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 연재 소설
을지 고, 기독교 제국의 꿈 >2<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211] / 사제 왕 요한 ⑯
조효근  |  dsr123@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627호] 승인 2017.06.21  15:41:5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중국 란주에 자리한 경교 건물

의기투합이라고 해야 하나, 을지 고는 옹칸의 가슴을 껴안고 한동안 감격했다. 기독교 제국의 꿈이다. 그가 어렸을 때 들은 기억으로는 당나라 제국의 국교처럼 기독교(당시는 경교) 지도자 알로펜 주교의 제2 로마론이다.

그는 당나라를 아시아의 로마로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었다는 것이다. 당나라가 거란에게 제국을 내준 후 거란의 창업주 야율 아보기 역시 거란제국의 기독교화였다. 을지 고가 함께 카라 키타이 건국에 동참했지만 야율 대석의 가슴 깊은 곳에도 기독교 제국의 꿈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선황제 야율 대석이 병사하지만 않았어도 옹칸을 동반자로 하여 중앙아시아일대와 몽골 초원을 잇는 대 제국을 앞당길 수 있었으리라.

을지 고는 거란 제국이 영강주 전투에서 신흥 말갈족(주르첸 또는 여진) 세력 연합군에게 패전하여 제국이 기울었을 때 야율 대석 휘하의 병졸로 함께 했었다. 끝내 제국이 문을 닫게 되자, 야율 대석과 소수의 호위병들과 함께 천덕군 인산 산맥으로 도주하였다. 단순한 도주가 아니라 야율 아보기 거란 시조의 직계 8대손으로서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야율 대석의 꿈을 따라서였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이다. 고비사막의 주인인 몽골의 카불 칸! 무조건 고비사막으로 뛰어들었다가 카불 칸의 몽골 부족장 부하들에게 붙잡혔던 기억이 생생했다. 당시 몽골족 수장인 카불 칸은 몽골 부족 전체를 장악한 지도자였다. 지금의 케레이트 부족마저도 범 몽골족에 해당되었다.

카불 칸이 볼 때는 쫓기고 쫓는 것만 다를 뿐 야율 대석 전사들이나 야율의 추적군 금나라 군이나 몽골족의 경내로 뛰어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카불 칸은 휘하 군사들을 동원하여 영역 침입자인 여진족(금) 군을 추방하고 야율과 그 부하들을 보호해 주었었다.

그때 그 사건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카불 칸, 그 사람의 증손자 테무진과 옹칸의 관계를 생각할 때 뭔지 모르지만 선두를 빼앗긴 듯한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다. 함께 이루어가는 기독교 제국은 지상의 하늘나라이다. 누가 앞서고 뒤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얼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옹칸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을지 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테무진을 생각했어요. 저 아이의 증조부 카불 칸이 우리 카라 키타이의 은인이요 귀인이잖아요.”

“아, 그거. 그때 그 은혜요….”

“생각해 보시오. 망국의 패잔병들인 우리를 극진히 돌봐주었고, 또 지금 생각하면 우리 선황제에게 중앙아시아 쪽으로 가서 터를 잡으라고 정보를 주시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자리 잡은 그곳에 카라한 왕조의 거대 세력이 버티고 있었죠. 그러나 그들의 운세가 끝나가고 우리 카라 키타이 건국이 이루어진 과정이 맞물려 있거든요.”

“그게 바로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겁니다. 장군의 나라가 중앙아시아 일대를 장악하고 우리 케레이트가 몽골 초원을 통일하면 로마제국의 쌍두마차로 우리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군요. 쌍두마차라…, 마차는 두 바퀴가 있어야 달리는데 서방의 로마와 우리가 힘을 모으면 이 지상에 하늘나라가 앞당겨집니다.”

“옹칸이시여, 로마 기독교가 우리를 이단자 또는 야만인으로 보고 있음을 잊으셨습니까?”

“장군이야말로 십자군이 우리에게 지원군 보내달라고 읍소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계시는 겁니까?”

“아, 참 그렇군요. 그러나 로마 십자군이 이슬람군에게 당하고 있는 때인지라 엉겁결에 저러는 것이지 한고비를 넘기면 저들 로마 교황 세력은 우리를 다시 학대하고 멸시할 것입니다.”

“장군! 왜 그렇게 약해지셨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십자군과 이슬람군 사이에도 화해해야만 합니다. 거 있지요.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가 같잖아요. 우리들 모두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자손은 예수님 가르침을 통해서 세계가 하나임을 입증했어요.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을지 고가 옹칸의 두 손을 다시 한 번 마주잡았다.

“칸이시여. 언제 신앙심이 그토록 깊어지셨습니까? 저는 아까 말씀하실 때 테무진이 옹칸의 후계자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하실 때 정말로 놀랐습니다. 존경합니다. 옹칸이시여.”

옹칸은 껄껄껄 웃으면서 다시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그것이 흐름이고 섭리시겠죠. 인물은 하나님이 세우시지 않습니까.”
옹칸의 말끝이 갑자기 흐려졌다. 

그러는 사이에 을지 고의 마음속에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초원제국의 통일을 앞당기고, 또 하나는 모국인 요나라를 금나라로부터 되찾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장군, 또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 아닙니다. 잠시 꿈을 꾸어 보았어요.”
“무슨 꿈이신가요?”
“기독교 제국이 가능할 경우 요제국의 부활도 가능치 않을까 하는 꿈입니다.”

“아, 장군의 모국 거란 말이죠. 그야 당연하지 않을까요.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만 족을 생각하면 같은 기독교 안에서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으니 저는 가끔씩 절망한답니다.”

“그거 친형제 간에도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피를 흘리지요. 그러나 더 큰 포부를 가지면 언젠가는 해결됩니다.”

“그럴까요? 나이만과는 벌써 몇 번씩이나 사생결단의 전쟁을 해본 저로서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거든요.”

“주 하나님 안에서는 가능합니다. 제가 금번 여행 중에 나이만 족 칸을 한 번 만나볼까 하는데 옹칸께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만…”

“나이만을 찾아가고 싶다고…. 아니오. 그들은 정직하지 않소, 영악하고 간악한 또 다른 종족들이죠.”

“옹칸, 어찌 그리 야박한 말씀을 하시오. 그들은 케레이트 못지않은 기독교 국가입니다.”

“장군, 장군은 카라 키타이를 지켜가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십니다. 그들은 장군이 찾아가면 당장 구금해버릴 수도 있는 인간들입니다. 좀 더 기다리세요. 그들의 소굴로 가시지 않아도 그들과 사귈 수 있는 날이 곧 옵니다. 금번 여행은 저와 함께 장차 이룩할 기독교 제국 의견을 더 깊이 나눕시다. 아, 테무진을 만나신다고요. 그의 가족들도 만나서 위안을 주세요. 예수게이가 비명에 가고 종족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해 매우 곤궁합니다.”

“아, 그럼. 옹칸의 뜻을 일단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을지 고는 옹칸의 뜻을 따라서 테무진을 만났다. 테무진은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마음이 침착했고 또 어딘지 모르게 사려 깊어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테무진, 내가 너의 집에 한 번 가서 어머니를 위로하고 형제들이 사는 형편도 살펴보고 싶은데 어떠냐? 괜찮겠지?”

을지 고의 말이 떨어지고 난 후 테무진은 눈을 껌벅이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있었다.

“어르신. 제 아버지를 아시나요?”

테무진은 엉뚱한 질문을 했다. 을지 고는 부친 예수게이가 테무진의 혼사를 위해 옹가리트 족 가문의 보르테와 테무진의 정혼을 맹약하고 몽골인들의 관습에 따라 테무진을 처갓집이 될 보르테의 집에 두고 귀가하다가 타타르 인들에게 독살 당했다는 것 외에는 모른다.

“네 부친과는 교분이 없었다만 너의 증조부되신 카불 칸에 대해서는 잘 안다. 그 어른이 내 생명은 물론 우리 카라 키타이 창업 군주이신 야율 대석 카간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시다. 너는 내가 너와 너의 가족에게 혹시 지나친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은인의 자손들에게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러는 거다.”

“네, 어르신 잘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어르신을 저의 집에까지 모시는 것은 쉽지 않겠어요. 저희는 저 시베리아 가까운 오논 강 골짜기에서 살고 있어요. 어르신이 이만큼 배려해 주시는 것으로도 저와 저희 가정으로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을지 고는 테무진을 더는 설득할 수 없겠다는 느낌을 얻었다. 열 살도 못 된다는 아이치고는 그의 몸자세나 말씨가 도무지 빈틈이 없었다. 이럴 때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을지 고는 테무진의 손에 말 스무 마리 정도 살만한 돈을 쥐어 주었다.

“이것은 받아라. 나는 네가 존경하는 옹칸의 벗이다. 그러면 너의 선친과도 벗이나 다를 바 없느니라. 내가 너를 오래 기억하마.”

을지 고는 테무진을 떠나 옹칸의 게르로 왔다.

옹칸은 출정준비를 하고 있었다. 몽골초원의 종족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전쟁이고 전투이다. 몽골 초원이 광활하다고는 하지만 크고 작은 종족들이 20여 부족이 더 된다. 그들 중 타타르, 나이만, 제레이트 족, 케레이트, 메르키트 족, 옹기라트 족, 망구트 족, 옹구트 족들은 지더라도 한 번쯤 싸움판에서 자웅을 겨루고 싶은 유혹이 늘 있었다. 특히 타타르 족은 케레이트와의 전쟁이 십여 차례는 훨씬 넘는 앙숙이다.

“옹칸이시여, 오늘은 상대가 어느 부족인가요?”
“나이만입니다.”
“나이만? 피해 갈 수는 없나요?”
“글쎄, 누가 전쟁을 좋아할까요?”

나이만이면 케레이트와 동일한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 국가인데 서로 전쟁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효근/작가

조효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460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6길 73-6(연건동)  |  대표전화 : 02-3676-3082~5  |  팩스 : 02-3676-3087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483  |  등록일 : 1988.5.31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효근  |  이메일 : dsr123@daum.net
Copyright © 2013 들소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