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지난 토요일, 인사동에 볼일이 있어서 종로에 나갔었다. 일을 끝내고 오후 5시경 종각 역에서 전철을 타야 하는데 광화문 광장으로 촛불집회를 향해 가는 무리들을 뚫고 거꾸로 걷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언뜻 귓가에 시청 앞 광장의 태극기 인파도 전례 없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 마치 두 자식이 내 앞에서 고함을 질러대며 싸우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 듯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되려는가?” 광화문으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슨 축제에나 참여하러 가듯 희희낙락인 것이 이상했다. ‘군중심리’. 나는 이천여년 전 예루살렘에서 벌어졌던 군중들의 고함소리를 떠올렸다.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불과 닷새쯤 전에, 그 군중들은 그들의 겉옷을 길에 깔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하며 외치던 그 무리들이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수습될지 알 수 없으나, 지금 이 나라의 문제는 둘로 양극화 되어가는 국민들의 감정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정치 얘기만 나오면 그 자리는 곧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언쟁으로 싸움판이 되고 만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이 군중들의 무책임한 흥분을 오히려 부추기며 자기의 입장을 위해 이용하려는 술책이 보인다. 정말 이천년 전 예루살렘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너무 흡사하다.

성경의 열왕기 상하, 역대 상하에 나오는 흥망성쇠 역사의 흐름을 떠올려본다. 그때나 이제나 사람들의 작태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온갖 혼돈의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은 늘 조용히 변함없이 이어져왔고 증거 되어 온 것을 묵상하며 춘천까지 오는 기차 속에서 나는 기도에 빠져들어 갔다.
아! 이래서 성경이 우리에게 주어졌구나!

인도에 갔을 때, 의외로 인도 부유층의 재력이 대단한 것을 실제로 느낀 적이 있었다. 뉴델리 화랑가에서 그림이 곧잘 팔리는 것이었다. 마침 바라나시와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캠프를 보고 왔던 터라 은근히 화가 났다. 그 부유층들의 호사와 바라나시 기차역 앞의 그 끝없는 빈민들의 처참한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그러나 작은 키의 알바니아 출신 마더 테레사는 그 슬픔의 자리에서 묵묵히 평화를 만들어가고 사랑의 빛을 지켜갔다. 수많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혼돈과 악취의 역사 속에서도 신비한 빛을 발하며 우리를 위로해 준다. 인류역사와 삶의 터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아름다운 빛을 내는 믿음의 선진들의 이야기. 그렇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휩쓸려가는 군중집회의 대중들과는 다르다.

새벽길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자만과 열정으로 가득차서 부활절 특별 새벽 기도회에 몰려가던 교인들의 무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건축법을 어겼다고 삼백 몇 십 억을 보수비용에 써야 한다는 그 교회의 호화로운 예배당의 모습과 함께 예배처소가 없어 고생하는 작은 교회의 가난한 목회자들의 눈물어린 기도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러나 오늘도 그 가난한 작은 교회 목사들은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그의 아름다운 믿음의 빛을 비추고 있다. 무슨 힘이 그 아름답고 신비한 빛을 비추게 하는 것일까?

아름다움, 그것은 생명이 있을 때 빛난다. 생명은 영원하고, 그 생명의 아름다움은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지켜진다. 아름다운 생명의 인식, 성경 속에 깊이 들어가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체,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수가 없다.

대중의 집회는 예나 지금이나, 처음에는 신선할지 모르지만 곧 부패하고 탐욕스러워진다. 지금 이 나라의 혼돈과 미움들도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치유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은 군중의 휘몰이 속에서는 깊이 만날 수가 없다.

어느덧 기차가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다. 나는 예예동산의 섬김이이다. 나의 빛을 지키기 위해 예예동산으로 돌아간다. 진지 차리고 청소하고, 오시는 분들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일, 그 일이 나의 일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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