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제 공동체 수사들의 예배 모습

 

▲ <함께 사는 기적>
신한열 지음/신앙과지성사

“오늘날 도처에서 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나라와 민족 사이에 장벽을 쌓으려 하고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부추긴다. 하지만 ‘다른 세상’, ‘함께 사는 삶’이 가능함을 믿고 보여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따뜻한 눈길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고 열린 자세를 지닌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으로 그 희망을 써가고 있다.”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의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떼제공동체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삶의 의미를 찾고 신앙을 심화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40년 스위스 기독교 신교 목사 아들인 로제(1915~2005) 수사가 시작한 떼제는 초교파적 그리스도 독신수도공동체이다. 그리스도인이 벌이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로제 수사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공동체를 설립, 현재 30개국에서 온 수사 100여 명이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물질을 소유하지 않는 떼제는 재산을 철저히 공유한다. 수사들은 일체의 기부나 헌금을 받지 않고 자기들이 만든 도자기나 기념품, 음반, 서적을 제작·판매해 공동체의 재정을 충당하고 부를 축적하지 않는다. 단순 소박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 경험하는 풍성함과 나눔은 떼제가 가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저자인 신한열 수사(55)는 1988년 떼제공동체 생활을 시작해 1992년 종신서약을 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피부색과 언어,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이들이 섞여 공동체를 이루는 떼제공동체 현장을 ‘함께 사는 기적’이라고 소개한다.

“예수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떼제 공동체가 그분과 복음 때문에 어떤 선택을 했으며, 교회가 외면당하는 이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왜 떼제로 모이는지, 믿는 이들이 어떻게 땅의 소금과 화해의 누룩이 될 수 있는지를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은 신한열 수사가 처음 떼제를 접하고 수사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30년 간의 떼제공동체에서의 삶을 통해 열어 보여줌으로써 떼제가 소비와 경쟁, 분열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신한열 수사가 떼제를 만난 것은 유신시절 사방이 막힌 듯한 갑갑한 사회 속에서 대학생으로서 나아갈 길을 고민하던 때였다. 당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3명의 떼제 수사들이 매주일 정기적으로 가진 기도회에 참여하고 함께 지내다 본격적으로 프랑스의 떼제를 찾았다. “기도와 침묵, 공동생활 가운데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과의 삶은 그의 오랜 갈망을 해갈해 주었다.

떼제가 유명해진 것은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면서부터였다. 일주일 단위로 연중 계속되는 젊은이 모임엔 많을 때는 주당 3천여 명이 모인다. 떼제는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주입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단순 소박한 생활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기도와 묵상, 그리고 나눔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고 하느님과의 그윽한 친교를 심화하도록 돕는다.

이들을 섬기는 일은 수사들의 몫, 100명 남짓의 수사들이 연간 10만 명을 환대하고 섬기는 일이 쉽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도 일손을 돕는 것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공동체를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원장 수사 외에는 특별한 직책이 없다. 하지만 수사들은 서로의 권위를 인정하고 복종한다. 그들의 삶을 수십 년 간 지켜본 프랑스 철학자 리쾨르는 “아무도 명령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모두가 복종한다”는 말로 떼제의 독특한 삶을 표현했다.

요즘 공동체에 대한 환상이 커지는데 신한열 수사는 “공동생활은 이상도 환상도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수도 공동체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한 분’ 때문에 모여서 평생을 사는 곳”으로서 “공동생활은 하느님 안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불가능이요 기적”이라며 공동체 생활에 대해 고백한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