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인철 목사
광천중앙침례교회 담임

이미지와 감성은 대중의 시선과 마음을 흡입하는 마력을 지니는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를 거부감 내지 불편함 없이 수용한다. 이는 이전 세대와 다른 정신과 육체의 패러다임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이웃, 친구, 가족, 공동체 같은 끈적거리는 관계 없이도 충분히 엔조이 할 수 있는 철저한 개인주의, 즉 자기 생각이 옳은 대로 살아가는 이기적 시대로 견인된다(삿 21:25). 대화나 만남을 통한 정신적 교감보다는 소위 혼밥, 혼놀, 혼일 등으로도 나름 행복하다고 외치는 돌연변이 같은 시대다. 

단순한 연산을 넘어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간에 대한 미래의 위협보다는 그것으로 인하여 발생 가능한 긍정에 빠져 들어가는 시대를 조금씩 경험하기 시작한 오늘, 개, 고양이 등은 애완 단계를 넘어 반려 단계가 되면서 사람을 아빠 엄마로 두고 사는 이상한 시대이다. 뿐만 아니라 본래의 모습, 처음 모습을 잃어감으로 창조자의 뜻하심이 소멸되거나 흐릿해져 가는 기독교 영성의 길 잃은 밤의 시대이다. 

결국 영성 잃은 기독교는 세속의 영성으로 교회를 세워 보려는 반칙을 범한다. 그리 오래지 않았던 지난날에는 오직 하나님을 예배하며 예배당, 예배, 기도, 설교 등 단순한 것들은 세속을 걷어낸 단순한 삶들로 성화(聖化)를 이끌었다. 그런데 요즘의 교회는 시대에 맞게(?) 다양성을 이루며 어울려가고 있다. 다양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성이 본질을 허물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게 만들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검열 없이 교회 안으로 거주지를 옮긴 시대의 정신부터 시대의 다양하고 혼합된 문화들이 알게 모르게, 소리도 없이 중심을 이동시키면서 주인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말씀으로 말씀화 되는 교회 풍경이 아닌 세상의 다양한 것들이 거룩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교회로 들어온다. 복음이 대화의 주제가 아닌 세상의 일상들이 토의되고 있는 교회의 장면들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짐을 심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세상의 각종 문화가 교회 안에서 교회의 주 문화로 바뀌는 기현상을 단순히 말세 혹은 종말이라는 말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사탄은 전도라는 달콤한 미끼로 복음을 다양한 세상 문화로 재해석, 재편집하려 한다. 교회는 복음의 능력으로 경건을 이루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한 부분, 한 구성체로 그 주변적 삶에 충실 또는 만족하려 한다. 복음 상황화가 아닌 상황복음화로 복음과 교회를 해체하려 한다. 오직 성경적 진리가 선포되는 설교가 아닌 가공된 설교, 인위적으로 입맛에 맞게 조합한 설교가 은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귀를 속인다.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복음에다 세속문화를 접목시킴으로 복음은 얼굴마담 역할만 할뿐 실제로 피는 꽃과 맺는 열매는 복음으로 덧칠해진 문화뿐이라면 패배해서는 안 되는 복음이 패배하는 것이다. 

교회가 문화를 터부시 하는 것만이 꼭 복음을 지키고 복음적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교회적 문화가 아닌 문화적 교회가 될 수 있음에 대한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현대인은 현대인에 맞는 방법으로 복음화해야 한다는 달콤한 말들로 세상의 문화들을 활용하는 사이 하나님은 에스겔 성전에서처럼 교회로부터 떠나시고 거룩으로 포장된 세상의 문화와 정신들이 거짓 선지자처럼 교회와 성도 안에서 활개를 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고, 안식일에는 제물을 들고 성전에 나와 제사를 드렸지만 그들의 실제 삶은 가나안 문화, 바알의 문화였을 뿐 그들 안에 하나님은 없었다. 당연히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들의 말을 듣는 귀도 없었다.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하나 하나님의 공의는 인내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떠나셨고, 성전은 파괴되었다. 

지금은 교회 안에 복음이 아직 살고 있고, 하나님의 숨소리가 여전하신지 진정으로 돌아보아야 할 때다. 비록 교회는 고독하고 고난을 당해도 복음적 교회, 순수한 복음만으로 세워져 가는 교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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