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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 착한금융이 답”대안금융으로 사회문제 해결 꿈꾸는 한국사회투자 이종수 이사장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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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호] 승인 2017.04.19  1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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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금융’ 국내 최초 도입
“함께 살기의 의미를 배우고 실천하는 이들 늘어나는 것 볼 때 기쁘고 감사”

   
▲ 이종수 이사장

“이번에 제대로 된 거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뭔데요?”
“은행이요!”

별도의 공간 없이 사무실 한 편을 책장으로 구분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간편한 사각 탁자와 언제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원형 탁자가 한국사회투자 이사장 이종수 장로(63, 산성교회) 집무실 집기의 대강이다.

이곳에서 이 장로는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은행이다. “나의 취미는 은행 만들기”라는 말처럼 38년 간 은행가로 살아오면서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은행만 5개. 그 전반기는 정통 금융맨으로서 일반 은행처럼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삶의 전환점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 개념의 ‘착한은행’을 만드는 일에 투신하고 있다.

그는 ‘남 좋은 일 하는 은행’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사회문제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또다시 은행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 사회적 약자, 공동의 가치 일으키는 ‘착한금융’

이 장로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착한금융’을 고민하고 그 첫 발을 내딛은 것은 15년 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연대은행(이사장 김성수)을 만들면서였다.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담보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어 가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패자부활전’을 해왔다.

사회연대은행은 10년 동안 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활의지를 담보로 희망과 기회를 대출해 주었다. 그리고 2012년 두 번째 착한은행을 설립했다. 서울시로부터 550억 원을 기탁 받아 우리나라 최초 민관공동기금으로 운영되는 은행인 한국사회투자가 그것이다. 지난 5년간 131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사회연대은행이 개인을 대상으로 가난한 이들의 자활을 위한 것이었다면,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 투자·융자로 자금을 선순환시키는 구조다. 이 장로의 말대로 “소매와 도매”의 차이뿐 두 곳 모두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터전을 일군다는 목표는 같다. 선한 목적에 동참하는 개인과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과 투자를 받아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가치를 위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양극화를 비롯해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노후, 보건, 환경 등 시민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리는 또 다른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노하우가 부족한 현실입니다. 사회연대은행이 가난한 이들에게 단순히 주는 복지를 넘어 고기 잡는 도구를 빌려주는 차원이었다면 한국사회투자는 모두가 함께 사는 가치를 지향하는 어장을 만들고 가꿔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 나를 깨우다, 삶의 가치에 눈뜨다

세계 각 곳에서 정통 금융맨으로서 여러 은행을 설립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쩌다 가난한 이들의 삶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눈뜨게 되었을까? 침묵. 이 장로의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가난으로 인간 존엄마저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눈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젊은 시절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대학 때 민청학련에 연루되어 긴급조치 1호로 감옥에 투옥됐었다. 독방생활에 유일한 벗은 성경책이었다. 3개월 만에 다른 죄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사당동 철거민으로 살면서 가난을 한탄하고 사회에 불만이 컸는데 감방 동기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내가 사는 삶을 가난이라고 부르는 건 사치”라는 걸 깨닫게 됐다. 앞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지원을 여러 곳에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외국계 기업은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의 체이스맨해튼은행에 입사, 아시아 각국을 거치며 금융맨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다가 1996년 내전 중이던 캄보디아에서 은행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캄보디아에 도착해 파괴된 공항에 불안한 삶의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몰려든 사람들, 지뢰를 밟아 다리가 잘린 아이들을 보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무너졌다. 그동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살았다는 깨달음,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사표를 내고 삶의 방향을 전환했다.

+ 사람을 살리는 금융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개발도상국 소득증대 프로젝트 사업을 하고 있던 아시아개발은행의 관계자를 만나 ‘농촌 크레딧(rural credit)’ 사업을 시도할 기회를 얻었다. 내전으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회연대은행과 한국사회투자의 대출 심사 기준을 보면 일반 은행과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이 사람이 정말 가난한가’, ‘사업 아이템이 비즈니스로서 성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자활 의지’이다. 한국사회투자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공동의 선을 구현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일을 추진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살피고, 가장 마지막에 “갚을 능력”을 본다. 그리고 두 곳 모두 담보가 없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돈을 주는 게 아니고 투자와 융자를 통해 돈을 선 순환시켜 풀어가는 것입니다. 경제 사이즈가 커진다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나누는 이들이 많아져야 하고 공동체적인 의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사회적 금융을 국내에 처음으로 시도한 만큼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걸음이었다. 크게 내보일 것은 없지만 그래도 15년 간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진 것을 볼 때면 뿌듯하다.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곱창가게를 시작해 두 딸을 대학까지 보낸 어머니는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재기하려는 또 다른 이들에게 장사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과일가게로 삶의 기반을 닦아가게 된 이는 매일 매출의 1/10을 정성스럽게 모아서 봉투에 담아 월말에 은행에 기부하기도 했다.

“사회적 은행을 하면서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이 만나지만 또 함께 살기의 의미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쁘고 감사합니다.”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난을 해결하는 일도, 사회적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 장로는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며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하나님이 이끌어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적인 삶을 선택하는 이들, 나눔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날 때 이 사회는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회도 ‘미션펀드’를 만들어 미자립교회를 돕고 사회를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이종수 대표, 그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행복한 ‘착한 은행’이 이 땅에 더 많아지기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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