단속반이 때려 부술 때면 난 너무 무섭고 슬펐지만 엄만 다음날 또 천막을 치셨지. 난 네가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면서 밥 먹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만히 자신이 받아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이는 결국 조직폭력배에서 나와 새 일을 찾았다.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경기도 부천의 광장에 천막을 치고 잠시 길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청개구리 식당’.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학교와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문제아’, ‘비행청소년’ 더 심하게는 ‘쓰레기’라고 부른다지? 하지만 청개구리 식당 이정아 대표(49)에게 그들은 언젠가 제 궤도를 찾아 번듯하게 인생을 꾸려갈 ‘청개구리’ 같은 ‘내 새끼들’이다.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청개구리 식당은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연다. 매번 40여 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아 따듯한 밥 한 끼에 몸과 마음을 녹인다. 처음엔 이 대표를 비롯해 3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20여 명이 함께 봉사하며 거리의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있다.

1호선 부천역 앞 공터에 천막을 친 지 6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켰는데 지난 5월 드디어 그곳에서 쫓겨났다.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구는 진즉부터 있었다. 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버티고 버텼는데 건축주로부터 멱살잡이 당한 날은 참을 수가 없었다. 술에 취해 온갖 행패 부리던 그의 “양아치들, 인간쓰레기들에게 왜 밥 주냐?”는 말에 화가 폭발했다. “이 세상에 무가치한 인간은 없다”는 말과 함께 “다음 주부터 안 온다”고 선언했다.

당차게 선언했는데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막막한 심정으로 기도하며 공간을 찾는데 안성맞춤인 곳이 나타났다. 거기다 월세도 시세보다 반으로 깎아준다는 게 아닌가. 아늑한 공간을 마련하니 아이들이 식사하는 것도 편안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도 좋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눈빛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잖아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이정아 대표는 부천 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53)의 사모이다. 이들 부부는 미국에서 세이비어공동체를 경험한 후 돌아와 2003년에 교회를 개척한 때부터 줄곧 어려운 이웃을 돕고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이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라 믿기에 다양한 경로로 도움요청이 오거나 오갈 곳 없는 이들이 연결될 때면 한 번도 거부한 일이 없다.

“하나님은 우리의 섬김을 통해 당신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베푸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일에 순종하며 따라갈 뿐입니다. 일을 시작하면 환경을 열어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십니다.”

 

 

   
▲ 청개구리 식당에서 아이들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받고 있다.

 

# 나를 향한 부르심을 발견하다

그 전에 10년간 후임목회 했던 곳에서는 성도들과 갈등이 컸다. 부임 첫 날 “교회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힌 목회자를 옳다고 여기면서도 성도들은 버거워했다. 그런데 지금의 성도들은 “이런 짓(이웃 섬김)”을 함께하기 위해 모인다니 목회자나 성도들이나 손발이 척척이다.

선한목자교회는 4개의 작은 공동체가 움직이면서 ‘이웃을 네 몸과 같이’를 실천해가고 있다. 이정아 대표가 이끄는 청개구리식당이 속한 ‘물푸레나무 공동체’, 장애아동들과 주말활동을 함께하는 ‘좋은주말’과 주중에 장애아동들의 방과 후 생활을 돌보는 ‘작은 가정’이 속한 ‘쉴터 공동체’, 여러 이유로 가족과 살 수 없는 청소년들이나 장애우들이 함께 살아가는 3가정이 속한 ‘샬롬빌리지 공동체’, 장애우들의 자립활동을 돕는 ‘함박 공동체’ 등이다. 각 공동체에는 리더인 ‘서번트’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교회에서 3년의 ‘서번트 리더십’ 과정을 훈련받은 평신도들로 생업을 갖고 있으면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 훈련은 나를 향한 부르심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훈련을 마치면 공동체의 봉사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서번트들은 공동재정, 공동분배의 원칙에 따라 수입과 지출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교회 성도들은 25명 남짓, 규모에 비해 선한목자교회가 하는 일들은 꽤 큰 규모의 교회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듯 보이는데, 이 대표는 “부르심에 순종하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한목자교회 사역들은 서번트 리더십 훈련을 통해 자신의 부르심을 발견한 이들에 의해 세워졌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삶에서 전환하는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 앞에 서는 삶”이다. 사역을 이어가면서 왜 어려움과 갈등이 없을까. 그럴 때면 다른 데서 답을 구하기보다 각자가 홀로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길을 묻도록 한다. 그럼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다는 것이다. 서번트들은 매일 아침 7시, 정오, 밤 10시, 하루 세 차례 기도모임을 갖고 말씀을 읽고 침묵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서는 훈련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고 노동하는 수도원적 영성을 도시 속에서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다양한 사역을 이어가려면 재정이 만만치 않을 텐데? 질문에 이 대표는 눈만 껌벅껌벅. 제일 많이 듣는, 가장 난처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필요한 그만큼씩 채워주셨다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여정”이라고 했다.

가정에서 성 학대당한 여자아이가 갈 곳이 없다는 요청에 이 대표 가정이 살던 집을 내주고 자기들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가 하룻밤 지내더니 “사모님, 너무 추워서 못 자겠어요” 하며 힘들어하는 게 아닌가. 여태 살던 집인데, 아이의 말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떻게 할까요?” 기도했더니 “니가 안다”는 응답. 맙소사. ‘아멘’ 하고 집 리모델링 비용을 셈해보니 적게 잡아도 3천만 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일단 공사를 시작하고 비용을 고민하는 이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한 NGO기관에서 가장 큰 금액이 들어가는 ‘샷시’를 해주겠단다. 그리고 마지막 잔금 치르는 날, “주님, 오늘이 그날입니다”하고 새벽에 기도했는데 전화가 왔다. 직원들이 성과급 반납한 것을 지역의 뜻있는 곳에 쓰고 싶다고. 전혀 모르는 이를 통해 하나님이 물질을 보내주셨다.

“여건이 마련된 후에 일하겠다 하면 절대로 못해요. 하나님이 주시는 일감이라면 일단 시작하면 환경을 바꾸시고 채우십니다.”
하나님의 사인을 기다리면서 ‘느리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대표는 “느리다고요? 누구의 기준인가요? 하나님의 시간에 우리를 맞추어야 한다”면서 “하나님 앞에 선 나의 삶을 항상 선택하는 것이 신앙의 힘”이라며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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