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들과 동거동락하는 ‘세상을품은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 치료의 눈으로 다가갈 때 아픔 보여

변화시키는 건 하나님 일, 가족 되어 같이 살며 기다려줄 뿐

 

 

“목사인 나에게 가장 힘든 건…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겁니다.”

10년 전 가출한 청소년들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며 이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역이라는 확신 앞에서, 수십 번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찾아 헤맬 때도, 아이들과 국내외로 여행을 갈 때마다 비용을 계산하면서… 세상을품은아이들(세품아) 대표 명성진 목사(49, 예수마을교회)는 그때마다 하나님을 찾았고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서, 그런 아이들을 가차 없이 ‘쓰레기’로 내모는 사회의 벽을 느끼며, 또 그렇게 ‘문제아’라고 손가락질 받던 아이가 세상을 바꾸는 ‘문제해결자’로 서가는 것을 보며 명 목사는 오늘도 “아이고, 하나님~” 이다.

# 부흥을 꿈꾸던 목사, 아픈 청소년들을 보다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입니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입니다.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변하지 못한 것입니다.”

가출 청소년들과 한솥밥 먹으며 지낸 10년 간 명성진 목사가 세상을 향해 외쳐온 말들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온 아이들이 아픔을 딛고 세품아 교사가 되어 자신의 일인 양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싸매는 것을 보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요 기쁨이다.

부천시 오정구 성곡로 118-15에 위치한 세품아, 이곳에서 40여 명의 아이들이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세품아는 관계 기반 대안적 가족공동체로서 6호 시설 인가를 받아 법원에서 위탁받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기간이 지나도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3개의 그룹홈을 통해 품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가족으로 살면서 새롭게 ‘사람’과 ‘관계’에 대해 깨우치고 무엇보다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자신을 탐색하고 잠재된 가치를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회 개척하며 부흥을 꿈꾸지 않는 목회자가 얼마나 될까. 명 목사도 그랬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은 2004년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컸다. 넓은 세상을 보며 큰 꿈을 키워가도록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모집해 해외로 여행을 다녔다. 그런 ‘신선한’ 프로그램들로 예수마을교회는 지역에 금방 이름을 알렸다. 부흥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부흥을 쫓아가던 그가 어쩌다 ‘문제아’들의 대부(?)가 됐을까?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아픔에 직면하면서 목회자의 양심으로 견딜 수 없어 돌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에게도 아이들의 문제만 보였고 바로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자꾸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아픔이 보였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삶의 조건과 상황으로부터 위기를 맞은 아이들, 힘겹고 혹독한 시기를 어떻게 건널지 몰라 방황하는 모습들….

명 목사의 가슴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아이는 2008년 맨 처음 함께 살면서 세품아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된 성진(가명)이다. 잦은 가출로 별명이 ‘독립군’이었던 성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소위 ‘일진’ 그룹에서 활약하며 범죄에 있어서는 영재(?) 수준이었다. 본드 중독으로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아버지는 한쪽 눈을 실명한 장애인이지만 설비일로 가정의 생계를 이어갔다.

아이는 어느 날 본드 환각 상태에서 자살한 아버지의 주검을 목격했다.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본드를 흡입했다. 사람들은 그런 성진이를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밀쳐냈다.

“겉으로만 보면 쓰레기죠. 하지만 아픈 아이라는 것을 알면 치료가 필요한 게 보입니다. 위기의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과 학교로부터 상처받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표현이 서툴고 거칠게 비행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성진이는 명 목사와 살면서도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신기한 건 번번이 떠오르는 곳에 달려가 보면 영락없이 거기에 성진이가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던 성진이가 명 목사의 품을 찾아온 건 더 이상 아이를 찾지 않은 후였다. 6개월쯤 되니 “목사님은 어디 있든 찾아내면서, 왜 나를 찾지 않느냐”며 제 발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는 네가 스스로 와야 할 때인 것 같다”는 말에 아이는 도망치는 걸 그만두고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됐다.

# 가족 같은? No! 그냥 가족!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마음 편한 날보다 힘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세품아를 시작한 지 2년쯤 후 “이제 됐다” 싶은 때였다. 심각한 본드 흡입 중독이었던 아이가 완전히 변해서 학교에서 개근상을 탈 정도로 달라지자 다른 아이들도 연쇄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주께서 내게 열매를 주시는구나”하며 감격했다. 기쁨도 잠시, 한 명이 소년원에서 나와 세품아에 복귀한 후 “세품아도 목사님도 필요 없다”며 아이들을 이끌고 나갔다. 그때는 아이들보다 명 목사가 더 심각하게 망가졌다.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렸고 건강도 급격히 나빠졌다.

“아이들이 참 안 변한다고 낙심했는데 한 발 떨어져서 보니 좋았다 나빴다를 거듭하며 서서히 그래프가 올라가는 게 보였어요. 그때부터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접었어요. 변화는 하나님이 하시는 거고 나는 그냥 같이 살자고 결심했죠. 변하든 변하지 않든, 조건 없이 손 붙잡고 가는, 언제든지 돌아오면 팔 벌리고 맞아주는 곳이 되자고요. 내 새끼들이니까….”

새벽녘에 집 나간 아이들 중 한 녀석이 남긴 음성녹음은 명 목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녀석은 주기도문을 외우며 “목사님! 저 아직 주기도문 외울 줄 알아요. 헤헤헷.” 명 목사에겐 눈물 나도록 감사한 하나님의 메시지였다.

왜 포기하지 않았을까? 명 목사는 “가족이니까!”라며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이다. 가족이라….
“교회를 말할 때 ‘가족 같은’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교회는 ‘가족 같은’이 아니라 가족이어야죠. 어려운 과정을 다 넘어서는 실제 가족이요.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끝까지 견뎌주는 관계잖아요.”

#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아이들은 언제 변할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삶을 살 때 아이들은 변하고 자립도 가능하게 됩니다. 저마다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신 뜻을 품은 존귀한 존재라는 것, 내 안에 보석 같은 것을 심어 두셨다는 걸 발견하면 아이들은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을 용기를 갖는 걸 봅니다.”

세품아는 아이들의 가치 발견을 위해 악기를 배우는 것과 여행에 집중해왔다. 세품아 아이들로 구성된 MG밴드는 꽤 실력 있는 그룹으로 소문이 날 정도이다.

아이들과 국내여행은 물론 매년 몽골 ‘힐리캠프’와 산티아고로 ‘나를 찾아 떠나는 희망여행’을 간다. 늘 비용이 걱정이지만 그때그때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놀랍다고.

“여행에서 아이들은 자기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단절되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명 목사는 또 한 번 살아계신 하나님을 찾고 있다. 세품아 근처에 다목적 교육공간을 준비하면서, 또 세품아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창업하는 식당 공사를 앞두고 목돈이 필요하지만 빈손으로 시작하면서 “내 안의 믿음의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이 이뤄 가실 것을 믿으며…. (www.sepu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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