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엄밀히 따지면 적폐만도 없고, 지금 부패만도 없다. 이것을 다시 풀어서 말하면 지금 부패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 없이 적폐를 말할 때는 지금 부패를 감추는 것이고, 지금 부패만을 말할 때는 켜켜이 쌓이면서 대물림하는 부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

그 말들을 뒤집어 생각하면, 적폐를 말하는 이들은 지금 자기 주변에 있는 부패를 부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지금 부패를 말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내려온 누적된 부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전혀 부패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가 경험하거나 함께 만들어 나가는 부패의 삶과 문화는 다 함께 만들어 온 것들이면서 동시에 어느 특정한 개인이 만들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어느 한 시점, 어느 한 사람에 의하여 지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이 그런 일을 하여 쌓이면서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부패라는 것은 길 위에서 내 발에 걸리는 돌 하나 치우듯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깊고 넓게 박힌 뿌리와 물근원 같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보면 5·16 군사쿠데타 당시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단비 맞아 솟아나는 풀을 깎아내듯이 해보았지만 더욱 크고 세상에 쫙 깔린 보편 부패들이 쿠데타세력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어느 누구도 속맘으로는 부패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마치 보리밭에 깜부기처럼, 곡식밭에 뿌려진 들풀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와 주인처럼 박혔다. 그것을 농부가 뽑아 없애려 하지만 그러지 말란다. 그러다가 아끼는 곡식까지 다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추수할 때 주인이 알아서 잘 골라낼 것이란다. 그러니 쓸데없이 사탄이 뿌려놓은 것을 맘대로 뽑아내려고 힘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 대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는 말만 하고 그렇게 살라고 한다.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뽑아내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눈 속에 든 들보나 뽑아내는 데 온 힘을 다 쏟으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남의 부정과 부패를 없애려고 애쓰는 대신, 내 자신이 부정부패의 물에서 벗어나서 맑은 물로 깨끗이 자기 자신의 몸과 맘을 씻는 일에 온 정성을 쏟으라는 것이다. 사람은 사탄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그를 없애는 것은 진리의 하느님뿐이다. 다만 내가 할 일은 진리의 하느님이 주시는 말씀을 따라서 살기를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것을 목사나 신부 또는 신학자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느님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는 굉장히 오래도록 권력을 남용하고 대물려주며, 재물을 탐하고 대물려주고, 명예와 영광도 탈취하여 대물려주기를 거듭하여 왔다. 그렇게 대물림이 곧 진리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도록 교육하고 교육받고 또 자신에게 최면을 걸기도 하였다. 이것이 오래도록 사회의 관습으로 내려오는 동안 진리를 실현한다는 종교에서까지 성행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교회를 팔고 산다거나, 잘 되는 교회를 아들이나 사위 또는 딸에게 유산으로 남기듯이 넘겨주는 경향이 성행한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이 서서 그러지 말자고 법을 만들면서, 일반 기업 통폐합하듯이 편법으로 교회를 통폐합하여 이른바 세습하려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사탄의 장난에 발광하는 짓이다. 그것을 살짝 감추기 위하여 무슨 위원회니 공동의회 따위를 거쳐서 전체 교인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숨긴다.

오래도록 목회자의 말을 하느님의 말로 들으라고 세뇌하면서 ‘내비게이션 교인’을 만들어 놓고, ‘하느님을 믿는’ 그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마치 빌라도가 손 씻듯이 하려고 한다. 그렇게 편법으로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편법은 언제나 분란을 가지고 오고, 양심이 찌르는 바에 따라 대폭발한다. 엄밀히 따지면 대형교회라는 조직된 신의 도시에는 하느님은 없다. 하느님을 앞세운 조직의 논리와 지배와 우민화의 논리만이 판을 친다.

진리가 없는 곳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망하게 돼 있다. 그런 부패에 대한 유혹은 대를 물려가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 대에서 끊는 결단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적폐도 지금부패도 끊어질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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