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노구에도 아름다운 교회와 사회를 고민하는 주선애 교수

후손들에게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숨 걸고 나선
3.1운동, 오늘에는 기독교인들마저도 자기만 풍족한 삶 따라가

생활 없는 설교는 낭비, 십자가의 삶 제시하고 살도록 가르쳐야

 

   
▲ 주선애 교수

“바른 지도자란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오늘 복음과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게 된 이 땅의 기초가 되었어요. 교회가 십자가의 길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자꾸 다른 길로 너무 멀리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도매기길에 위치한 전국여교역자연합복지재단 안식관(원장 김화자)에서 만난 올해 아흔세 살의 주선애 명예교수(장로회신학대학)는 모처럼 말씀과 기도에 매진하며 평안의 단꿈에 젖으면서도 때때로 한국교회의 현실이 안타까워 잠을 설친다. 지난해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쳐 안식관에서 지내며 하나님께서 “쉼을 주시는군요” 했지만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또다시 “나에게 맡기신 일은 뭘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안식관 3층 응접실, 따사로운 봄볕에 비친 주선애 교수의 눈빛에는 평온함과 그것을 마냥 기쁨으로 누릴 수 없는 이의 깊은 고뇌가 겹쳐졌다.

● 우리나라 최초 기독교교육학 교수로 국내 기독교 교육학과 교회학교 교육, 기독여성들을 깨우는 일 등으로 평생 부지런히 일하신 것으로 압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 그동안 하나님이 건강 주셔서 나이를 잊고 살았어요. (웃음) 은퇴 여교역자들이 다재다능해서 서로서로 사랑으로 섬겨주니 지내기가 즐겁고 평안합니다.
그동안 쉼 없이 살아왔는데 요즘은 병원에서 책도 많이 읽지 말라고 해서 하나님께서 쉬라고 하시나보다 하고 있어요. TV도 요즘 너무 시끄러워서 잘 안 보고 성경 읽고 기도하는 데 매진합니다. 하루 성경 10장씩 읽는데 순간순간 주시는 깨달음이 참 달고 오묘합니다.

● 한국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보시면서 느끼시는 바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일정시대를 지나 공산주의 그리고 홀로 3.8선을 넘으면서 피난민 시대에 이르기까지 젊음의 여정은 무척 고달팠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고난의 밑바닥을 핥아봐야 한다”는 말을 늘 외우며 살아왔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고난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나기도 했고, 고통을 아는 사람만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알게 되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십자가 앞에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되니까요.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속상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아요.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가리는 속에서 자칫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혼란한 것을 봅니다. 민족적으로 어려운 때에 교회마저 화합하지 못하니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싶어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한국교회는 나라가 어려운 때마다 일어났어요. 3.1운동 당시에도 나는 죽어도 후손들에게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숨 걸고 나섰잖아요. 그런데 오늘에는 기독교인들마저도 자기만 잘 먹고 살 생각만 하지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서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지 않아요.

나라와 민족이 잘 되려면 교회가 제대로 서야 합니다. 말씀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해요. 다들 자기 이름 드러내는 일에만 나서니 나라가 어찌 되겠어요.

자녀를 기르는 기독인 어머니들이 정신을 차려야 해요. 한국사회, 한국교회가 제대로 서려면 기독인 어머니들부터 바르게 서서 내 자녀를 제대로 길러내야 합니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신이 선생이 되어 성경을 삶으로 보여주며 자녀들이 말씀 가운데 살아가도록 가르칩니다.

●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로부터 멀어진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 청빈까지 가지 않아도 성경 중심의 윤리의식을 강화시켜서 주님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살겠다는 생각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내가 풍족하게 살면 오히려 신앙양심에 거슬려 마음이 괴로워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자기 부를 늘리는 데만 주력하면서 하나님까지 자기 심부름꾼으로 부리려 해요. 교회에서는 높은 자나 낮은 자나 구분이 없어야 하는데 교회마저도 돈 있고 유능한 사람을 높이는 분위기예요. 야고보서 2장에 회당에 들어오는 사람 가운데 금가락지 낀 사람에게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가난한 자를 멸시하는 모습에 대해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하신 말씀을 오늘의 한국교회에 주시는 책망으로 들어야 합니다.

사람은 내가 왜 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기 존재를 분명히 알 때 행복합니다. 그 길을 교회가 밝혀주어야 하는데 교회도 진리와 생명을 추구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자기 길을 찾지 못합니다.

특히 교역자들이 탐심을 배격하고 절제생활을 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모범 되어서 예수 믿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삶은 없이 말만 하니까 교인들도 약아져서 신앙 따로 삶 따로가 되는 것입니다.

바른 지도자란 자기를 잊어버린 사람이에요. 과거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진 사람들이 이 땅의 기초가 되었어요.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 당시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 농촌운동을 벌이면서 일을 도와주고 같이 가난하게 살고, 그런 생활을 즐거워하면서 분위기를 조장해주었어요. 지금 그렇게 살면 바보라고 할 거예요. 교회가 십자가의 길을 가르쳐야 하는데 본질에서 너무 멀리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생활 없는 설교는 낭비가 됩니다.

● 교수님께서는 지금도 탈북자들 돕는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 갈 곳 없는 탈북자 청소년들을 집에서 5년 정도 데리고 살았어요. 그때 함께 지냈던 아이들이 공부해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고 해서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그룹홈 두 곳이 만들어졌어요. 예수 전하는 것, 그들의 삶이 변하는 것은 함께 살면서 끊임없이 ‘사랑’을 줄 때 가능해요.

탈북자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남한으로 넘어왔는데 이런 사람은 탈북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신분을 보장해주면 출입국관리소에서 나올 수 있어요. 그렇게 나와서 세차 일을 하며 살았는데 심장병으로 죽게 생긴 거예요. 그와 알고 지내던 탈북자가 그를 데리고 자기 교회 목사에게 갔더니 그냥 길에 내버리면 경찰이 데려갈 테니 괜히 돈 들이지 말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상해서 나에게 왔더라고요.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수술을 잘 마쳤지만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은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중국에서 선교사를 통해 예수를 믿게 된 그는 우리 집에서 지낼 때 성경과 찬송가를 찾으며 뜨거운 모습이었어요. 탈북자들 가운데 중국에서 선교사들의 생활을 보며 그 인격과 사랑에 감동해 주님을 영접하고 한국에 와서는 교역자들의 화려한 삶에 낙심하는 경우가 있어요.

말일이면 그에게 고시원 비용과 생활비를 조금 보내줘야 하는데….

● 교수님은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요즘 기도 제목은 무엇인가요?

- 이제는 천국 가는 것밖에 소망이 더 있겠어요?(웃음) 몸이 아프니 이제 천국만 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안식관에서 쉬면서 조금 나아지니 뭔가 할 일이 남아있는가보다 해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찾고 있어요.

기도는 주님 가르치신 기도가 제일 좋지요. 내 요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주님을 섬겨야 하는지 예수님께서 다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렇게 기도하면 내 마음도 편안하고 주변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삶의 길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깊은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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