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 한국교회탐구센터의 ‘평신도 소명의식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로 보는 종교개혁의 한계

‘목회자가 기도해주면 왠지 믿음이 더 간다’ 68.9% 응답, 
평신도 스스로 목회자와 신분상의 차이로 보는 인식이 높아

종교개혁의 ‘전 신자 제사장’ 원리는 소명론으로 확장… 
그러나 목회자를 ‘신령한 자들’로,
평신도를 ‘육신에 속한 자’로 취급하는 사제주의로 환원된 비극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써붙인 95개 조항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루터는 만인제사장 개념을 통해 사제와 평신도 간에 어떤 존재적 차이도 없음을 천명했다.”

IVF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기독교 신교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신도 소명의식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토대로 6월 8일 저녁 7시 미디어 카페 [후:]에서 진행된 제7차 교회탐구포럼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에서 조사 결과를 분석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만인제사’가 오늘에 실현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인식하고 삶 속에서 소명의 발견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도의 직업, 세상 속 거룩한 직분

정 교수는 “만인제사장은 단순히 오늘날 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말하기보다 영적 직분과 세속 직분 사이에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목회를 성직이라고 표현하듯 성도의 직업 활동 역시 거룩한 직분이며,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일들로 성도들을 부르셨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므로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만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최선 다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직업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직업 소명에 대한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평신도가 실제 삶에서 목회자 못지 않은 소명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평신도도 목회자와 똑같은 하나님의 백성이란 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소명의식이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의 삶에도 드러나고 있는지 등에 초점 맞춰졌다.

조사는 크게 △평신도의 정체성 △평신도의 직업 소명 △성경공부와 예배 △평신도의 교회 활동 등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평신도 스스로 목회자와 신분상의 차이로 보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신도의 정체성’ 부분에서 전체 응답자 중 65.8%는 ‘평신도’ 개념에 목회자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응답했으며, ‘평신도도 제사장이다’(47.6%), ‘모든 성도를 다 제사장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44.5%)에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목회자와 평신도는 직분에 따른 역할 차이가 있을 뿐 신분상의 차이가 없다’는 데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0.8%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평신도의 교회 활동에 대해서는 공예배시 찬양인도, 선교활동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문제 없다’고 인식한 반면, 안수기도, 설교, 성찬식, 축도 등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목회자가 아니라서 꺼려진다’라고 응답했다.

‘평신도의 직업소명’에서는 직장인 신자들에게  ‘현 직업을 최종적으로 선택할 때 고려한 기준’에 대해서 질문한 결과 23.3%만이 ‘소명이 직업 선택 기준’이었다고 응답했고 69.1%는 ‘연봉, 적성, 이동거리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라고 답했다. ‘현재 직업과 소명과의 일치 여부’에 대해서는 67.0%가 ‘소명과 일치한다’고 응답했다.

‘성경공부와 예배’에 대한 부분에서 ‘성경을 읽을 때 이해되는 정도’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76.7%가 ‘성경을 읽을 때 이해된다’고 응답했고, ‘성경 구절 해석시 목회자의 도움 필요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33.8%의 응답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61.9%는 ‘목회자의 도움이 있어도 좋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평신도의 목회자/교회 의존도’에서는 ‘교회 중요 의사결정시 목회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8.7%가 ‘목회자가 큰 틀만 제시하고 교인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행하게 한다’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목회자 의존도’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69.8%는 ‘목회자가 기도해주면 왠지 믿음이 더 간다’를 선택, 54.6%는 ‘경조사 때 목회자가 예배 인도해야 한다’, 42.3%는 ‘목회자를 비난하면 벌 받을 것 같다’, 38.0%는 ‘목회자로 사는 것이 더 귀하게 쓰임 받는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정재영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분석에서 “평신도들은 이미 세상에 보내진 자들이다. 일상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과 같은 일반 사회 안에서 보내는 평신도들은 전문 목회자들과 같이 교회 안에서의 활동에 몰두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신도들의 삶의 자리는 ‘교회’가 아니라 ‘사회’”라면서 “이들이 철저하게 기독교인의 삶의 원리를 따라 사회생활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 미칠 때 평신도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주체자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안 계급주의, 종교개혁의 한계

이날 ‘종교개혁은 어떻게 사제주의를 무너뜨리고 평신도를 재발견했나?’를 발제한 이재근 교수(웨스트민스터신대원)는 “종교개혁은 이론적인 면에서 사제주의를 붕괴시켰지만 제도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종교개혁이 사제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평신도를 전적으로 사제나 목회자와 평등한 존재로 격상시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천국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도 베드로의 열쇠를 로마 가톨릭교회의 주교와 사제가 계승했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서만 성례와 미사에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이 읽고 해석해서 전하는 성경말씀만 들을 수 있고, 그들을 통해서만 하나님과 만나 죄를 사함 받아 구원받을 수 있고 교통할 수 있다는 것이 사제주의 신학의 핵심이었다”면서 “종교개혁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교회는 말씀과 성례가 바르게 선포되고 집전되는 곳으로, 그런 교회는 모두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라고 믿었고 또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하나님과 만나고 교제하는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이므로, 소위 성직, 즉 거룩한 직분은 사제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신도와 성직자 간의 구별은 원칙상 존재할 수 없으며 이들 간의 지위와 신분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루터가 <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과 <대교리문답>에서 평신도의 직업과 결혼 등 일상생활이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한 삶인지, 그런 일상이 어떻게 사제나 수도사보다 소명을 더 온전하게 따르는 길인지 설명한 것을 밝히면서 “종교개혁의 ‘전 신자 제사장’ 원리는 소명론으로 확장되어 이후 개신교 일상 및 노동윤리의 기반이 되었다”고 설명, “이 점에서 종교개혁은 사제주의를 무너뜨리고 모든 신자의 일상적 삶의 전인적 가치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제도의 측면으로 본다면, 종교개혁이 사제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평신도를 전적으로 사제나 목회자와 평등한 존재로 격상시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비록 영적인 신분과 상태에서 모든 성도는 하나님 앞에서 평등한 제사장이자 자녀이지만, 기능과 역할 면에서 말씀을 전하고 목양하기 위해 구별되어 부름 받은 이들의 존재는 종교개혁 초기부터 인정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류 종교개혁자들은 ‘전 신자 제사장’ 원리와 ‘오직 성경으로’ 원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 한 이들, 즉 전문 목회자 제도를 인정하지 않거나, 학식 있는 설교자·신학자·목사의 성경 해석 권위를 폄하하거나, 모든 신자의 평등성이라는 원리 아래 관원 및 정부의 다스리는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재세례파를 가톨릭교회와 힘을 합쳐 가혹하게 핍박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물론 교회 안에서 역할과 기능상 필수적인 직분자들의 존재를 성경이 밝히고 있기에 그 직분에 합당한 이를 세우고 이들의 권력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종교개혁자들이 마련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지만 “평신도와 성직자 구분을 폐지한 개신교 내에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설교자나 목사가 스스로를 ‘신령한 자들’로 인식하고, 함께 동역해야 할 평신도를 ‘육신에 속한 자 곧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 아이들’(고전 3:1)로 취급하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교회가 다시 계급주의화했다는 점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한편 IVF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포럼 발제 내용 그리고 삶 속에서 '왕 같은 제사장'의 삶을 살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 19명 평신도들의 이야기를 담은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IVP)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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