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국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를 두고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나타나는 찬반 토론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격정적으로 토로하는 무수한 군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개인 혹은 단체를 통해 각종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도 국가의 시민인 이상 정치적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이러한 의사 자체를 세상의 썩어질 헛된 욕망으로 간주하고 오로지 주님과의 영적 교제에 관심을 쏟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론적이고 은둔주의적인 태도는 도리어 현존하는 권력을 지지하는 위선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늘에서 뿐만 아니라 이 땅위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느 의견을 지지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탄핵여부에 대한 적극적 찬성에서부터 적극적 반대에 이르기까지 긴 스펙트럼이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도 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선택은 중요하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 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분별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께서도 자연의 날씨는 분별하려고 애쓰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을 꾸짖으셨다. 바울 사도는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는 분별력을 갖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왕 아합의 사건은 영적 분별력 여부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 극적인 사례이다. 아합이 모은 선지자 4백 명과 그들을 대표하는 그나아나의 아들 시드기야는 왕의 성공을 선포했고 오직 이믈라의 아들 미가야만 왕의 실패를 예언했다. 거짓 선지자를 쫓은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패했고 왕은 살해당했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분별력은 역시 하나님의 성품이 기준이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에 얼마나 부합되느냐 하는 것이다. 얼마나 성경 구절을 잘 인용하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십자가를 광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은 참으로 참람한 모습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분별력을 위해 몇 가지 실질적인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준은 정직성이다. 의견에 모순이 있으면 믿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에는 “유죄추정의 원칙”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한다면 이 사람의 의견을 믿어서는 안 된다. 평소에 거짓말을 많이 하여 법원의 처분을 받고 전과자가 되어있는 사람의 말도 믿어서는 안 된다. 믿는 사람이 바보다.

둘째 기준은 평화성이다. 토론 이전에 폭력부터 휘두르는 것은 그 의사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기도회를 빙자하여 “계엄령”이나 “군사쿠데타”, “혁명”을 촉구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제도적 폭력은 세속 정치의 최후 방안이며 원수조차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인들의 기준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왜곡된 신앙관을 가진 이단종파들일수록 이러한 주장에 더 나서는 모습이 이 기준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셋째 기준은 자율성이다. 누가 시켜서 혹은,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신앙양심에 따라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정부 혹은 재벌이 제공하는 금전이나 편의에 의존하는 단체의 의견은 무시하는 게 좋다. 정치에 관한 문제는 목사의 의견보다 정치 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는 게 당연하다. 건전한 그리스도인들은 자율적 분별력을 키우는 사회적 훈련을 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가짜뉴스들이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분별력을 공격하고 있다. 놀랍게도 평소에 건실한 인격을 갖추었던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이러한 가짜뉴스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탄이 교회를 우회 공격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시드기야가 아니라 미가야와 같은 주의 종이 되려면 우리 자신이 더욱 성실하게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탐구하여 사탄의 꾐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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