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54)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작년 이맘때도 최 집사님의 초대로 장애인 몇 분과 부여에 갔습니다. 그때도 음식을 많이 준비해 같이 간 일행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아서 싸오기도 했습니다. 그 집사님께서 올해도 장애인 몇 분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집사님 댁에 도착하니 벌써 푸짐한 아구찜과 각종 김치를 담아 식탁을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접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씀하시며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최 집사님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지체1급 장애인입니다. 직접 운전하며 남편과 함께 폐지를 모아 파는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일찍 드시고 일터로 나간다고 합니다. 논산의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박스를 모으면서도 구김살 없이 사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는 넉넉지는 않지만 감사함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일을 계속 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벌어서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기도 합니다. 김치 담을 때 넉넉히 담아 나눠주기도 하고 삶의 절박한 순간에 놓인 이들을 돌아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최 집사님께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은 그 마음에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 집사님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두 개 있습니다. 슬하에 남매가 있는데  둘 다 휠체어를 타야 할 만큼 중증장애인입니다. 자기 한 몸도 힘들 텐데 자녀들까지 휠체어를 타야 하니 세상 말로는 기구한 여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나눔과 감사의 삶을 곁에서 배운 것인지 아이들도 항상 밝고 구김이 없습니다. 나 혼자도 버거운 삶인데 아이들까지 장애인으로 주셨냐고 항변이라도 할 법한데 항상 베풀고 나누며 생활하는 모습은 건강한 우리들로 하여금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몸이 불편한 자녀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독립시켜 복지관 가까운 곳에서 살게 하고 열심히 배움의 길을 가게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로서 자녀들이 잘 자라주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이라고 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엄마만한 그늘이 없습니다. 몸이 불편한 엄마지만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며 살피는 일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들도 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보살피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자녀가 둘이나 장애를 가졌으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까 짐작이 됩니다.

자녀들도 이러한 부모님의 사랑에 늘 감사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부모님이 계시기에 맘 놓고 홀로서기 훈련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큰딸의 환한 얼굴에서 이 가정의 행복을 봅니다.

날로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 가정에 닥치면 가족들이 절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이 가정은 세상이 말하는 불행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주님께 삶을 맡기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최 집사님은 “어느 엄마가 장애 가진 자녀를 낳고 싶을까요. 하지만 주님이 허락하신 귀한 생명을 잘 키우는 것이 엄마의 사명이기에 자녀들이 범사에 감사하면서 홀로 설 때까지 그들의 그늘이 되고 싶어요”라며 장애를 넘어 엄마로서 사명을 다하고 싶다고 합니다. 엄마는 오늘도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폐지를 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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