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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주크 투르크와 전쟁 ③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202] / 사제 왕 요한 ⑦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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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호] 승인 2017.03.22  17: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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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이슬람은 우리들 기독교와는
원수지간인데 저들을 무슨 자격으로 우리의 형제라고 하십니까?
저는 장군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거든요”

 

   
▲ 중국 투르판 시내, 이슬람 사원이 눈에 한눈에 들어온다.

군진으로 돌아와서 야율 대석에게 보고한 석진 마루는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칸이시여, 당장 공격령을 내려 주세요. 저들 투르크는 야만입니다.”
야율 대석은 껄껄, 웃으며 석진 마루의 불같은 성품을 격려해 주었다.
“수고했어. 곧 조치를 취할 거다. 가서 쉬도록….”

석진 마루는 칸의 군진을 벗어나서 자기 부대로 돌아갔다. 을지고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 장군의 평화 제안은 헛수고였습니다. 저들 셀주크인들이 장군의 호의를 여지없이 짓밟더군요. 저희는 비록 그들에게 적군이라 해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으로 갔는데 우리를 어떻게 취급한지 아십니까?”

“이보시오. 석진 마루 부장! 우리는 기독교인들이오. 그리고 저들은 우리의 형제인 이슬람 신도들입니다. 저들이 아직은 뭔가를 몰라서 무례를 범했을 것이오. 어디 좀 더 차근차근 말해보시오. 그들이 뭐라 하더이까?”

“네, 장군님. 그들은 야만인이었어요.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장군님, 내가 알기로는 이슬람은 우리들 기독교와는 원수지간인데 저들을 무슨 자격으로 우리의 형제라고 하십니까? 저는 장군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거든요.”

석진 마루는 뒷머리를 긁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까지 한다.
“물론, 로마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을 원수라 하고 이단자들이라고 합니다. 로마 정통파 교회를 자처하는 자들은 우리들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를 잘못된 자들이요 이단으로 몰아서 추방했으니 말해 무얼 합니까. 그러나 우리는 로마 교회를 형제로 확신하고 있고, 아라비아에서 일어난 이슬람 또한 그들이 아브라함, 모세, 다윗, 예수님까지도 선지자요 그들의 조상들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슬람을 형제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석진 마루는 을지고의 설명에 동의하면서도 그가 사절단으로 가서 당한 푸대접에 계속 분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으로 을지고 장군의 폭넓은 생각을 존중하고 따르는 그였다.

“장군님, 저는 장군님의 이슬람 형제론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저들 셀주크 투르크 군이 갑자기 공격해오면 이슬람 형제론을 말하는 우리가 어떻게 저들에게 창과 칼을 겨눌 수 있나요. 이러다가 우리 군대가 당하는 것 아닐까요?”

“석진 부장, 형제간에도 다툼이 있고 또 전쟁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내가 사절단 보냈던 겁니다. 물론 저들이 우리를 향해 공격해온다면 즉시 응징에 나서겠으나 현재로서는 서로 간에 좋은 이웃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마르칸트 북방으로 드넓은 영토가 있어요. 멀리 초원지대에서는 짐승을 기르고, 농경지에는 농사를 지어 먹고 살면서 이웃나라들과 좋은 물건이 있으면 서로 팔고 사는 무역을 하면서 함께 사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온전한 뜻입니다.”

“네, 장군님. 저도 장군님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궁금한 것이 있어요. 우리들의 칸께서는 장군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폐하 말씀이신가? 말을 마세요. 폐하께서는 나보다 훨씬 강력한 평화 주장자이십니다.”
“아, 그래요. 저는 미처 몰랐군요.”
“석진 부장! 저들 셀주크가 답방 사절단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들도 지난 1년간 지켜보니까 우리에 대한 얼마간의 두려움이 있는 것이 분명하던데….”

“글쎄요. 저들에게 제가 사절단을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한 주간 후에 셀주크 투르크에서 사절단이 야율 대석의 요나라를 찾아왔다. 석진 마루 부장이 접견사가 되어 그들을 정중하게 안내했다. 그들은 석진 마루가 그들에게 갔을 때처럼 다섯 명의 사절단으로 구성되어 찾아왔다. 책임자는 셀주크 산자르 술탄이 총애하는 부하인 빌게 추가 오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장님, 오시느라 수고하셨소이다. 오늘은 여기서 쉬시고 내일 일찍 회담을 했으면 합니다. 저녁에 연회를 준비하겠소이다.”
석진 마루가 정중하게 말했다.
“좋도록 하슈.”
빌게 추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연회라는 말에 입이 벌어진다.

다음날 아침 빌게 추는 석진 마루에게 회담 상대를 상급자로 격상시켜달라고 했다. 석진 마루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회담 테이블에 앉자마자 상대방에게 모멸감 주는 말을 함부로 하는 빌게 추의 오만방자함을 꾹 눌러 참으며 석진 마루는 말했다.

“빌게 단장님, 우리끼리 대화 나누다가 더 긴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에 해도 늦지 않소. 우리는 양국의 대표이니 우선 안건부터 서로 제안합시다. 우리는 셀주크 투르크와 형제의 예를 맺고 평화로운 이웃으로 살자는 목표 오직 그것 하나입니다.”

“그래요. 우리도 하나, 오직 하나의 안건입니다. 당신들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카라한 왕조의 영토입니다. 그리고 카라한 제국은 우리 셀주크 투르크의 형제국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무력으로 빼앗은 겁니다. 여러 말 하지 말고 카라한의 영토에서 물러나 주시오. 그러면 우리는 형제가 되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소이다. 이상이오.”

“뭐라고요?!”
석진 마루는 당장 둘 사이에 놓인 탁자를 뒤엎고 빌게 추의 목을 치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솟았다. 이놈을 당장…, 석진 마루는 간신히 참는다. 가슴이 펑 터질 것 같은 분노가 계속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앞이마를 오른손으로 질끈 누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빌게 장군!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카라한 왕조가 카슈가르에서 지금의 사마르칸트 주변까지 통치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카라한이 뛰어들기 전에는 카슈가르나 사마르칸트는 우리 네스토리우스 교단 교구에서 관리하는 일종의 신정국가, 또는 교회가 통치기능을 행사했었지요. 또 당신들의 셀주크 투르크가 지금 지배하는 곳도 본디 우리 기독교의 영토였어요. 여러분은 아랄 해와 카스피 해 사이에서 터전을 두고 살아온 부족임을 세상이 다 아는 바입니다.”
석진 마루의 이 말에 빌게 추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신들하고는 대화가 안 되는구먼. 그러면서 무슨 평화를 말하고 형제처럼 지내자는 달콤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오. 회담은 끝났소. 우리는 지금 돌아갑니다.”

“어허, 빌게 추 장군 그러지 말고 내게 시간을 좀 주시오. 외교담당 대신과 내 잠시 다녀올 터이니 좀 쉬고 계시오.”

석진 마루는 을지고를 찾아갔다. 석진의 보고를 받은 을지고는 웃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가서 사절단장에게 말하시오. 우리도 카라한 땅에서 한 발 물러설 테니 당신들도 아랄 해 인근 옛 땅으로 돌아가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 두 나라는 통합국가도 만들 수 있다고
하시오.”

“통합국가라니요, 장군?”
“셀주크 투르크와 우리 요나라가 하나의 제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진실로 패망한 카라한 제국의 운명을 염려한다면 그들 카라한 제국까지 포함해서 세 나라를 하나로 만들 수도 있어요. 우리가 서로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독식하려는 탐욕을 버리느냐가 문제죠.”

“아, 그렇군요. 역시 을지 장군은 군인이기보다는 현자요 성자이십니다.”
“거, 무슨 낯 뜨겁게 그런 말을 하시오.”
“아닙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장군은 사제요 주교, 기독교 성직자를 하셔야 합니다.”
“알았소. 그럼 가서 빌게 추와 대화를 더 해보시오.”

석진 마루는 빌게 추에게 아랄 해 지역으로 가라하지 않고, 카라한 제국 잔류민들까지 포함해서 앞으로 셀주크 투르크와 우리 카라키타이(서요제국)를 통합왕조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진 마루의 이 말에 빌게 추는 눈이 번쩍였다.

“두 제국의 통합이라고? 그리고 카라한까지 끌어들여서 세 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킨다 말입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그 말을 당신에게 지시한 사람이 누구요? 야율 대석 칸이오?”
빌게 추는 흥분했다.

“칸의 지시나 다름없습니다. 당신들 투르크가 동의해 준다면 성사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하, 대단한 포부시군. 누군가 큰 인물이 당신 나라에 있는 게 틀림없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발상이 놀랍소.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이 두렵소이다. 옛날 중국에 제갈량이 있었다더니 그 사람 당신에게 놀라운 한 수를 열어준 그 사람을 나는 한 번 만나보고 싶소이다.”

석진 마루가 을지고를 찾아가 빌게 추의 의사를 전했다. 을지고는 회담을 일단 마무리하고 귀국할 때 상대국 사절단 인사를 받는 형식으로 만나주기로 했다.

다음날,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셀주크 투르크 사절단을 을지고가 만나주었다.
빌게 추가 을지고에게 인사했다.
“대장군이십니까? 통합국가론을 제시하신 것에 저는 참으로 감동했나이다. 적국끼리 나라를 서로 합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으나 귀국의 칸과 우리 산자르 술탄이 한 번 만나서 담판지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소인은 했나이다.”

빌게 추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막연하게 곧 전쟁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작가 조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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