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진
사무국장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왕 웨이린’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1989년 엄혹한 중국 공산당의 1당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도입하기 위해 벌어진 ‘천안문 민주화 항쟁’ 때 단신으로 광장에 진입하는 탱크를 막아서서 저지했던 사람입니다. 그 후로 그의 안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그가 탱크 앞에서 꼿꼿이 서 있는 사진은 이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아일란 쿠르디’라는 어린아이도 있었습니다. 2015년 9월 2일, 터키 보드룸의 한 해수욕장에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주검이 떠밀려왔습니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일어난 전쟁을 피해, 자유와 평화와 안전을 찾아 부모와 함께 난민선을 탔을 아이는 끝내 죽음을 맞고서야 터키에 도착한 것입니다. 아이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는 해안감시원의 모습을 보고 전 세계인들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우리의 무관심을 자책, 함께 울었습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정부기관의 무책임한 늑장대응과 일부 승무원들의 천인공노할 탈주극 끝에 476명의 승객 중 172명만 구조되고 304명이 수장되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어서 더욱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고 슬픔에 잠겼고 분노했습니다.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던 엄마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바로 ‘엄마의 노란손수건’입니다. 그들로부터 우리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 양심과 비양심, 책임과 권한, 거짓과 참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출판계에는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부정과 부실로 얼룩진 대형 출판유통사가 부도를 맞은 겁니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가 200~300억이란 얘기도 나오고, 관련된 500여개의 영세 출판사 및 서점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장기불황에 대형유통사마저 문을 닫는 현실이 출판인들에게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점이 많습니다. 시간, 공간, 나라 등도 다르고 각각 일어난 원인도 다릅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사랑과 정의가 없는 곳에는 고통과 슬픔, 절망과 죽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왕 웨이린 씨가 홀로 탱크 앞을 가로 막아 섰을 때, 중국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깨닫고 국민들에게 주권을 되돌려 주었다면 지금쯤 중국이 아니라 세계가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유럽과 중동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이 시리아 난민들의 위급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UN을 필두로 세계인들이 하나 되어 시리아의 내전을 멈추었다면 ‘아일란 쿠르디’와 난민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을 겁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정부 관료 중 누구라도 먼저 퇴선을 명령했다면, 아니 그 참사 후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일찍 유가족을 끌어안고 함께 울며 위로하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대안수립을 요구했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 대신 희망을 노래하고 있을 겁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공의로운 길에 생명이 있나니 그 길에는 사망이 없느니라”(잠언 12:28). 지혜의 서(書) 잠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구절 외에도 성경에는 온통 정의와 사랑에 대해 가르쳐주는 말씀들로 가득합니다. 그것이 곧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2017년, 올 정유년에는 우리 자신과 주변, 그리고 우리 사회와 나라, 이웃 국가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가득 임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같이 하늘의 평화를 누리고, 정직한 양심이 상식의 기준이 되는 우리네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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