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 전 이스라엘과 고대 중동 문헌 통해 발견하는 민주주의

신명기의 ‘아들 잡아 죽이기’ 기록은 
“아버지가 경솔하게 아들을 죽일 가능성을 방지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가엾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한 약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법률이기도 하다”는 것

 

▲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홍성사

성경에 자신의 아들을 잡아 죽이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다고? 하나님 구원사역의 계시이자 그의 백성들이 걸어가야 할 신앙의 삶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성경에 어떻게 그런 끔찍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로 있다.

신명기 21장 18~21절에는 아버지의 말이나 어머니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반항하는 아들을 부모가 붙잡아 성읍의 장로들에게 데리고 가 아들의 행태를 호소하면 성읍 모든 사람이 그를 돌로 쳐 죽일 것이라고 나와 있다. 자식이 아무리 잘못했기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런데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약 3천 년 전 고대 중동 지역으로 거슬러 가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에게 가장 귀한 것을 제물로 드리던 당시에 아들은 가장 효과적인 종교적 희생 제물이 되곤 했다는 것이다. 창세기 22장에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잡아 바치려 했던 것이나 사사기 11장에 입다가 자기 외동딸을 희생 제물로 삼는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손뿐 아니라 창세기 38절에 며느리 다말이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해 유다가 그녀를 화형에 처하도록 명령한 기록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절대적 가부장 사회였던 당시 이스라엘이나 그 주변 민족들이 앞서 신명기 성경구절을 읽었다면 그 잔혹함에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내 자식 하나 잡아 죽이는데 뭐 저런 복잡한 절차들을 거쳐야 하나’라고 불편함(?)을 내보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신명기의 ‘아들 잡아 죽이기’ 기록은 “아버지가 경솔하게 아들을 죽일 가능성을 방지하는 장치”로서 “잔인무도한 이스라엘의 사회상을 일면 드러내기도 하지만, 가엾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한 약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법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책은 구약성서와 고대 서아시아의 민주적 열망과 지혜를 소개하고 오늘날의 의미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1장 ‘고대 사회의 생명 존중’에서는 망나니 아들을 잡아 죽이는 법, 피의 복수를 막는 도피성 제도, 미제 살인 사건을 대하는 공동체의 자세 등 미개해 보이는 조문 뒤의 숨은 뜻을 드러내고 있다. 

2장 ‘공동체도 생명이다’에서는 자신들이 뽑은 왕의 전횡을 막으려는 고대인들의 고민과 방법,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식을 설명한다. 

3장 ‘어르신을 잃은 사회’에서는 인터넷, 도서관 등이 없던 때에 어른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결정을 내렸던 이유와 사법적 권한을 가졌던 장로(어르신)들의 위상에 대해 밝힌다. 

4장 ‘민주주의’에서는 고대사회에서 장로와 함께 중요한 의사를 결정했던 기구인 의회의 위치를 설명하고, 구약성서의 난제에 숨은 뜻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5장 ‘판단력’에서는 구체적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두 사람 이상의 증언으로 결정하고, 다수결이 아니라 제비뽑기로 땅 분배와 입대 문제를 결정하는 등의 기준은 억울한 일을 막으려는 의도와 하나님을 믿고 공동체를 신뢰하는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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