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배 목사
꿈을이루는교회 담임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탄핵된 요인 중 하나를 ‘불통’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通卽不痛(통즉불통), 不通卽痛(불통즉통)’이란 말이 있다. 명의인 허준은 사람 몸의 혈관에 막힌 것을 통하게 해주면 아픈 것이 없어지고, 막혀서 통하지 아니하면 통증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 몸만 막히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이불을 덮고 자고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도 불통하면 고통스런 생활을 하게 되고, 소통하면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도 상사와 아랫사람, 동료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직장생활이 힘들어진다. 

충청도에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됐슈’라는 말이 있다. 서술문에서는 ‘좋습니다’, ‘괜찮습니다’, ‘참견하지 마세요’ 등으로 쓰이지만 의문문이나 감탄문으로 사용하면 전혀 다른 말이 되기도 한다. 글씨로 쓸 때는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말로 사용할 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또한 말의 억양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충청도의 어느 목회자는 이 말을 이해하는 데 거의 2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찌하였든 간에 소통되지 않으면 오해나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한 노(老)목사가 은퇴를 앞둔 후배 목사에게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 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에 대한 속담이 참으로 많다. 예를 들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등의 속담들이 있다. 피조물 중에서 특별히 인간은 말을 통해 대화한다. 존 포엘(John Powel)은 대화에도 의례적인 대화, 정보를 나누는 대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대화, 자기감정을 나누는 대화, 신뢰가 형성되는 사랑의 대화의 다섯 가지 등급이 있다고 했다. 제일 낮은 등급인 5등급 대화(길거리 대화)는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라고 상투적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4등급 대화(정보 대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대화이다. 

3등급 대화(생각 대화)는 자신의 생각까지 나누는 대화이다. 2등급 대화(감정 대화)는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나누는 대화이다. 1등급 대화(인격 대화)는 자신의 감정, 느낌, 생각을 걸림돌 없이 나눌 수 있는 신뢰가 형성되는 깊은 사랑의 대화이다. 그래서 침실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부부 간에도 낮은 등급의 대화만 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생을 같이 살아도 ‘당신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라고 투덜대기도 한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 25:11)라고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대화의 급수가 올라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대화가 성숙되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이 혼자 문제를 안고 끙끙거리는 것을 보면 ‘다 털어 놓으면 후련해질 텐데’ 라는 생각을 갖고 다가가서 다 말하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남편으로부터 ‘제발, 나 혼자 있도록 내 버려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을 듣게 된다.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심각해지면 말을 해서 그것을 해소하려고 한다. 억압되거나 불쾌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게 되면 속이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흔히 ‘정서적 환기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해소하려고 하는데 이를 ‘정서적 침묵 효과’라고 한다. 남자는 하루에 7천 마디 정도의 말을 하지만 여자는 2만 마디 정도의 말을 하며 산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자들은 말을 많이 하는 존재로 보이고,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들은 말을 적게 하는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5대 악이 있는데 ‘혼자 말하기’,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기’, ‘시선을 돌리고 듣기’, ‘딴짓을 하며 듣기’, ‘건성으로 듣기’라고 한다. 좋은 소통의 1-2-3법칙이 있는데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의 맞장구’라고 한다. ‘명철한 사람의 입의 말은 깊은 물과 같고 지혜의 샘은 솟구쳐 흐르는 내와 같다’(잠 18:4)고 했다.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과 소통하면 만사가 형통하고, 하나님과 불통하면 만사가 어긋날 뿐 아니라 고통을 수반한다. 오늘의 고통스런 현실도 하나님과의 불통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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