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힘껏 사랑 실천에 나서는 사랑원 자원봉사센터 정명호 대표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보육원 봉사에 나선 어머니 따라
나눔의 삶 시작 “봉사는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는 것”

두 개 있는 것 중 하나 주는 것으로 끝나는 나눔,
그건 자기만족이지 참된 봉사 아니다

 

   
▲ 정명호 대표

“어머니와 보육원에 다녀올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요. 봉사는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는 거라는 걸, 물질을 주는 것보다 곁에서 변함없이 함께하는 것이 진짜 봉사고 나눔인 걸 몸으로 배웠어요.”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어머니는 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보육원을 찾으셨다. 어머니는 내가 가진 것이 하나면 그것을 나눠서 주고, 좀 더 넉넉하다면 그만큼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 하는 것을 아들에게 보여주셨다. 몸으로 익힌 나눔은 아들의 삶이 됐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NGO 단체 사랑원 자원봉사센터 정명호 대표(41)는 그렇게 “가진 것 없으면 내 몸 하나로라도 나누고 섬긴다”는 일념으로 5년간 센터를 이어왔다.

# 나눔은 내가 받는 것

보육원 봉사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시설 청소 그리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생일 때면 그 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챙기고 축하파티를 마련했다. 누군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기쁨인 듯 보였다.

보육원 아이들은 처음엔 경계했지만 변함없이 찾아와 함께하는 모습에서 마음 열고 스스럼없이 형, 오빠로 대해주었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사연 없는 경우가 없었다. 가정에서 돌봄이 불가능해 7명의 남매가 모두 시설에 와 있는 경우도 있었고, 가난과 학대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아이들에 비하면 자신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이 겪은 아픔과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슬픔은 어린 마음에 깊이 박혔다. 처음엔 내가 가진 것으로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보육원을 드나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것으로 돕는다고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맞벌이가정이었기에 시간도 형편도 넉넉지 않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이웃을 섬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정 대표에게 따뜻함으로 기억됐고 보육원 아이들과의 만남은 그를 자연스럽게 봉사의 길로 이끌었다. 자꾸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마음이 가 닿는 것, 그는 그것을 ‘사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를 지원한 것도 청소년 사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격이 없이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폭력으로 피해 입은 청소년과 그 가족들을 돕는 NGO 단체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사명이라면 제대로 준비하자”는 생각에 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에 편입해 공부했다. 낮에는 NGO 단체에서 일하고 주일에는 전도사로 교회에서 사역했다. 그러면서도 목회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사명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시는 것이고 그건 꼭 목회자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신도 사역자로서 이웃과 함께하고 싶었다.

사랑원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한 건 5년 전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단체이기에 돕는 손길도, 함께 봉사에 나서는 이들도 많지 않지만 정 대표는 “모든 것을 갖춘 후에 돕겠다면 절대로 못 한다”며 가진 것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나누고 섬긴다는 마음으로 사역해왔다.
그동안 전도사 사례비 전액을 사랑원 사역을 위해 사용했는데 지난 11월에 교회 사역을 내려놨다. 더 어려워졌지만 “주신 만큼만 가자”는 일념이기에 늘 적지도 많지도 않다며 정 대표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 미혼모시설 사역을 마치고 봉사자들과 함께

 

# ‘자기 만족’에 머무는 나눔

정 대표는 성탄절이면 나눔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진다. 모처럼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이와 그 나눔을 받는 이의 온도차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1년에 한철 어려운 이웃에게 찾아가 선물 안겨주고 사진 찍는 풍경은 언제 봐도 어색하다. 그것은 “자기만족”일 뿐 진정한 나눔은 아니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그때만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을 털어낼 수 없다. 더욱이 교회마저 생색내기 식 나눔을 보이는 것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진심은 통한다는데, 그럼 진심 아닌 것도 통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사랑원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정 대표는 “무엇을 많이 주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 역시 그가 오랜 봉사와 나눔을 통해 몸으로 터득한 바다.
“자원봉사의 의무 중에 중요한 부분이 지속성입니다. 섬김 받는 이들은 무엇을 많이 주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원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찾아갔던 보육원을 지금은 사랑원 봉사자들과 함께 간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찾아오는 그를 아이들 중에는 보육원 출신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보육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한 아이들이 며칠 동안 방황하다가 “형~ 밥 좀 사 주세요” 하며 정 대표를 찾아오기도 한다. 아예 아이가 가출하면 정 대표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아이들과 마음이 통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 독립한 아이들도 힘들 때면 고민 상담하러 들른다.

“인터넷 동호회 등으로 봉사하려는 이들은 늘어났지만 시설들은 오히려 그런 이들을 꺼리기도 합니다. 시설에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섬김인데 내꺼 두 개 있는 것 중 하나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건 자기만족이지 봉사가 아니죠.”

사랑원은 현재 보육원 시설 두 곳과 미혼모시설, 탈북민 시설, 다문화가정을 섬기고 있다. 또 센터에서는 작은도서관과 문화교실을 운영하며 지역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혼모 시설은 신생아들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들이 생활하는 곳이기에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곳에서의 사역은 청소와 어린 엄마들을 대신해 아기들을 봐주기도 한다.
탈북민들을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가서 함께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정서지원 을 한다. 낯선 땅에서 마음 나눌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모습이다.

봉사 현장에서는 지위 구분이 따로 없다. 정 대표도 ‘명호 쌤’으로 불리며 여러 봉사자 중 하나로 힘껏 뛴다.
다문화가정은 얼마 전부터 한 가정을 섬기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데 쌍둥이를 임신한 채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임신 6개월 만에 출산해 두 아이 모두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해야 했고 다행히 한 NGO 단체에서 병원비는 지원받았지만 생활비가 막막한 현실이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될 것이 두려워 선뜻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사랑원이 그 가정을 조금씩 돕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지만 아직 어린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할 정 대표로서는 사역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직장생활하며 생활을 담당해주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자신도 힘겨운데, 왜 이 길이어야 할까? 물음에 정 대표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스도인이니까요. 예수께서 약자들의 편에 서셨던 것처럼 그 삶을 살아야죠.”
일찍부터 캄캄해지는 겨울의 저녁시간, 사랑원 간판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후원 : 농협 317-0006-4047-01 나눔과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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