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예예동산’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방문객들이 물을 때가 많다. 내 신앙의 마지막 순례 코스로 공동체 삶을 꿈꾸며 ‘쉼과 기도의 집’ 예예동산을 시작할 때 이 집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을 이렇게 정한 것이다.

‘예수 안에서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모여 천국 가는 그날까지 찬송하며 기도하며 함께 살아가는 집’이라고.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이것을 화두로 생각을 전개하자면 끝이 없겠으나, 거두절미하고 예술로 산다는 말은 ‘자유’를 의미한다고 대답하곤 한다. 율법이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선한 양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이라고.

이렇게 환상적인 꿈을 좇아 서울의 삶의 터를 모두 정리하고 이곳 산속에 내 경제적 한도 안에서 집과 밭을 준비하고 옮겨 앉아 지난 12년을 살아왔다. 규칙이 별로 없는, 기독교적 예배나 기도도 거의 강요되고 있지 않은, 세끼 식사만 제시간에 준비되고 쾌적할 정도로 청소만 잘 되어 있는 그런 곳이 예예동산이다. 평생 화가로 살아온 나는 이곳에서 식탁을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뜰에 핀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며 지낸다. 남편의 연금 덕에 분주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의 검소한 삶은 정말 평화롭다.

‘고든 코스비’는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은 아름다움이시고 진리이시고 선이십니다. 우리는 진리나 선 혹은 사랑에 관하여는 강조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무관심할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영혼을 살찌웁니다”라고. 이곳 산속에서 계절마다 틀림없이 변해가는 자연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은 정말 아름다움의 본체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주도의 풍경에 매료되어 그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삶을 마친 김영갑의 자전적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139페이지에는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기상조건 속에서 벌어지는 순간순간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잡으려고 들판에서 원하는 순간이 오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몇 날이고 기다렸다가 한순간 셔터를 눌렀다. 그 기다림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바울은 ‘앞에서 부르는 부름의 상’이라고 표현했지만, 김영갑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그의 예술적 감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부름의 상(이데아 계)에 사로잡혀 기다리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갯바위 파도는 시를 읽어주고, 바람은 쉬지 않고 노래하며, 억새는 춤추고, 하늘과 바다는 그림을 그린다. 수평선은 고독과 자유를 강의하고, 구름은 삶의 허무를 보여준다”라고 마라도에 머물던 김영갑은 적고 있다.

그 스스로 한창 나이인 50대에 루게릭 병으로 삶을 마감하며, 이어도(이상의 땅)를 훔쳐보고 그곳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누리고 있는 죄(?)로 인해 그의 고통이 주어졌다고 표현했다. 김영갑 같은 이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어느 책에서 ‘예술은 아름다움을 찾고 구하는 영적 순례’라는 말을 보았다. 전도서 1:12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도서 3:11절에 가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면 예술을 ‘아름다움을 찾고 구하는 영적 순례’라고 한 말은 맞는 말이다.

구약에는 하나님을 본 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쓰여 있다. 우리가 아는 반 고흐, 슈베르트, 모차르트, 이중섭, 박수근 등 많은 예술가들의 삶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끝났다. 그야말로 이어도-이상향을 훔쳐본 탓일까? 그러나 그들이 남겨 놓은 증언-예술작품들은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회복시켜 준다. 마치 복음과 같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예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90퍼센트 정도 복음과 비슷하며, 주께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절대로 다시는 종의 멍에를 지지 말라”는 약속과 보증 위에 세워지는 축복이라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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