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년 만에 첫 교황직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와의 대담

“신앙이란 세상의 어둠 속에서 
하느님의 손을 잡은 채로 고요히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사랑을 바라보는 것 외에
다른 것일 수 없습니다.”

 

 

“신앙이란 세상의 어둠 속에서 하느님의 손을 잡은 채로 고요히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사랑을 바라보는 것 외에 다른 것일 수 없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3년 2월 23일, 교황직 사임 직전 교황청 사순 시기 피정을 마치며 한 말이다. 그동안 교황의 임기는 서거할 때까지 이어졌던 것을 깨고 그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1천 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 자리에서 사임한 인물로 가톨릭교회는 물론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의 사임을 둘러싸고 ‘강요된 사임’, ‘권력의 지속화를 위한 음모’ 등 여러 의혹이 난무했고 ‘교황의 사임’이 가져올 충격과 변화로 인해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왜 교황직에서 사임을 결심했을까? 4년여 만에 그 이유가 밝혀졌다.

책은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두 번 대담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던 페터 제발트와 사임 후 나눈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사임 교황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하나님 앞에 선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신앙을 반추하는 연약한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 동시대를 걸어가는 그리스도인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을 놓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12년 ‘바티리크스(바티칸+위키리크스) 사건’으로 불리는 로마 교황청의 내부 비리 폭로 사건과 연결고리를 연상하는 탓이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 세계 추기경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저에게 맡겨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제 자신이 너무 약해졌다”며 8년간 이어온 교황직의 사임을 선언했다.

사임에 대해 외부의 압력은 없었는지, 내면의 갈등이 생긴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측면으로 이어지는 대담자의 집요한 질문에 베네딕토 교황의 대답은 의외로 차분하고 간단하다. “저는 제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사임을 선언한 날에 대해 “그날이 저에게 특별한 고통의 날이 아니었다”면서 “제가 더 이상 사도좌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주님께서도 더 이상 그 직무를 저에게 원하지 않으시며, 그 짐에서 해방시켜 주시려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항간의 협박과 음모설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도 협박받지 않았다. 그런 시도가 있었다면 절대 사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히 했다.

자신이 사임을 어떻게 결정했고, 어떻게 실행했는지, 사도좌라는 상징성과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동시에 절대자 앞에 한 영혼으로서 고뇌한 부분까지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온전히 하나님과 내적 만남을 통해 얻은 결과인 것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성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갈구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선 그리스도인의 모습인 것을 보게 한다.

그의 사임 때문에 사도좌가 세속화 되었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교황이 사임한다면 내적인 의미에서 그에게 부여받은 책임은 있지만 역할은 없는 것”이라면서 “사도좌 직무에 인간적인 측면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해서 그 위대성이 훼손되지 않는 것임을 모두가 서서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초인이 교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
페터 제발트 대담 및 정리 /
김선태 옮김/가톨릭출판사

모두가 궁금해 한 자신의 사임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은 물론, 유년 시절과 학창시절, 사제가 되어 사목자와 학자의 길을 걸으며 교회 역사의 중심에서 사도좌로서 걸어온 삶과 신앙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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