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은성
총신대 교수

어릴 때 소복이 쌓인 밥을 먹었다. 반찬이란 것이 별로 없었으니 밥그릇에 보리밥이라도 듬뿍 담아 먹었다. 국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 재빨리 비우면서 배를 채웠다. 밥그릇 사이즈도 20대가 되면서부터 ‘공기’라 해서 일본식 작은 그릇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진 밥그릇에 담긴 것보다 올라온 부분이 훨씬 많은 양의 밥을 먹었다. 뱃심은 밥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밥을 중심으로 먹어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이전 어르신네들도 그렇지만 그러니 우리 시대 남성들의 보통 신장은 168cm, 여성은 160cm였다. 난 항상 중간 정도의 신장이었다.

단지 몇 종류의 음식만 생각나지만 뭘 먹고 이만큼 키와 덩치가 자라났는지 참 궁금하다. 후에 배워서 안 것이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하루 영양분이 있는데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모친이 이것을 어떻게 알고 음식을 만들었을까? 요즘은 학교서나 인터넷을 통해 배우지만 그땐 그저 들은 것과 본 것만을 가지고 가족의 건강을 챙길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목사후보생이 되면 정신없이 학과수업에 열중한다. 숙제하기에 바쁘고 사역을 하기에 여념 없다. 성과도 따라야 하기에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었는데 과연 내가 양육하는 하나님의 양떼에게 모친이 행한 것처럼 충분한 영적 영양분을 먹일 수 있을까?

결혼한 후 가정을 책임지는 자로서 남성과 가장으로서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저 좋아서 결혼했고 언제든 ATM에 카드를 넣으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인생의 이런 시절이, 그런 꿈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모님이 일러줬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얼마나 어리석은지 때가 되어야, 일을 직면해야 깨닫는 나는 정말 미련하고 우둔한 인간인가보다.

에스키모나 북극해 툰드라 지역에 사는 오지의 사람들은 열대 지방에 사는 자들과 다른 음식을 취하면서도 필요한 영양분을 얻으며 살아간다. 식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바다의 고기로부터 충분히 얻는다. 알약으로 비타민을 취하는 서양인과는 달리 동양인은 자연물에서 섭취한다. 삶, 문화 또는 시대가 달라도 인간은 건강하게 몸을 보존하고 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육이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이 요구되는 것처럼 영적 영양들도 필요하다. 이것 없이 영적 삶이란 불가능하다. 육의 음식이야 허기증이 있고 포만증이 있으니 먹고 먹다가 지치면 숟가락을 놓고 쉬지만, 영적 배부름은 어떨까? 얼마큼 먹어야 할까? 하나님의 말씀은 포만증을 느낄 만큼 먹을 수 없다. 먹고 먹어도 배부름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이 육적 포만증과 다른 점이다. 영적 말씀은 성령의 도구가 된다. 생각하는 오성에 담겨 있는 말씀을 성령께서 기억나게 또는 깨닫게 한다. 이것에 양의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성령께서 깨닫게 하실 때는 인간의 측량된 양으로 판단되지 않을 것이다. 대충 먹자고 말하고 싶지 않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영적 양식을 채우자. 그리고 삶 속에서 성령과 더불어 힘차게 살아가자. 그런 가운데 말씀을 기억시키는 그분의 사역을 기대한다. 

필요한 영적 음식은 말씀 외에도 기도가 있다. 말씀을 되새김하는 것이 기도이고, 자신의 생각을 말씀에 반영시키는 것이 기도이고, 자신의 과거를 말씀에 비춰보는 것이 기도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면서 정리하는 것이 기도이다. 이 모든 것이 그분의 말씀에 따라야 하기에 기도 가운데 그분의 뜻을 찾는다고 우리는 말하곤 한다. 말씀 없이는 기도하기 어렵다. 기도 없이 말씀의 깨달음도 없다! 이 두 가지는 성령의 도움과 역사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영적 음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은 교회이다. 외적 은혜를 받게 하는 수단이기에 칼빈 선생은 교회를 모친이라고 불렀다. 양육하는 곳이고 음식을 제공받는 곳이다. 순전하게 말씀을 전하는 교회가 아니면 참된 교회 역시 아니다. 그런 교회에서 목회자로부터 순전한 말씀을 공급받는 자들은 행복하다. 불량음식으로 배부른 것만 느끼는 비만증이 아니라 말씀을 먹고 그분 안에 살려고 부지런히 힘쓰고 애쓰는 면서 자들이 영적으로도 건강하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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