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내 몸과 같이’를 살아내는 대안공동체 꿈꾸는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경제·복지 환경 좋아져도 높아지는 자살률 왜? 
“힘겨운 삶을 맞들어 줄 ‘이웃’이 없기 때문”

이웃 위해 삶을 나누고 헌신하는 5개의 공동체, 
하나님의 요구에 순종하는 ‘종’ 된 삶

 

▲ 선한목자교회 담임 김명현 목사

 

“왜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고아원(보육원)이 있는 것일까요?”

뜬금없는 질문. 왜 당연한 걸 묻는 걸까. ‘이웃’에 대해 설명하던 선한목자교회 담임 김명현 목사(53)는 보육원이 존재하는 것을 ‘이웃’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 현실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제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서구사회에서는 진즉에 사라진 보육원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존재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 보육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보육원 없는 사회,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부모의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의식의 전환,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이웃’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선한목자교회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무한 책임져야 할 이웃”이라는 확신 속에 그것을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공동체다. 지역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이뤄지는 일들이 ‘주렁주렁’, 아이들까지 다 헤아려도 40명을 넘지 못하는 교회가 해내는 일들이 지역을 놀라게 하고 있다.

 

# 가난한 이들과 가족 맺기

“먼저는 부모의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도 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선진화 된 사회가 깨달은 것은 아이는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야 하고,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가정의 문제로 아이가 시설에 가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보육원에서 지내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에게로,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은 다른 가정에 위탁되어 돌봄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도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그 공백을 서로서로를 책임져주는 공동체의식이 형성된 결과라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의식의 전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김 목사는 어렵지 않다고 응수한다. 20년 전에는 버스 좌석 뒷면에 재떨이가 비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버스 정류장에서도 담배 피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금연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실현된 것이다.

김 목사가 또 묻는다.
“우리 사회는 경제 환경과 복지시스템이 좋아졌는데도 왜 이혼율과 자살률이 계속 높아질까요?”

이번에도 답은 나의 아픔과 고민을 들어주고 힘겨운 삶을 맞들어 줄 ‘이웃’이 없기 때문이란다. 문제가 생기면 사회제도와 복지를 통해 개선하려고 하지만 그 근저에는 이기주의가 깔려있다고 김 목사는 보았다.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자들과 이웃하는 것이 불편하니 이들을 관리하는 시설을 별도로 만드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스템과 복지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그들이 주는 ‘유한한 책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서로를 무한 책임져주는 ‘이웃’이 있을 때 비로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된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이것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먼저 경험한 서구사회의 깨달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난한 이들과 이웃으로 살기, 선한목자교회가 13년째 이어온 걸음이다. 선한목자교회를 중심으로 5개의 공동체가 움직이고 있다. 가정의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저녁식사를 나누고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돌봐주는 ‘두루두루 맘 카페 공동체’, 가출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청개구리밥상 공동체’, 주중에 장애아동들의 방과 후 생활을 돌보는 ‘쉴터 공동체’,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이나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가는 ‘샬롬빌리지 공동체’, 장애우들의 자립 활동을 돕는 ‘함박 공동체’ 등이다.

작은 교회가 이런 일들을 감당해 갈 수 있는 동력은 리더들의 전적인 헌신에 있다. 공동체는 김 목사가 이끄는 ‘서번트 리더십’(3년 과정) 훈련을 마친 이들이 리더가 되어 각기 독립적으로 운영해간다. ‘서번트 리더십’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는 과정으로 말 그대로 ‘종’으로서 섬김의 삶으로 전환하기 위한 훈련이다. 김 목사를 비롯해 리더들은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월 평균 60만 원 정도, 자발적 가난은 리더의 필수조건이다.

 

# 의사가 되려던 한 아이의 꿈

그동안 교회가 지향하는 ‘이웃 공동체’를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지 김 목사는 ‘이웃’이 뭔지, ‘공동체’가 뭔지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을 거듭했다. 가끔씩 교회가 하는 일들에 대해 물어오기도 하고 “우리도 하고 싶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실현된 곳은 하나도 없다는 것.

‘진짜 이웃’이 뭔지를 설명하느라 질문공세로 나오는 김 목사에게 역으로 물었다. 왜 이런 삶이어야 하는가? 그가 이웃을 향한 걸음을 걷게 된 시발점은 ‘슈바이처 박사’였다.

“어린 시절 용돈 10원 받으려고 위인전을 읽다가 슈바이처 박사 이야기를 봤어요. 그처럼 아프리카에 가서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지요.”

막연하게 남을 돕는 삶이고 싶다는 생각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그가 마주한 우리 사회는 아프리카가 따로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야를 넓혀보자는 생각에 구로공단의 한 복지시설에서 진행하는 야학 교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곳은 밖으로는 미혼모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자활을 돕는 곳으로 알려져 정부지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자제품 공장의 여공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비용을 챙기는 곳이었다.

여공들 중에는 12살의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이 아이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대화하며 이곳의 여공들 대부분은 지방에서 돈을 벌기 위한 온 경우와 가정의 문제로 가출한 아이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이가 어릴수록 가출한 경우가 많았다.

여공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고작해야 보리밥에 도저히 냄새나서 먹기 힘든 쉰 김치가 전부, 하지만 건물 맨 위층의 원장 집은 너무도 호화스러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교회 권사라는 사실. 그는 그곳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신앙인들의 이중적인 생활을 목도했다.

“이론을 세워서 사회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것과 동시에 누군가는 그 현장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의대를 그만두고 신학교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웃을 향한 삶을 교회 공동체와 함께 걸어왔다.

 

# 모두가 행복한 ‘이웃 공동체’를 향해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삶, 인간 존재마저도 편리성에 무너지는 사회가 아니라 내 곁에 어려움 당한 이들을 함께 돌보는 ‘이웃 공동체’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회가 되려면 그것을 몸으로 앞당겨 살아내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김 목사는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몸으로 보여주는 게 느리지만 가장 빠른 ‘혁명’의 길이라고 했다. 선한목자교회 서번트 리더들은 그런 ‘책임지는 이웃’의 삶에 조금씩 눈떠가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밖에서는 “작은 교회가 무슨 돈으로 저렇게 많은 일을 하나?” 하며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럼 김 목사는 선한목자교회 공동체가 지켜온 원칙을 이야기해준다. 즉,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만 한다”는 것. 5개의 공동체는 그렇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고백할 수 있는 건 “하나님은 일감과 함께 그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도 주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종들에게 각자에 맞는 일거리를 주시고 감당할 수 있는 도구도 주십니다. 하나님이 요청하시는 일에 충성하면 하나님은 늘 우리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이루십니다.”

이웃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나누고 헌신하는 선한목자교회 공동체와 김명현 목사, 그들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 순간에도 부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현장”이라면서 그 길에서 얻는 '나눔보다 더 큰 행복'을 고백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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