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는 ‘쉴터’ 박현주 센터장

교회에서 3년간 주님의 이끄심 따라 순종하는 삶 사는 ‘서번트 리더십’ 훈련 후 사역

가정의 돌봄 어려운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입히며 깨달은 신앙의 진수

 

   
▲ 박현주 센터장

방 안의 빨래 건조대에 옷가지들이 가지런히 널려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또다시 돌아가는 세탁기, 5명 아이들의 옷을 감당하려니 세탁기는 쉴 날이 없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에 위치한 ‘쉴터’에는 서로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낮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며 또 하나의 가정을 이뤄 살고 있다. 대부분 중복장애를 가졌거나 가정에서 학대 또는 방임 상태에 놓여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던 아이들이다. 지독한 가난으로 부모마저 집을 나가거나 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자녀들을 돌볼 수 없는 연약한 상황에서 쉴터와 연을 맺게 됐다.

쉴터의 박현주 센터장(58, 선한목자교회)은 낮 시간 동안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있다.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집으로 귀가하기까지 살뜰하게 살핀다. 학교숙제나 학업상황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학부모 상담에도 대신 참석한다. 아이에 대해서는 부모 못지않게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런 박 센터장을 ‘이모’라고 부른다.
박 센터장은 그렇게 가정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14년간 동고동락해왔다.

# 사랑으로 일구는 ‘작은 가정’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같은 반에 장애(언어를 동반한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같이 등산을 시작한 게 14년이 됐어요. 지금도 주말이면 같이 산에 오릅니다.”

아이들과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장애 아동을 보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좋은 주말’이란 이름으로 매주 토요일 등산을 시작했다. 많을 때는 15명 정도가 함께 산에 올랐다. 장애로 인해 어디에서도 기를 펴지 못하던 아이들은 산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뛰기도 하고 힘껏 노래도 부르며 즐거워한다. 그렇게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산에서 이들은 더 이상 ‘비정상’이 아닌 천진한 아이의 모습 그대로일 수 있었다.

그러다 5년쯤 전부터 낮 시간에 함께 생활하는 ‘쉴터’가 시작됐다. 등산을 마치고 아이들을 씻기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는데 화재로 엄마와 단둘이 살던 발달장애 아동이 엄마마저 잃고 갈 곳이 없다는 소식에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경찰에서 아이의 아빠를 찾았지만 알콜중독과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던 아빠의 상황은 여전했다.

아빠가 일하는 시간에 여인숙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주중 낮 시간에도 ‘쉴터’의 문을 열었다. 가정에서 보살핌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피난처’로 소문이 나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모였다. 박 센터장은 가정에서 부족한 부모의 자리를 채워주고 새롭게 형제자매의 만남을 이루고 사는 이곳을 ‘작은 가정’이라고 부른다.

지난해에는 길거리와 찜질방을 전전하던 어린 두 외손녀와 할머니가 1년 동안 함께 거주하기도 했다. 막막한 생활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쉴터 거주 3개월쯤 지나면서 안정되었고, 쉴터 아이들을 함께 보살피고 공간을 관리하는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었고, 때때로 찾아드는 자살충동을 누를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며 고마워했다. 이들은 새롭게 거주지를 마련해 이사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쉴터의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며 매월 두 차례 봉사를 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특별한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 경기도 여주시, 멀리 용문산이 바라다 보이는 자연과 벗한 공간에 아이들과 부모들의 쉼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매월 1회, 방학 중에는 더 자주 아이들과 1박2일 캠프도 하고 부모들의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에서 뛰놀고, 그네타고, 모닥불 피우고… 마을과 약간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쉴터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함께하시는 공간이라고 믿어요. 집집마다 가풍이 있잖아요. 누구든지 여기에 오면 따뜻함을 느끼고 즐겁고 편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박 센터장이 매일 아침 드리는 기도이다. 아이들이 쉴터에서 편안함과 따뜻함을 가슴 가득 느끼기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 것을 깨닫도록, 그래서 가정과 세상에서의 힘겨운 상황들을 넉넉히 이길 수 있기를….

# 신앙을 오해하다

   
▲ 매주 토요일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등산하는 '좋은 주말'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삶에서 비빌 언덕 없이 살아가는 이들과의 동거는 선한목자교회(김명현 목사)를 만나면서 본격화됐다. 삶과 신앙의 괴리로 고민하던 그에게 교회는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가는 삶에 눈뜨게 했다. 3년 과정의 ‘서번트 리더십’ 훈련을 마치고 시작한 사역이 ‘좋은 주말’이었다. ‘서번트 리더십’ 훈련을 마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발견한 소명을 가지고 삶으로 들어가 독립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쉴터의 특징은 정해진 매뉴얼이나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쉴터를 찾는 이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간다는 게 유일한 기준이라고 할까.

“복지기관은 정부의 지원과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요구를 따라갑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요청이기도 하니까요. 한 번 만나면 기간을 정하지 않아요. 가족이잖아요.”

처음에는 장애 아동이 돌봄 받지 못하는 가정환경을 바꾸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며 청소와 부모 상담 등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서 가보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어느 순간 그들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가르치는 입장에 서서 내 기준에 맞추려 하는 것을 보게 됐어요. 하나님을 따라간다면서 신앙을 내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아이들과의 삶은 “이끄시는 대로 따라갈 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깨달아가는 훈련이라고 했다.

한번은 가정에서 오랫동안 심하게 학대당한 아이가 쉴터에 왔다.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아무리 다정하게 다가가도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쉴터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아무 조건 걸지 않고 이유도 묻지 않고 아이를 따라다녔다. “저 아이가 예수님이다” 하고 따르면서 무엇을 사달라면 사주고, PC방에 가면 그 옆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6개월을 하고 나니 비로소 아이는 마음을 열고 박 센터장을 믿어주었다.

박 센터장도 좌절한 순간이 있었다. 또 한 명, 가정에서 학대당했던 아이는 자신의 부모뿐 아니라 세상 모두를 향해 분노를 품고 있었다. 앞서의 경험이 있으니 6개월 정도면 아이가 자신을 믿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다가오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저만치 가 있었다. 아무리 사랑을 쏟아 부어도 변화가 없었다. 그런 아이를 박 센터장은 왜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나님이 저에게 보내신 아이잖아요. 모두가 폭탄처럼 대하는데, 나마저 손을 놓으면 갈 곳이 없을 것 같았어요.”
2년을 무조건 받아주고 공감해주니 조금씩 바뀌었다.

박 센터장은 “신앙의 성숙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들, 내 의지와 노력을 내려놓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의 요청에 순종하며 따라갈 수 있는 삶, 그 경지에 이르기를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쉴터의 아이들과 함께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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