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진 사무국장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책으로 빚은 종교개혁 500년’은 6월 14~18일까지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2017년 서울국제도서전 기독교 문화거리의 주제였다. 보기에는 간단한 구호 같지만 그 함의(含意)는 깊고 넓다.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성도들을 핍박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가톨릭교회의 죄를 지적하고 이를 개혁하여 온전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드렸다. 때론 신앙의 자유를 위해 총과 칼을 들기도 했지만, 정작 그들이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성경의 보급을 통한 개혁이 그것이다.

마틴 루터는 1522년 <독일어 성서>를 번역, 출판했다. 기존의 라틴어 성경은 가뜩이나 모국어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던 당시 그림에 떡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차에 모국어인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교회의 예식을 독일어로 드렸으니, 그것만으로도 시대를 뒤흔드는 개혁이 시작되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이어 그는 독일어 성경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보완하고 교회교육에서 실제적으로 성경의 핵심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1529년 <대교리문답>과 <소교리문답>을 펴냈다. 장 칼뱅이 <기독교강요>를 쓰고 올리베땅이 <불어 성서>를 번역한 것 역시 루터와 같은 목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100년 전 일본 제국주의의 강제 점령과 폭력으로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는 물론이고 한국인의 말과 글, 그리고 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존 로스, 이수정, 서상륜은 <한글 성서>를 번역하여 보급함으로써 한국인의 정신을 일깨웠다.

배움이 없어 글을 읽지 못하는 일반 성도들을 위해 사경회와 성경학교를 열어 글을 가르치고 성서를 읽히면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복음’을 전했다. 그로부터 우리 민족은 정체성을 회복하고 일제의 압제에 저항하면서 독립을 일궈냈고,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종교 등 전 분야에서 오늘과 같은 발전의 토대를 쌓았다.

500년 전 유럽이나 100년 전 이 땅의 대중들은 배움이 없었다. 배움은 늘 소수의 권력자들의 몫이었다. 그들에게는 성서도 없었다. 찍어낼 기술도 종이도 부족했고, 만들어도 그것을 보급할 서점이나 빌려줄 도서관 역시 절대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 잊지 않기 위해 늘 암송했다.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이 오늘과 다른 신앙, 다른 삶을 사는 것은 과거와 현재 혹은 서양과 동양이라는 시공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절대 아니다. 그들은 문맹이었고 가난했지만, 그들은 성경을 읽었고 교리문답을 배웠으며 실제 삶에 적용했다. 그들은 영적으로 식자(識者)였으며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배우자고 말한다. 

오늘날 <대교리문답>이나 <소교리문답>은 일반 성도들의 몫이 아니다. <기독교강요>는 마치 심오한 신학의 한 분야처럼 다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성경을 읽고 질문하고 암송하는 것은 ‘목회’라는 사역에 삶을 드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문맹을 벗어났고 성경은 넘쳐나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말씀을 강론하는 ‘설교’를 들을 수 있지만, 정작 성도들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 영적 문맹의 시대가 심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갖가지 행사가 치러지고 있는 모양이다. 교단마다 교파마다 성지순례와 같은 이벤트로 혹은 종교개혁자들에 대한 출판을 통해 당시의 정신을 오늘날 이어지게 하자며 애쓰고 있다. 그 노력과 정성이 헛된 것이 되지 않으려면,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에서 모든 성도들이 성경을 읽고, 묻고,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500년 전 유럽의 종교개혁자들과 100년 전 이 땅의 선교사들과 권서인들이 성경을 가르치고 보급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역시 다르지 않다.

‘책으로 빚은 종교개혁 500년’이 다시 ‘책으로 빚을 종교개혁 500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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