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화가였던 어머니의 간절한, 거의 한 맺힌 바람으로 인해 나는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키워졌어야 하는데, “유명한 화가”를 지향하는 잘못된 욕망을 가지고 젊은 날을 보냈던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것은 내가 자라온, 한국전쟁 이후, 한국 부모들의 불붙는 교육열이라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탓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는 기독교인들이었으므로 그렇지 않으셨지만,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경쟁의 도가니였고, ‘성공’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이겨서 남의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나는 자수성가한 가난한 남편과 시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 처지인지라, 늘 내가 더 활발히 화단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불평하다 못해 비관했다. 나를 사랑하는 남편은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행비를 절약해서 그림재료를 사다 주었지만, 나의 불평은 그칠 줄을 몰랐다. 하루는 남편이 정색하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당신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그림 그리는 일에 온 힘을 집중하고, 그림 그리는 일을 사랑해야 하는 것 같은데, 지금 그림 그릴 물감이 없소? 아니면 종이가 없소? 문제는 당신에게 그림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없는 것 같구려”.

그 충고를 듣고, 머리가 ‘쨍!’ 깨지듯이, 나의 거짓투성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내 길을 성실하게 걷지 못하고 계속 곁눈질하며 예술 이외의 비본질적인 것들에 집착하고 있었던 내 모습을 회개하며 열심히 고쳐나갔다. 밥도 찬찬히 씹어야 제 맛을 느끼고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듯이, 곁가지를 쳐내고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다 보니 이제 노년의 삶은 정말 흔들림 없이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기쁨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돈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지옥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왜 그녀는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대통령 직에 대한 확실한 소신과 철학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대통령을 뽑았을까? 자탄을 금할 수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가르침직한 ‘공복(公僕)’이란 개념이 공직사회 전반에 전혀 없는 것 같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외국에서도 최고의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았던 사람들이 정치현장에서 행한 일들은 너무 유치해서 시정잡배들의 행위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눈치 보기, 알아서 모시기, 줄서기 등 어찌 보면 실체가 전혀 없는 허깨비 놀음에 나라 전체가 휘둘린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존재를 걸고 ‘소신껏’ 일했다기보다는, 완전히 귀신놀음에 놀아난 것 같은 이 나라의 정·재계 지도자들의 행위를 보며, 그래도 이 나라가 이만큼이라도 지켜진 것은 정말 하나님의 돌보심이었다고 생각된다.

‘국민의 뜻’이라고 여겨지고, 이 불행한 사태 속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집회의 200만 군중의 질서 있는 집회도 이제 이 허깨비 놀음에 휘말릴까봐 걱정스러워진다. 그동안 외쳤던 ‘대통령 탄핵 가결’이 이루어졌는데도 계속 주말마다 백만 군중이 광화문 일대를 뒤덮는 것을 보며 너무나 걱정된다. 이들은 왜 그곳에 지금 이 시점에 나가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나간 것일까? 우려된다. 군중심리, 허영심, 부풀려진 영웅심 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것은 한 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운명까지 망칠 수 있는 허깨비 귀신놀음이다.

이제 우리는 더욱 정직해져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이든, 노동자이든, 한 가정의 주부이든 어떤 자리에 세워졌든지 간에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살아야 하겠다.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소신껏!’ 행할 수 있는 길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아갈 때 기분 나쁜 허깨비 놀음들이 이 사회를 더 이상 농락하지 못할 것이다.

곧 다가오는 2017년, 이 모든 혼돈이 걷어지고, 온 국민이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아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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