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진 사무국장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얼마 전 우리 협회에서 주관한 ‘2017년 경영자세미나’를 일본 후쿠오카로 다녀왔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협회 회원들인 각 출판사 경영자들 간 연합과 교제 그리고 출판유통 전략과 전자출판에 대한 진단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주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출판 마케팅 : 기독교 도서유통의 진단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태 대표(몽당연필)는 출판유통의 개념을 도서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유통’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전 과정, 즉 저자, 직원, 서점, 인쇄소, 독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과거 방식의 기계식 업무 분할은 무의미하며, 출판의 각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출판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목표로 시장의 구매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 조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 저자를 메신저로 성장시키는 것, 그리고 ‘보도자료’ 등을 통한 홍보방법의 다양화 등 여러 실천적인 대안들을 제시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그리고 이번 경영자세미나 내내 박종태 대표의 강의는 토론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출판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된 현실에서 여러 가지 도전적인 이슈를 제안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강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즉, 책을 1차 콘텐츠로 정의할 때, 다른 1차 콘텐츠들과의 연계나 혹은 책으로부터 파생된 2차 콘텐츠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만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로서 다른 콘텐츠로의 변신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서구에서, 특히 미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된 주제이고, 그 결과 디즈니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만화영화 복합산업이 오늘날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니까요. 남은 기간 둘러본 일본의 여러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저녁 늦게 호텔 인근에 있는 ‘Recycling Bookstore’를 방문했습니다. 일명 중고서점인데, 거기에는 책을 필두로 게임, 카드, 영화 등 책으로부터 파생된 모든 콘텐츠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강의를 듣기 전이었다면 아마도 그 다양한 콘텐츠들을 그저 다른 산업의 생산물로 여기면서 책의 종말을 운명처럼 얘기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이런저런 고민과 대화를 나누던 차에 만난 중고서점의 다양한 콘텐츠들은 제겐 ‘또 다른 책’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과장이 섞여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도 진심으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에는 정통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150여 회원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 출판물을 발행한 적이 있는 출판사는 1,000여 개에 달합니다. 그 출판사들이 한 해에 새로 발행하는 책만 2천여 종입니다. 그렇게 많은 자산을 가지고서 이제껏 우리가 했던 것은 출판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매체와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쟁구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어쩌면 책을 ‘불황’이라는 늪에 던져버리는 것일 수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그 많은 책을 다른 언어와 다른 형태로 바꾸어 더 넓고 다양한 세계와 만나게 하는 것이 진짜 출판유통의 본 모습이겠다 여겨졌습니다. 

출판이 살아나면 문화가 융성하고 사람이 살아납니다. 출판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산업이어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바른 길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출판의 본질적 소명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물론, 이러한 일들이 말처럼 쉽기야 하겠습니까? 분명히 기존의 방식보다 더 힘들면 힘들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고민하기보다,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벌써 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출판을 확장하는 기독교출판사들의 선전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응원합니다. 우리의 변화로부터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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