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의 심리(181)

완벽주의에 매몰되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서 세세한 일에만 
신경 쓰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완벽주의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중요한 가치나 태도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러나 완벽주의가 지나치면 쉽게 실수하거나 실패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적당주의보다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일하는 부교역자나 사역자들이 완벽하고 깔끔하게 일처리 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완벽주의가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학교 탈 벤 샤하르(Tal Ben Shahar) 교수는 <완벽의 추구(The Pursuit of Perfect)>라는 책에서 완벽주의자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탁월한 성과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간파했다.

나는 교회 지도자들의 심리를 연구하면서 의외로 많은 교회 리더들이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완벽주의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다. 문제는 완벽주의에 매몰되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서 세세한 일에만 신경 쓰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일하는 태도는 본인에게는 물론, 교회 조직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교회 리더들은 조심해야 한다.

완벽주의자들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앞에 언급한 샤하르 교수는 완벽주의자들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기준과 목표를 갖고 있기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교회가 당장 어렵다고 “1000명 예배자, 300명 전도대원, 100명 주교사” 하는 식으로 목표를 세우는 이들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교회가 많다. 그러나보면 성도들도 리더도 힘들어진다. 

완벽주의자들이 범하기 쉬운 특징은 작은 실수나 실패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패는 누구나 싫어하지만, 완벽주의자들처럼 실패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패한다. 아무리 재능이 많고 뛰어난 능력을 갖추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들은 그런 실패의 당연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패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거나 아랫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실수는 용납하면서 개선해야 앞으로 간다.

완벽주의자들은 일의 실행(Executing)보다는 계획(Planning)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사전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다. 사전에 기획단계에서부터 기획안을 완벽하게 만들고 시작해야 안심한다. 중간에 오류가 있어도 매뉴얼대로 해야 일이 바로 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집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행사를 별로 못 보았다. 항상 진행 중에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급하게 계획을 변경할 때도 있고, 수정해야 마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기획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획안에 집착하지 말고, 순간순간 지혜롭게 반응하는 것이 행사 진행도 부드럽고 진행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완벽주의자들은 소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를 좋아한다. 타인의 능력을 믿고 신뢰하면서 맡겨놓지 못하고 자신이 두 눈으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지나치게 세밀할 정도로 모든 일을 챙기려 한다. 완벽주의 리더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도 같은 기준의 잣대를 댄다. 그 결과 서로 피곤해지는 것이다.

건강한 완벽주의도 있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높은 성과를 낸다. 그러나 부정적인 완벽주의는 교회와 사역자를 힘들게 한다. 때로는 번 아웃 되기도 한다. 교회는 하나님이 주장하시고 이끄신다. 그분께 맡겨드리고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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