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부활 신앙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고백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 청개구리 식당 이정아 대표, 극단 배우는사람들 김건희 대표(사진 왼쪽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을 거쳐 부활절이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신 예수님, 하지만 2017년 오늘도 죽음의 소식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때로는 세상에 만연한 어둠이 빛을 이긴 듯 보이는 속에서 부활 신앙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예수님의 부활 사건 이후 2천여 년이 지난 오늘, ‘예수와 함께 죽고 다시 산 나’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활이 있는 한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다”


# 부활, 세상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는 이유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이야말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송인수 공동대표(52)가 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힘이다.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식 경쟁구도 속에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싸움을 20년 간 해오면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순간이 참 많았다. 하지만 송 공동대표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활이 있는 한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자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에 순종하며 사는 사람들인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 정의, 용서, 평화 등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통치원리와 그 가치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미움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하며 용서하고, 불의가 횡행하는 속에서 정의를 행해야 합니다.”

사걱세는 줄서기 입시 풍토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곳이 송 공동대표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현장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싸우는 것, 정의 앞에 자신을 던지는 삶이야말로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세상에 대한 분노나 증오심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의 원천이 내 안에 있을 때 가능하고, 그것이 바로 부활이라고 고백한다. 

“세상을 바꾼다며 시민운동 하는 이들 중에 분노와 증오심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상이 변하는 것은 상당히 더디고 분노는 금방 타버려요. 끝내 지쳐 넘어져 본인은 냉소에 빠져버리지는 것을 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하려면 세상의 잘못된 가치와 반대되는 좋은 것을 내 안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것을 누려본 사람만이 그것을 빼앗으려는 것들과 싸울 수 있다는 얘기. 자신이 누리는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행복을 지켜나가고 그것을 이 땅의 아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그는 탐욕의 이름으로 더욱 높아져만 가는 입시의 바벨탑을 허물고 싶다고 했다.

“부활신앙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지금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가치를 오늘로 끌어당겨서 하나님이 없는 것 같은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그 가치를 오늘 내 일상에서 살아내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로운 힘, 그 중심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 부활신앙이라고 송 공동대표는 말한다. 그는 부활신앙으로 나아가는 힘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내 모습을 내어놓을 때, 하나님은 한 번도 나를 질책하지 않으시고 나의 허물과 대항해 싸울 힘과 능력을 말씀 가운데 부어주신다”면서 “여전히 흠도 많고 연약한 내 모습이지만 그것을 정당화 시키거나 그대로 살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내 안의 죄와 싸우는 것,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맛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활이 믿어지는 건 예수님을 믿는다면서도
또다시 그분을 부인하는 형편없는 내 모습에 직면할 때”


# 악취 나는 나를 만나 주시는 부활하신 예수님

극단 배우는사람들 대표 김건희 씨(37)는 부활 예수님과 제자들이 만난 순간, “뻘줌했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배우답게, 당시 부활하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선, 감정을 느껴보면 “와! 예수님 정말 부활하셨어요?”하는 기쁨보다는 예수님을 부인하고 떠나버린 자신들의 모습이 떠올라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떠올려보는 것이다.

예수님과 3년간 동거동락했으면서도, 그분께 직접 가르침 받고 기적도 보았으면서도 정작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는 다들 부인하고 도망가 버린 제자들, 그런 그들 앞에 부활하신 모습으로 찾아오신 예수님, 마냥 반갑고 기쁠 수만은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뻘쭘한 제자들, 그건 사실 “나의 이야기”라고 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자꾸만 자기 의가 고개 드는 것을 아프게 자각하는 때면 부활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처럼 “뻘줌”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예수님과의 뻘줌한 만남이 계속되어야 부활 예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자꾸만 자기의 허물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곁에 있었고, 기적도 봤고, 충성한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부활이 믿어지는 건 아니었어요.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오신 후 그분을 배반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철저히 무너졌지요.”

김 대표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림솜씨를 발휘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귤에 그들의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려 선물하며 삶의 이야기를 나눠왔다. 처음 만났지만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귤 하나로 공감의 끈이 생기고 이야기는 가벼운 인사에서 시작해 삶의 고민이나 깊은 대화로 이어진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연기로 보여주기도 한다.

부활이 믿어진 순간에 대해 묻자 그는 자기의 허물 많은 모습에 직면한 사건을 떠올렸다.

“귤을 나눠주기 위해 사창가를 찾아갔어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귤에 얼굴을 그려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누나가 ‘학생, 자고가~’하는 말에 얼굴도 안 마주치고 황급히 돌아 나왔어요. 귤이라도 전해주고 올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내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괜찮은 크리스천’이라는 자기 의에 빠져있었다는 게 깨달아졌어요. 형편없는 내 꼬락서니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김 대표는 “부활이 믿어지는 건 예수님을 믿는다면서도 또다시 그분을 부인하는 형편없는 내 모습을 볼 때”라고 말했다. 그런 내 모습을 탓하지 않고 변함없이 사랑의 빛을 비추시고 깨닫게 하시는 예수님, 그분은 분명 부활하신 예수님이라고. 그래서 말씀 앞에 나의 모습이 들통나는 순간은 두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쁘고 감사한 순간이라고 했다.

“말씀 앞에 내 모습이 비춰지면 여전히 하나님 앞에 죄인인 것을 아프게 보게 되지만, 그것을 죽음의 이야기로 끝내지 않고 ‘나와 같이 죽고 나와 같이 다시 살자’고 요구하시는 주님, 그런 부활하신 주님이 있기에 오늘도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부활 신앙을 가진 이들의 삶은 어때야 할까? 김 대표는 “내가 머무는 한 평 주변에 함께하는 이들과 더불어 화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은 말이 아닌 삶으로 살아내야 할 진리라고.


“영원히 산다는 건 사랑이 전달되는 것.
내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사랑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 나를 죽이고 남을 살리는 삶이어야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과 아픔에 함께 직면하는 것, 그게 내가 매일 경험하는 부활입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가정과 학교를 벗어나 잠시 길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청개구리 식당’ 대표 이정아 사모(50, 선한목자교회)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야말로 기독교의 핵심이요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표라고 말했다.

이 사모는 예수님의 죽음에 직면할 때 부활의 참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오늘의 교회는 죽음은 외면한 채 부활 영광에만 초점 맞추기에 참된 부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독교의 본질인 십자가와 부활은 타인을 위해 내가 죽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명쾌한 것인데 이건 회피하면서 다른 어려운 이야기들을 해요. 타인을 위해 내 물질과 시간을 내어주는 죽음, 그것을 경험했을 때 다시 사는 중생과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사모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땅 끝까지 내 증인이 돼라’ 하신 명령을 준행하며 예수께서 제시하신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며 살 때 세상을 향해 죽었으나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부활하는 신앙으로 살게 된다고 말했다.

부활을 경험하는 현장을 묻는 질문에 이 사모는 “거리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그곳”이라고 대답했다. 근래 만난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청소년 시기를 순탄하게 보내지 못해 보육원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이 사모는 이렇게 절박한 현실에서 허우적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고 그들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고 그들을 도울 때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이 있어요. 그렇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감격이 그 현장을 계속 찾게 하는 힘입니다.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는 그곳을 떠날 수 있겠어요.”

이 사모는 부활의 능력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 역시 부활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실한 사랑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한 아이와의 만남을 꺼내놓았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한 여자아이. 도저히 집에서 살 수 없어 거리로 나왔고, 자해하고, 환청에 시달리고…. 그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6개월간 밤잠을 설쳐가며 방법을 찾았고 1년간 여러 병원을 함께 다녔다. 그 아이가 말했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 신에게 기도한 적도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기도해요. 사모님이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요. 나도 당신처럼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요.”

이 사모는 부활신앙은 영원히 사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영원히 산다는 건 사랑이 전달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사랑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럼 나는 사라졌어도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게 사랑이 꺼지지 않고 이어진다면 그게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고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닐까요.”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싶다는 이정아 사모, 그는 부활 신앙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매일의 삶에서 빛 가운데 거해야 하고 좁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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