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어릴 적 나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어”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킥킥 웃으며 농담처럼 받아 넘긴다. 우리가 어릴 적, 지금부터 60년 전쯤, 한 교실에서 칠십 명쯤의 어린이들이 바글바글 공부하던 시절, 조금 똘똘한 남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라는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자탄인지 후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어 구치소에 갇힌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5월 9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위해 15명이나 되는 대통령 출마자들의 벽보가 나붙었다. 60년 전쯤 대통령 되는 꿈을 꾸었던 꼬마들이 지금 70대 원로들이 되어서 정말 대통령 출마를 한 것일까 생각하며 벽보에 보이는 얼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노라니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선거철답게 TV에서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토론회가 생중계 되고 있다. 그 후보들의 토론회가 마치 격투기 중계를 보는 것 같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상대들을 격퇴시키고 내가 이겨야 하는 싸움판을 보는 것 같기만 하다. 진행자는 계속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지만, 후보들은 상대방을 흠집 내고 시비 거는 데만 집중한다.

하긴 얼마 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도 트럼프(현 미국 대통령)의 유치하고 무례한 막말을 들으며, 절대로 저런 사람은 대통령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혹자는 그 무례한 막말이 선거 전략이라고 해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4월의 마지막 주간답게, 예예동산은 어우러진 봄꽃들과 신록으로 더없이 찬란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봄 날씨를 즐기며 어린 손주들이 엄마와 쑥을 뜯는다고 조잘거리고 있다. 어린 손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요즈음은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난리 났네. 우리나라 야구 구단이 백 개도 넘겠네”라며 엄마들은 킥킥거린다. 창밖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타는 듯한 심정으로 기도드리고 있다. ‘저 아이들의 앞날에 평화가 지켜지기를!’

이십여 년 전쯤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가 있었다. 중국의 자금성을 배경으로 공산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마지막 황제였던 부의의 생애를 다룬 영화다. 어린 시절 얼결에 황제의 자리에 앉혀진 한 남자아이가 그 스스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되는 역사의 현장 속에서도 메뚜기 한 마리에 마음을 붙이고, 숨겨 키우는 보통 남자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엄청난 궁중의 비밀스럽고 두려운 음모 속에서 꼭두각시처럼 황제의 자리에 앉혀진 부의는 어느 날 세상이 뒤집히면서 감옥에 갇힌다. 생전 처음 초라한 세면대 앞에서 스스로 세수할 줄 모르는 그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영화에 다뤄졌다. 나는 그 영화의 마지막에 리어카에 채소를 싣고 골목을 다니며 채소장사하는 부의의 국민복을 입은 모습을 보며, 이제야 한 인생이 삶을 스스로 살며, 스스로 작은 기쁨을 맛보고 있구나 라고 느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치소에 감금되었을 때, 말쟁이들은 공주노릇만 하던 그가 그 스스로 밥그릇 닦고, 감방 바닥을 닦아야 할 것이라고 고소해하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 노릇을 잘 못해서 심판받긴 했지만, 엄한 어머니 밑에서 양육되었으니 자신의 일상을 감당 못할 위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제야 그녀가 모든 거짓된 허상의 올무를 벗고 스스로의 삶 앞에 정직하게 직면하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한 인생이 거짓의 올무를 벗어버리고 자기 삶의 진실한 본질과 직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하늘이 허락하는 그 엄청난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기도하는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서있는 한 우리나라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입고 보전될 것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간에, 오직 이 나라의 주권은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책임지고 계심을 믿는다.

이렇게 세상이 뒤숭숭하니, 예예동산의 살림을 위해 쌀이랑 라면이랑 김치들이나 넉넉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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