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폭력을 휘두르다니


여기는 성전이다 기도하고 묵상하는 곳
참회하고 평화를 나누는 곳이거늘
유월절 축제를 준비하느라 부산한 상인들
이 정도면 거접니다 거저에요
자 구경하고 가세요 세일입니다
어딜 가나, 먹어야 사는 인간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고 팔고 
이문을 남기고 본전을 뽑고 

분노한 예수, 가판대를 엎어버리고
제물로 드릴 비둘기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파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분노한 예수, 인간의 욕망을 부정한 것인가
자본주의의 논리를 부정한 것인가

지상의 성전은 파괴되었으나
어딜 가나, 빼앗아 갖는 인간들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시나이반도, 골란고원 
어디를 가도 총탄 자국과 화약 냄새
성전 지도자들과 예루살렘 관리들의 분노는
예수를 처형의 길로 몰아세웠으니
낮은 어둡고 밤은 밝다
법은 살벌하고 배는 고프다 2017년이다

 

 

● 이승하 시인_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 문학평론집 <집 떠난 이들의 노래>,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향일성의 시조 시학>,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등. 들소리문학상, 인산시조평론상, 천상병귀천문학상, 경기문학대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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