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제 목사
선교중앙교회 담임

고난 주간에 올린 세월호에 자식을 묻은 어떤 어머니의 피맺힌 기도문 일부이다. 

“고난주간이면 우리 죄를 대신해서 당신의 아들을 내어 주신 그 사랑에 감격하기 위해 십자가의 고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묵상하고 죄 짓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 고통에 가서 닿으려고 노력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없어진 이후엔 그런 노력 하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이 고난주간이고 십자가와 세월호는 동일시되고 있으니까요.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짊어지신 십자가와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아이들을 태우고  침몰당한 세월호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 불경스러우신가요? 2천 년 전 오늘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세 시간 동안 어둠이 덮치고, 성소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졌다는 기록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을 느끼게 해줍니다. 

같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분이 하나님 당신이셔서…다시 당신께로 향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셨으면서도 자신을 못 박은 사람들이 몰라서 저지른 일이라며 저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을 닮기란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렇게 기도하신 예수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가장 잘 섬긴다는 큰 교회들은 자식을 읽고 울부짖는 세월호유가족들을 위로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거나 오히려 비난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처럼 모르고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쌓아 올린 바벨탑이 너무 높고 견고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저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저들을 불쌍히 여기실 분은 하나님 당신밖에 없습니다. 저들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예수님이 짊어지셔야 했던 십자가의 고난이, 십자가의 용서가 저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세요.”

세상은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세월호 3주기를 추억하며 그 아픔과 상처 이야기가 다시 우리의 아픈 상처를 후빈다. 3년 동안 단 하루도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세월호 속에 함께 침몰한 부모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 아름다운 꽃이 금수강산을 꾸미고 있는 이토록 눈부신 계절이 우리에게는 이렇게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이천 년 전 이때도 그랬으리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어떤 이들에게는 크나큰 실망과 상처와 충격이었다. 그러나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은 죽음에게 지거나 무덤에 갇혀 계실 분이 아니었다. 죽음을 꾸짖고 생명을 호령하던 그분은 약속대로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 예수 부활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요, 감격이요, 힘과 능력이 되었던가? 그래서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의 삶은 백팔십도로 달라졌다. 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장들이 되었다. 세계를 가슴에 품은 위대한 인물들로 거듭났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요 생명의 종교이다. 기쁨과 환희의 종교이다.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이고 기독교만 가진 진리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에게 예수 구원과 부활의 기쁨이 약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을 맛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절망에 이르러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세월호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 앞에 죽은 자녀가 살아왔다고 생각해보라. 그 기쁨, 그 감격을 어찌 필설로 말할 수 있겠는가? 부활을 맞이한 우리에게도 이런 기쁨과 감격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 앞에 서보아야 생명의 귀함을 안다. 죽어 본 사람이라야 부활의 기쁨을 안다. 완전히 죽어야 부활이 더 확실하게 체득되고 믿어진다. 확실하고 처절하게 죽음을 체험해야 부활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넘친다. 

부활은 반드시 죽음을 통과해야 한다. 죽음 없는 부활은 없다. 십자가 없는 영광은 없다. 낮아짐 없는 높아짐은 없다. 겸손하지 않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 받을 수 없다. 용서하지 않으면 용서 받을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비워야 행복하고, 낮아져야 높아지고, 죽어야 사는 진리를 다시 붙들어야 한다. 죽어야 산다. 죽음 없는 부활은 없다. 십자가 없는 영광은 없다. 한국교회여, 죽음을 통해 부활로 나아가자. 고난을 통해 영광으로 나아가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