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의 심리(179)

성결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 인간이 파멸될 때나
어느 공동체가 무너질 때는 결코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면에서 먼저 무너진다. ‘성결함’을 잃을 때 군목은
성직자가 아니라 그저 계급장을 단 군인일 뿐이다


지난 주간에 우리 교회에 교단 군목후보생 세 사람이 모였다. 둘은 신학교 강의 중에 이미 만난 적이 있고, 한 사람은 우리교회 전도사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남달리 군종장교 후보생들이 된 것에 다들 감사하면서 각오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잠깐이지만 예전의 기억을 살려 선배 군목으로서 그들에게 필요한 권면을 해 주었다. 금년에 군목 입대자들에게 몇 가지 권면을 주고 싶다.

개척자의 심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미 선배들이 터를 잘 닦아 놓았지만 여전히 군선교는 어렵다. 장교 계급장을 달고 학사장교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선교사의 심장을 가져야 한다. 군선교의 막대한 사명이 기다리고 있다. 선교지에 들어서는 선교사처럼 목숨을 내 놓고 헌신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신임 군목들은 개척자처럼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들을 새롭게 시도하고 복음 전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어야 한다.

전도자의 심정이어야 한다. 생존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때로 생존욕구 때문에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남을 비방하고 동역자들에게 상처를 준다. 안타깝지만 진급 때에는 타종단 성직자가 아니라 군목들끼리 경쟁한다. 전도자 바울을 보라 바울 사도는 자신을 믿지 않고 하나님을 믿었다. 그러므로 어느 악한 상황에 처하든지 견디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했다. 전도자들은 기꺼이 홀로 설줄 안다. 생존하고자 하는 이들은 타협하고 조정하지만, 전도자들은 복음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혼자 선다. 전도자에게는 생존욕구가 아니라 사명욕구가 있어야 한다.

정체성을 갖기 바란다. 왜 군목이 되었는지? 왜 다른 사역지가 아니라 군대를 사역지로 삼게 되었는지? 정체성이 있는 사람은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다. 해리 투르먼 미국 대통령은 참모나 비서진을 부를 때 단추를 누르지 않고 직접 그들 방으로 찾아 갔다고 한다. 겸손한 그는 항상 메모를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고 하는데,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잊지 않을 것이다”는 글귀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결코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어리숙해 보이는 신임 군목도 한 두 해만 지나면 군복이 어울린다. 군복이 어울릴 뿐 아니라 군목다워진다. 문제는 성직자의 모습은 엷어지고, 말투에서, 행동에서, 심지어는 교회 안에서 조차 군인의 모습이 더 나타나는 것이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을 보면 슬퍼진다.

성결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 인간이 파멸될 때나 어느 공동체가 무너질 때는 결코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면에서 먼저 무너진다. ‘성결함’을 잃을 때 군목은 성직자가 아니라 그저 계급장을 단 군인일 뿐이다. 성결하지 않은 군목은 부대를 영적으로 이끌 수 없다. 그래서 할 수 있으면 경건의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가능하면 꼭 새벽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해야 한다. 사랑하는 후배들은 ‘성결교회 목사’로 군대에 들어간다. 타교단 군목들보다 무엇에서 탁월함을 보일 것인가? 그들은 좋은 학교를 나왔고, 교단도 크고, 영어실력도 좋고, 후원하는 교회도 많다.

나는 작은 교단의 군목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일 년여 머무는 동안 한영성경을 5번 읽었다. 한경직 목사님의 설교집 12권을 몽땅 읽고 노트에 요약했다. 모슬포에서부터 제주도 반 바퀴를 돌아, 당시 버스로 2시간은 걸렸는데도 제주시내 우당도서관에 매주말 찾아가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작은 교단의 군목이었지만 경건의 마음은 컸고, 야망이 넘쳤다. 그때의 경험이 오늘 나를 만들었다. 신임 군목 후보생들을 축하하면 훗날 큰 사람으로 우리 앞에 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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