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 당시 급진적 제자도를 외친 아나뱁티즘 조명

   
▲ 자신을 붙잡으려는 추격자가 강물에 빠지자 즉시 달려가 살려준 아나뱁티스트 더크 웰렘스. 그러나 그는 추격자에게 붙잡혀 끝내 처형당했다.

 

   
▲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
윌터 클라센 지음/
김복기 옮김/KAP

“여러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오랫동안 사회적 호기심의 대상, 최초로 참된 본질을 추구한 운동, 또는 다루기 힘들고 활기차면서도 독창적인 기독교 운동으로 인식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 운동이 열심히 일하면서도 검소한 삶을 표방했던 지역 사람들에 의한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에 뜻 깊은 책이 출간됐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일어난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조명하고 그것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되고 그 운동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꿰뚫은 책이다.

‘아나뱁티스트’는 16세기 특정한 그리스도인들을 일컫는 별칭으로 ‘다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라는 의미였다. 16세기 기독교 사회를 표방했던 유럽에서는 유럽의 종교와 사회 제도를 폭력적으로 파괴하는 아주 위험한 운동으로 여겨졌고 이보다 더 비난받는 이름은 없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당시 아나뱁티스트들의 신앙은 악마가 조종하는 이단으로 간주되어 수많은 이들이 핍박과 고문, 사형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랬던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시간이 흘러 오늘에는 참된 본질을 추구하는 운동, 혹은 독창적인 기독교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독교 사회 또는 기독교 국가주의 시대였던 16세기에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급진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은 제자도를 강조했고, 개인에게 주어진 완전한 자유를 완강히 옹호했으며, 성서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 살려는 순종의 신학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6세기 종교운동인 아나뱁티즘은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종교적·사회적 불만에서 출발했으며, 그 직접적인 시발점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한 츠빙글리의 개혁운동이다.”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1525년 1월 21일 밤, 그로스뮌스터 근처 취리히 관할의 노이슈타트가세에 있는 어느 집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비밀리에 모여 서로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당시 취리히의 개혁을 이끌며 시의회를 대표하던 츠빙글리를 따르던 자들로 시의회가 경제적·정치적인 이유로 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반대했다.

이들은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것이 지나친 조심성과 두려움에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는 믿음으로 이날 모여 세례 받은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진실로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따라 유아세례를 부정하고 서로에게 다시 세례를 베풀었다. 시의회가 기독교 의회라고 확신하며 화합을 이루려 했던 스승인 츠빙글리와의 충돌이었다. 이후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무자비한 박해 속에서도 급진적으로 퍼져나갔다.

“아나뱁티즘은 일반적인 유형의 지도력과 교회의 위계질서라는 의미에서 통상적인 형태나 통일된 모습을 갖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아나뱁티스트들이 회중의 자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나뱁티즘이 인정받지 못한 채 엄청난 박해를 받으면서 지리적으로 국한되어 일어났기 대문이기도 하다.”

아나뱁티스트들은 비폭력 정신에 따라 당국의 박해에 죽음으로 화답했지만 일부에서는 폭력으로 맞서는 이들도 있었다. 아나뱁티스트가 폭력으로 장악한 뮌스터에서는 당국에 의해 1535년 6월 주민 모두가 살육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나뱁티스트들은 뮌스터를 ‘끔찍한 복음의 변절이요 타락’이라고 여기고 철저하게 비폭력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펼쳤다. 그 선두에 가톨릭 사제였던 메노 시몬스가 있었다.

이 책은 16세기 역사적 자료를 통섭한 월터 클라센이 아나뱁티스트들이 어떻게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특성들을 결합시켜 제3의 운동을 태동시켰는지, 그 운동이 얼마나 현시대에 적합한 운동인지를 조명한 것이다.

급진적인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종교, 제자도, 자유, 신학, 정치 등을 살피면서 이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아울러 짚고 있다.

특히 아나뱁티스트 운동에 있어 평신도들의 증거하는 삶, 평화와 전쟁, 경제, 국가와의 관계 등 제반 영역을 잘 다뤘다.

부록으로 정리한 아나뱁티스트 중요 인물 부분에서는 16세기에 교회 개혁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 적지 않을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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