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교회 최규창 성도가 고백하는 모두가 동등한 평신도 중심의 교회 공동체

주거와 교회의 통합,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모이며 풍성한 공동체의 삶·신앙 누려

교회는 건물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고,
바로 성령이 거하시는 우리 자신이라는 깨달음

 

▲ 최규창 성도

“예배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신앙생활 하는 교회’에 뜻을 같이한 이들이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언덕바지에 집 짓고 함께 살며 별도의 주거공동체 교회로 모인 지 1년 남짓, 최규창 성도(49)는 요즘 예배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어른 아이 모두가 함께 드리는 오늘교회 예배는 기존 교회와 다르다. 우선 전임 목사가 없다. 20살이 넘은 성인이면 누구나 설교를 해야 하고 가정마다 돌아가며 주보부터 예배 순서와 형식까지 정해 다양한 틀로 예배가 진행된다. 설교 후에는 자유롭게 말씀에 대해 나누면서 그만큼 해석은 풍성해지고 깨달음도 더 깊어진다. 때로는 아이들의 순수한 한 마디에 어른들이 눈물을 쏟기도 하고 말씀의 의미가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직분도 따로 없기에 호칭은 형제, 자매, 아이들은 형, 누나, 삼촌, 이모 등으로 부른다.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서가는 오늘교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평신도, 교회를 고민하다

“예배 시간이라고 거룩하고 경건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삶과 신앙이 같이 가다보니 삶의 깊은 이야기, 갈등이 그대로 표출되기도 해요. 그걸 피하지 않고 같이 나누고 고민하는 속에서 공동체는 더 단단하고 풍성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남편의 설교를 듣던 아내의 “쳇!” 한마디에 싸움이 날 뻔 하기도 했다. 그날은 자연스럽게 부부간 갈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 나눴고 예배가 끝날 즈음엔 그 부부는 물론이고 예배에 참여한 부부들 모두가 서로를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설교 후 나눔 시간에는 아이들도 똑같이 발언할 수 있다. 며칠 전 등교시간에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 호되게 야단맞은 아이, 그때 자기 상황을 설명하며 마음의 상처를 쏟아놓는 아이의 말에 엄마의 볼이 빨개졌다. 그날은 아이들이 말하고 어른들이 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예배 속에서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말씀의 깨달음 속에 감격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신앙을 배워간다.

평신도 중심의 교회를 고민하던 이들이 오늘교회로 자리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14년 전 서울 마포구 근교에서 6가정이 함께 집 짓고 살면서 공동체로서 삶과 신앙을 나눴다. 다니는 교회는 제각각이었지만 성직자와 평신도로 이분화 된 교회의 구조적인 부분을 보며 고민하던 이들이 뭉친 것이었다. 그 중 3가정이 1년 전쯤 덕은동으로 함께 삶의 터전을 옮기고 본격적으로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서는 교회 공동체를 시작했다.

현재 함께 살며 오늘교회로 모이는 곳은 4가정이고, 함께 살지 않는 4가정이 오늘교회 이름으로 별도로 모인다. 한 달에 한 번 8가정이 모여 연합으로 예배드리며 지체의식을 다져가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보수적인 교단의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던 최규창 성도가 교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30대에 접어들면서였다. 교회에서 믿음 좋은 청년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청년부 리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교회 내 모순을 보면서 고민이 커졌다. 가장 고민됐던 것은 교회가 목회자와 평신도로 나눠진 것과 건물에 갇혀 구조화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몸담은 교회였지만 정작 신앙 고민에 대해서는 답을 구하기 어려웠다.

교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분석하고 말씀과 대조해보면서 “교회의 공간과 시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뚜렷한 근거 없이 일종의 이데올로기적인 전통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교회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교회를 탐방하기도 했다. 대형교회에서는 2년을 다녀도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고,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교회에 도착하면 안내에 따라 아이들은 주일학교로, 어른들은 꽉 찬 본당을 피해 주변의 상가에서 스크린 예배를 드려야 했다. “이것이 과연 교회일까?”하는 의구심만 더욱 커졌다. 

본질에 가까운 교회를 구성해보려는 몇 차례의 시도도 실패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목회자를 세우고 교회를 개척해보기도 했지만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목회자와 성도들 간에 지향점이 달랐다. 목사님은 목회자 중심의 전형적인 성장 지향의 교회를 원했다. 기성교회 내의 변화보다는 새로운 공동체의 구현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 ‘평신도의 관점’이 있었다.

 

# 7가지 가치, 공동체를 묶는 힘

“교회의 공동체성을 살려가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나 구조, 프로그램 이전에 구성원 모두가 지향하는 ‘가치’(values)가 분명해야 합니다.”

오늘교회는 주거 공동체가 곧 교회가 되는 새로운 모델의 시도였다. 주일이면 매주 주거 건물 지하에서 함께 예배드리며, 식사하고, 시간을 보낸다. 주거와 교회가 결합될 때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목격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새롭게 오늘교회의 가치를 발견해가고 있다고 했다.

“가치는 우리가 의지적으로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리더가 ‘이렇게 하자’고 선언하거나, 모두 모여 ‘우리는 이런 공동체가 됩시다’라고 결정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동체 내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역사적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오늘교회는 일곱 가지 가치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것은 먼저 ‘단순성’이다. 교회 공동체 조직이 너무 많은 것을 갖추려 하면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구조’에 대한 것으로 공동체는 물리적으로 적정한 규모를 넘지 않아야 하고,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평등하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8개 가정도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현재 두 교회로 나눠 예배드리고 매달 한 번씩 같이 모인다.

세 번째는 ‘통합’이다. 앞서의 단순성과 구조의 가치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가정과 교회를 통합하는 것이다. 앞으로 생업(직장)의 통합도 고민하고 있다. 네 번째는 존재 방식의 ‘진화’이다. 오늘교회는 부모세대의 신앙 방식을 다음 세대에 강요하는 것보다는 한 공동체가 한 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단(單)세대 교회론’을 고민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일상’의 삶에서 복음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 여섯째, ‘해석’은 공동체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다.

마지막 일곱째는 ‘우정’이다. 최규창 성도는 “친구란 계급이 상정되지 않는 유일한 관계”라면서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목표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 관계는 그저 서로의 존재로 만족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면서 “우정의 가치야말로 현대사회가 회복해야 할 가장 의미 있는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주일이면 같이 말씀을 해석하고, 떡을 떼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을 동등한 예배자로 인정하고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

최 성도는 “기존 경로를 이탈한 교회생활이 불안하고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단순성과 안식의 원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하나님 나라의 원리이며, 다른 평일의 일상을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다”면서 평신도 중심 교회 공동체의 유익을 전했다.

한국교회 현실에서 목회자가 없는 평신도 교회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최 성도는 “교회는 건물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고, 바로 성령이 거하시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매주일 즐거운 예배를 만끽하고 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