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은성 교수
총신대학교, 역사신학

진리를 접하면 너무나 놀라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러 주체하기 어렵다. 그 진리들 중 하나는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decree)이다.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 모든 것을 계획해 놓으신 진리를 접하면 흥분된다.

또 놀라운 진리 하나가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인류의 시작만 아니라 죽음의 비밀에 대해 깨닫는 것은 더 진지한 일이다. 자신의 끝이 있다는 것, 죽음이 언제나 친구처럼 곁에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친구가 청구서를 제시할는지 모른다. 친구지만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친구처럼 또는 그림자처럼 느끼다가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아무튼 죽음은 두려운 친구며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친숙한 친구다.

기독교인의 죽음 준비는 세상인들이 제시하는 것처럼 관에 들어가서 체험하는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다. 일시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죽음 준비에 너무나 기초적인 것이다. 죽음 후에는 감각이 없어지기 때문에 관(棺)에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까?

회개의 두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죄 죽이기이고, 다른 하나는 영 살리기이다. 죄 죽이기는 난행고행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죄성과 싸우는 것이다. 죄의 부패성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통 중 고통이다. 자신의 죄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죄성과 싸우는 투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손가락에 가시가 찔리는 아픔 정도가 아니라 채찍에 맞거나 불에 달군 쇠꼬챙이에 육체가 익는 고통과 맞먹을 수 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조여 온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입맛만 아니라 살맛도 없다. 생명을 끊고 싶다. 극도의 공포 속에 빠져든다. 이런 느낌은 창조자요 구속자이신 하나님을 만날 때 깨닫는 감정이다. 두렵다! 죽음보다 훨씬 더 두렵다! 잠시 받는 고통과 비교되지 않는 고통을 바라보기에 현재의 순교를 언제든 감당할 수 있다.

죽음 앞에 대부분의 인간은 비겁해진다. 최근 개봉한 ‘사이런스’(Silence)‘는 예수회 선교사가 배교하는 것을 그린 영화다.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동정심을 갖지만 분명히 선언한다! 죄 죽이기를 실천하는 자는 이미 영적 죽음을 체험하는 자이다. 영적 죽음을 겪은 자는 육적 죽음을 예상한다. 영적 죽음에 이어 육적 죽음이 따라온다. 죄성에 끌려다니는 중생된 자는 스스로 괴로워한다. 몸부림치면서 자신의 비참함과 수치를 체험한다.

이것은 회개로 나타난다. 죄 죽이기로 나타난다. 영적 투쟁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자는 육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종교재판을 연구하는 자로서 여러 순교자들을 글로 만나본다.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라도 이런 질문을 제시해봤다. “순교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이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길을 택할 수 있지만 결국 도달하는 답변은, 그들은 이미 죽음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죄 죽이기의 고통을 겪은 자들이다. 이 세상만 아니라 저 세상이 있음을 그들은 바라본 자들이다. 그 소망을 가지게 된 것은 “환난, 인내와 연단”을 통해서다. 이런 과정에서 하나님과 평화를 맛보았기 때문이다(롬 5:1~4). 이 과정을 겪을 수 있는 것은 참된 회개인 죄 죽이기를 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겪었기에 갖게 된 당연한 결과였다. 이미 죽었기에 더 이상 죽을 게 없고 사는 길, 즉 영 살리기만 남은 것이다.

누구든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정말 두려운 것은 느끼지 못하는 육적 죽음이 아니라 영적 죽음을 맛보는 것이다. 후자의 죽음을 회개를 통해 맛보는 자만이 자연스럽게 육적 죽음을 준비하는 자이다. 이 진리를 깨달을 때 온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진리는 우리를 당황하게도 만들지만 환희에 머물게도 한다. 이 환희는 죽음을 친구처럼 환영하게 된다. 매일 죽고 있기에, 늘 준비했기에, 항상 죽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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