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교회가 뭐 이래! 이게 기독교야?’ 하는 질문들이 굉장히 높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독교 인구가 늘더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기독교의 위기 또는 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은 사람이 많고 적음이 영광과 위기를 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추구한 이념과 사상과 믿음과 생활이 더 이상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든지, 또는 일상생활문화로 얼마나 깊이 정착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진정으로 문제의식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기독교라는 새로운 토양이 만들어지기에는 좀 짧은 시간에 그 숫자가 늘었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신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기독교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다르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때, 종교개혁을 획책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

사회는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물질의 세계는 아주 탁월하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정신과 영혼을 다룬다는 교육계와 종교계는 언제나 가장 뒤늦게 변한다. 극소수를 빼고는 한국의 종교계에는 가장 뒤떨어진 민주체제를 꾸리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에만 좁혀서 생각해 볼 때, 모든 사람이 다 하나님 앞에서는 평등하다고 하면서 ‘하나님의 종’이라는 이름의 ‘종의 왕국’을 꾸리고 있다. ‘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잘 하는 목회자’의 군림으로 한국교회는 문제가 심각하다.

나는 엄밀히 따져서 영적 삶에 정년제를 두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영적활동에 계약을 하고 위임하여 평생직장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영은 바람과 같아서 매우 높은 역동성을 가진다. 동시에 유연하다. 그런 것을 어느 직책으로 묶어 놓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신학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르고 어떤 실습단계를 거쳐서 정식으로 목사가 되거나 목회자로 청빙되어 견고하고 특수한 직장인으로 고정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일을 하는데 왜 그런 유연함이 없이 굳어진 제도가 문화로 정착하는가?

물론 이 단계에서 ‘이것이 기독교회다’라고 할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런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다면 그 자체가 벌써 굳어진 껍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만 교회는, 특히 살아 있는 믿음의 공동체라면 깨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른 곳은 몰라도 깨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교회라면 아주 탁월하게 달라지는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 첫째가 신학교육의 개혁이다. 지금은 모든 대학이 다 어렵지만 특히 신학교육기관은 더욱 어렵다. 지금같이 목회자나 신학자 후보를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모든 교인을 교육하는 신학의 보편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교육자들이 폭 넓고 깊게 성경과 신학을 가르치게 한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생활신앙 속에서 살아갈 때, 그들 중에서 교인들이 골라서 목회자로 세운다.

물론 이때는 어떤 계약 기간 동안이라고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그가 깨어서 살아 있는 믿음을 가지는 한이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미리 모른다. 그러므로 서로가 깨어 있는 양심의 신앙인 집단이 공동목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누구는 말씀을 잘 선포하기도 하고, 누구는 아픈 영혼을 잘 어루만지기도 하며, 누구는 열심히 연구하여 잘 가르치기도 할 것이다. 그들이 깨어서 살아 있는 동안 목회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지금 같은 교파, 교단조직은 깨어 있는 신앙생활, 생활신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것들은 하나의 조직체일 뿐이다. 그런 조직체는 생명의 굳음일 뿐, 팔팔한 생명의 활동은 아니다. 그래서 교권 싸움이 나오고, 갈라지고 합하고, 합한다고 또 하나의 조직이 만들어지고. 목회의 유연성이 없어지고 목회자의 전문화가 이루어지니 모든 신도와 함께 이룬 교회를 마치 자기 가게나 기업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편법 증여나 편법 상속을 하려고 한다. 양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비판하겠지만, 재산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자기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 양심을 짓뭉개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이게 기독교회냐?’ 어느 누구도 ‘이것이 교회다’라는 기준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깨어 있는가 잠자는가를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깨어 있지 않다면 이미 교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