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판은 영국의 펭귄북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펭귄북스를 창립한 앨런 레인은 “보통 사람들 누구나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문고판을 출간했다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판형의 책이 문고판이다. 사실 문고판은 책의 대중화의 선봉에 서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책이 ‘권력’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책을 접할 수도 없었고, 읽을 수도 없었다. 가죽으로 책표지를 만들었고 크고 무거워 ‘멋진’ 귀중품처럼 취급되었다. 그래서 책을 갖고 다니기가 불편했다. 부자들이 도서관에서 고급 취미쯤으로 했던 행위가 독서였다.

문고판은 영국의 펭귄북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펭귄북스를 창립한 앨런 레인은 “보통 사람들 누구나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문고판을 출간했다. 당시 레인은 애거서 크리스티를 만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값싸지만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935년 7월 30일 에릭 링클레이터의 <시인의 술집>이 선을 보였고, 6만3,500부가 판매되었다. 가격은 당시 담배 10개비를 살 수 있는 2.5펜스였다고 한다(신문도 마찬가지였다. 1833년 『뉴욕선(New Yo가 Sun)』이 신문 가격을 1페니로 책정하자 독자들이 늘었다. 당시 신문 가격은 6페니였다).

그에 앞서 독일에서는 1867년에 레클람출판사에서 ‘레클람문고’라는 저렴한 가격의 책 시리즈를 문고판으로 창간했다(최초의 문고판은 16세기 이탈리아 베니스의 출판인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처음 만들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문고판은 가격과 판형이 이후의 문고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책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였다.

일본에서는 이와나미서점이 1927년에 이와나미문고를 창간했다. “이제 지식과 아름다움은 특권층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진취적인 민중의 절실한 요구다. 이와나미문고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이와나미문고 시리즈에는 처음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도 포함되었다. 현재 일본에는 문고판과 별도로 신서판과 같은 문고판을 개량(?)한 판형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고판의 역사는 깊다. 삼중당문고, 을유문고, 범우문고부터 시작해서 여러 출판사에서 많은 문고판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고판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살림출판사의 ‘살림지식총서’는 2016년 12월 현재 551권째를 펴냈다. 책세상의 ‘책세상문고-우리시대’는 126권째, ‘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는 88권째,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은 42권째를 펴내고 있다. 

박상문 / 인물과사상사 편집장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