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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 고 기독교 제국의 꿈 >4<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13 ] / 사제 왕 요한 ⑱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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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9호] 승인 2017.07.12  15: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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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돈황의 사막, 저 광활한 지역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져 있다.

본진으로 귀환한 후 대장군 수베치가 칸의 궁정으로 타양 칸을 찾아왔다.

“칸! 소장은 너무나 놀랐습니다. 을지 고 장군이 옹칸의 군진에서 튀어나올 줄이야. 칸께서도 많이 놀라셨지요.”

“그래, 의외였어. 수베치 장군도 을지 고를 잘 아나?”

“칸이시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을지 고 장군의 존재를 모르면서 어찌 나이만 제국의 대장군 자리에 한시라도 머물 수 있겠나이까.”

수베치는 타양 칸의 말에 섭섭함까지 느꼈다.

“아, 그렇지. 그렇고말고. 을지 고 저 사람 벌써 카라 키타이의 절대자가 되어 있어요, 엊그제 금 제국에 쫓겨서 서북쪽으로 도망질 칠 때를 내가 아는데, 대단해요.”

“저세상으로 떠난 창업주 야율 대석의 신임이 대단했었죠. 지금 야율 아율이 카간 자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을지 고가 카라 키타이의 절대 군주나 다름없어요.”

“칸이시여. 어찌하여 옹칸의 군진 속에 을지 고가 있었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저 응큼한 토그릴 칸이 벌써 카라 키타이와 동맹이라도 맺었을까요?”

“그게 아니라 여행 중이라 하지 않던가. 아마 내게로 올 사람을 옹칸이 못 가게 했을지도 모르지.”

타양 칸과 대장군 수베치가 을지 고의 등장을 궁금해 할 그 시간 옹칸의 궁정에서도 을지 고와 옹칸이 흡족한 듯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을지 장군. 금번에 장군의 덕을 톡톡하게 봤어요. 저 늙은이와 전투했다면 양측이 비슷한 손실만 보았을 터인데 장군의 지혜로운 처신으로 쓸데없는 피를 흘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소장 또한 좋습니다. 또 짧은 시간에 우리 세 사람은 서로가 무엇을 열망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더 친근하게 사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장군은 나이만의 타양 칸을 만나러 언제쯤 가려고 하십니까?”

을지 고는 옹칸의 질문을 받고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옹칸이시여. 저는 금번 여행의 소임을 마친 듯합니다. 다음날 새벽에 떠나겠습니다.”

“아니…?”

옹칸은 놀란 표정이었다. 이 사람이 왜 서두를까? 무엇이 섭섭했을까?

“아니, 을지 장군. 장군은 오늘도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소이다. 장군이 아니었으면 금번 전투에 얼마나 큰 손실을 보았을지, 그것뿐인가요. 나이만은 집요합니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몽골 초원의 늑대나 다름없어요. 아차하면 우리 케레이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잖소. 솔직히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저들이 쳐들어왔으니 더욱 위험했는데 장군이 도와주셨으니 내가 은공 갚을 기회를 주셔야죠.”

“말씀으로 넉넉합니다. 고맙습니다. 한마디 보탠다면 기독교제국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안으로 숨길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경계하는 상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 수 있어요. 나이만 타양 칸이 벌써 조급한 마음으로 공격해오잖아요.”

을지 고가 자기 나라로 서둘러 돌아가려는 이유도 케레이트와 나이만의 전투 직전상황을 경험한 뒤였다. 초원은 이미 불붙었다. 케레이트와 나이만, 테무진의 가계를 듣고 살펴보는 기회를 통해서도 그의 마음에 오는 생각이 있었다.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가 세상을 떠나기는 했으나 용맹과 지혜의 사람이었고, 그의 증조부인 카불 칸 시대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있는 테무진을 보았다. 옹칸이 또 힌트를 주지 않던가. 그의 기독교제국의 후계자요 관리자, 좀 더 쉽게 말하면 완성자는 테무진이라고 말이다. 을지 고는 금번 여행의 성과에 만족했다. 가서 힘을 기르고 카라 키타이가 저들 초원 세력의 먹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시간과 기회를 지켜내야 했다.

을지 고가 깊은 생각에 잠길 동안 옹칸 역시 생각에 잠겼다. 을지 고 앞에서 타양 칸이 마치 순한 양이 되었고, 그 정도의 권고를 받고 그 고집쟁이가 먼저 뽑았던 칼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을지 고는 두 싸움꾼 사이를 가로막고 선 모습에서 지금은 전쟁할 시간이 아님을 암시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날 새벽 을지 고는 부하들을 이끌고 떠났다. 토그릴은 을지 고 일행이 무사 귀환하도록 국경지역까지 전사 수백 명을 동행시켰다. 나이만 지역을 통과하고 고비사막 지경에 이르러서도 사실상 카라 키타이 경계병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곳까지 일개 소대 급 경계망을 다섯 군대나 임시 배치했다.

옹칸은 타양 칸의 대장군 수베치의 동물적 감각을 의심했었다. 역시 그의 의심대로 수베치는 을지 고를 생포해 연금시킬 계획을 타양 칸과 의논했었다. 물론 을지 고가 며칠 후 타양 칸과 만나자고 했으면서도 몇 시간 후인 새벽보다 빠른 시간에 케레이트를 신속하게 떠난 이유도 자기의 신분이 노출된 후 여러 가능성까지 상상한 결단이었다.

옹칸은 을지 고 일행이 무사히 귀국했음을 부하들로부터 확인했다. 을지 고가 떠나면서 해준 말, “테무진을 잘 보호하세요”를 거듭 생각하면서 그는 을지 고 같은 참모가 자기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거듭 생각했다.

 

을지 고는 카간의 궁으로 달려갔다.

“카라 키타이의 영광이신 카간이시여. 을지 고가 몽골 초원의 순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나이다. 대왕께서는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그리고 태자 마마도 강건하셨고요.”

마침 태자 야율 요한이 카간의 무릎 앞에 마주앉아 있었다.

“그렇소. 대장군, 어서 오시오. 사부님께서 먼 여행 무사히 다녀오셨군요.”

요한 태자가 을지 고 앞으로 달려왔다.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 말했다.

“사부님! 밤마다 날마다 기다렸나이다.”

“저도요. 태자 마마.”

을지 고는 태자를 무릎에 앉히고 싶었으나 그 사이에 많이 의젓해진 태자에게 함부로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태자는 두 달 사이에 영특한 소년의 티가 보였다. 을지 고는 태자와 테무진을 비교해 보았다. 몇 살 어리기는 하지만 태자를 잘 길러서 아시아 기독교의 기둥감으로 만든다, 자기 필생의 마무리를 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했다.

을지 고는 카간 야율 아율 앞에 다시금 무릎을 꿇었다. 카간에게 케레이트를 중심하여 초원지대 방문 결과를 보고했다.

“폐하! 소신 금번 케레이트 옹칸을 방문하는 등 여행 중에 얻은 생각들을 말씀드리옵니다.”

을지 고는 옹칸과 타양 칸을 동시에 만나게 된 기막힌 사정을 말했다.

“드디어 초원의 영웅들이 자웅을 겨루게 되었구먼. 그러나 동방아시아의 대표는 우리야 우리, 선황제께서 요 제국을 재건하셨고 장군과 내가 동북아에 머물렀던 제국을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의 경계 지경까지 확대해 아시아의 대제국을 이루어야 합니다. 나는 이를 위해 사부님의 능력을 믿고 있소이다.”

“폐하, 소신의 소원도 그러합니다. 초원은 이미 각축장이 되었으나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혹시 영웅의 길을 잃은 집단이 우리 카라 키타이로 뛰어들 수도 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러면 안 되죠. 누가 그럴 수 있을까요? 케레이트의 옹칸, 아니면 나이만의 타양 칸인가요. 그도 아니면 지금은 새끼호랑이쯤 된다지만 테무진인가요. 그도 저도 아니면 어느 누가 우리에게 달려와서 살려달라고 할까요?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걱정되기도 합니다.”

“부왕 마마, 걱정 마시옵소서. 그런 일이 없도록 소자가 사부님과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받아서 조상 할아버지가 물려준 카라 키타이를 대제국으로 이끌어가도록 분골쇄신의 자세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아하, 태자의 말에 큰 힘을 얻었도다. 오냐, 오냐. 내가 너를 믿는다.”

“태자 마마, 마마는 장차 테무진의 맞수가 되실 것입니다. 머지않았습니다. 10여년 후에는 몽골초원의 판세가 드러날 것이옵니다.”

 

을지 고는 궁정에서 나와 나비소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장군, 무사히 다녀오셨구려.”

나비소는 춤을 추듯이 기뻐했다.

“어허, 이거 왜 이러오. 젊은이처럼….”

“여보, 우리가 그럼 젊지 않습니까. 50살도 안 된 우리더러 누가 청춘이 아니라 합니까.”

“그래, 청춘입니다. 사는 날까지 청년의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고 기독교제국을 이 땅에 이루도록 합시다.”

“제국은 당신이 지키고 이제 나비소는 낭군님만 지켰으면 좋겠소.”

나비소가 을지 고의 가슴으로 덥석 뛰어들었다.

저녁 늦은 시간 을지 고는 아내인 나비소와 국경을 강화를 의논했다. 군부를 다시 조직하여 일단은 호레즘을 견제한다. 전자들을 강하게 조련한다.

호레즘은 야율 대석에게 쫓기던 셀주크 산자르의 빈자리를 차고앉은 이슬람 계 투르크 노예 출신 아누시 테긴 총독의 권력기반이다. 호레즘은 카라 키타이 영역인 아랄해 인근 히바나 부하라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을지 고는 방어를 위한 군사력 집결을 서두르기로 했다.

조효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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