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급한 장례라도 나면 어쩔까 싶어 
해외에 나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다행히 교회 앞에 공원이 있어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싶으면 밖으로 나간다.”

 

▲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사람들과 별로 말 섞을 일이 없다. 그저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이다. 그들도 내가 목사인 줄 아는지 경계하는 눈빛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그냥 꾸벅 인사한다. 나 역시 공연히 이상한 아저씨로 비쳐질까 싶어 과분한 말을 걸지는 않는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 8층에서 여자아이가 탔다(우리집은 11층이다). 방과 후 시간인데 저녁을 먹고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을 가는 모양새다. “학교 갔다 왔는데 또 학원을 가는구나?” 아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공부하느라 피곤하겠구나?” 아이가 뜻밖의 답을 툭 던지고 먼저 뛰어 나간다. “스트레스 많죠!” 

아이고 어른이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이다. 교회 리더들은 온갖 회의며, 예배인도며, 인사관리에 재정관리까지 신경 쓰지 않을 곳이 없다. 언젠가 모처럼 결혼식 없는 토요일에 좀 쉬어볼까 하면서 두툼한 책 두어 권을 꺼냈다. 왠걸 아침부터 전화가 와서 그날 세 군데 대학병원엘 다녀왔다. 마지막 병원심방을 다녀오니 날이 어둑해졌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기대해서인지 그날따라 피곤이 몸 깊숙하게 밀려들어왔다. 친구 목사가 제법 큰  교회를 목양하고 있는데, 어느 주일에 교회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두어 달 쉬고는 일어났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 누구든지 마찬가지이지만 교회 리더가 쓰러지면 교회에 미치는 영향과 충격이 크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관리해야 한다.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나는 성격이 분명해서 하고 싶다든지, 하기 싫다든지, 먹고 싶거나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 모호한 의사표현은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든다.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 그것을 넘어가면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진다. 

대부분 교회 리더들은 ‘친절병’ ‘오지랖병’ ‘간섭병’ 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려는 습성들이 있다. 그리고 유리 집에 사는 목회자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면 피곤해진다. “미안하지만 나 못해”라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요 근래 원고 쓰는 일, 강의하는 일, 설교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일이 중복되어 가끔은 재촉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DO LIST”를 적는다. 먼저 할 일을 노란색 하이라이트 펜으로 짙게 표시해 준다. 성경 갈피에도 메모를 붙여 이 주간에 할 일과 이 달에 할 일을 적어둔다. 정리하면서 급한 것을 먼저 하다보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당연히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게 된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목회자의 삶을 보면서 자라왔기에 휴가를 쓰면 무거운 죄를 짓는 듯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공연히 교인들 눈치가 보인다. 하긴 교회 근처 식당은 성도들과 마주칠까봐 마음 편하게 식사하지 못해 부러 멀리 가기도 한다. 그런 눈치가 아니어도 실제로 급한 장례라도 나면 어쩔까 싶어 해외에 나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다행히 교회 앞에 공원이 있어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싶으면 밖으로 나간다.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오면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가족과 걷는다.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먼 동네까지 돌고 온다. 예배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일 예배 후에도 회의나 모임이 없으면 식구와 산책을 한다. 주저리주저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가게를 기웃거리고, 옷 구경, 차 구경, 길의 꽃구경을 한다. 그리곤 샤워하고 푹 잔다. 자고 나면? 다음 날에는 또 새 힘이 생긴다. 정말 할렐루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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